[영양 新르네상스, 길이 열리고 삶이 꽃피다⑨] 농어촌 기본소득

  • 이지용·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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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08 17:57  |  수정 2026-09-08 18:13  |  발행일 2026-09-09
‘월 20만원’ 기본소득의 힘…사람이 모이고 상권이 춤춘다
영양군 전경.  영양군 인구는 1973년  이후 계속해 감소했지만,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이후 2026년 8월말 기준 영양군 인구는 1만5천956명으로 집계됐다.

영양군 전경. 영양군 인구는 1973년 이후 계속해 감소했지만,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이후 2026년 8월말 기준 영양군 인구는 1만5천956명으로 집계됐다.

50여년 내리막이던 영양군 인구 반등

1년새 인구 5.2%·창업도 10.3% 늘어

읍·면 소비처 차이 둬 상권 쏠림 방지

지역 축제와 연계한 경제 선순환 유도

귀농귀촌지원 통합 플랫폼 '영양살이'

정주형 농원 등 인구정책도 병행 추진

영양군 인구는 1973년 7만 명을 넘기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해 2000년대에는 2만 명 선이 무너졌다. 50여 년간 아래를 향해 내려오던 영양군 인구 통계 그래프가 2025년 8월 1만5천165명을 기록한 뒤, 반등을 시작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에는 3년 만에 1만6천명을 넘기기도 했으며, 그 이후로도 1만5천9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영양군 인구는 1만5천95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인구가 5%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영양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주민 1인당 매월 20만원(정부지원금 15만원+영양군 추가지원금 5만원)씩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인구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 지역의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영양군의 인구 5.2% 증가와 신규창업 10.3% 확대라는 성과는 기본소득 사업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 영양군은 전남 신안군 안좌면의 햇빛연금(태양광 발전 사업 이익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사업) 사례를 참고해 2026년 1만5천544명(2.5% 증가), 2027년 1만5천885명(2.2% 증가)으로 인구 증가세를 추정했다. 영양군은 시행 초기에 2년차 예상 인구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것이 군의 치밀한 준비와 군민들의 공감대가 거둔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원금만 계속 지급하면 계속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농촌 기본소득은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이며 '빌드업(build-up)' 과정이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군청, 가맹점, 군민 등 참가자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치밀한 패스로 골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중이다.


영양군 기본소득은 체크카드와 선불카드로 지급돼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영양군의 한 가게 앞에 영양사랑상품권과 기본소득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 있다.

영양군 기본소득은 체크카드와 선불카드로 지급돼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영양군의 한 가게 앞에 영양사랑상품권과 기본소득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 있다.

◆체크카드·선불카드로 가맹점에서 사용


영양군 기본소득은 체크카드와 선불카드로 지급돼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용기간은 읍 주민은 3개월, 면 주민은 6개월이다. 사용제한도 읍·면에 차이가 있다. 읍 주민은 주유소·편의점·면 하나로마트(읍내 하나로마트는 사용불가)에서 월 1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고, 면 주민은 3가지 사용처에 읍내 가맹점 사용액까지 포함해 월 10만원까지다. 면 주민들은 나머지 절반을 5개면에 있는 가맹점에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제한은 기본소득 소비가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읍내 중심 상권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해, 면 단위 상권 형성과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소멸 위기를 불러온 지나친 중앙 집중 현상이 지역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 내에서까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영양군의 경우 가맹점의 약 70%인 462곳이 영양읍에 있으며, 청기면은 19곳에 불과하다. 영양군 농업축산과 기본소득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 청기면에서 사용처가 없는데 어떻게 쓰라는 거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청기면 주민 약 1천400명에게 20만원씩 지급된 2월분 기본소득 중에서 6개월 사용기간이 지나 자동 반납된 금액이 45만원 정도에 불과했어요. 사용처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사용을 많이 하고 계시는 걸로 볼 수 있겠지요. 군에서도 9, 10월에는 어르신들의 장보기를 도와드릴 수 있는 이동장터 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양군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주민이 영양사랑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영양군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주민이 영양사랑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지역에 머물며 소비확대·선순환 유도


기본소득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례는 지난 6월 청기면 청뱅이골 영양농원에서 개최된 '제6회 영양 산딸기 축제'다. 이 축제는 지역 농가가 자발적으로 기획·운영해온 민간 주도형 축제인데, 올해는 기본소득 가맹점과의 협업을 통해 체험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축제기간도 3일에서 10일로 늘어났다.


이 축제를 주최한 청뱅이골 영양농원은 산딸기 수확, 산딸기청 만들기, 비즈공예 체험을, 헬렌공방은 천연염색 체험을, 이밤cafe헤스티아는 산딸기 막걸리 시음행사를 운영해 1천500여 명의 방문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했다. 올해 축제는 지역의 기본소득 가맹점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내용도 풍부해지고 지역경제 선순환에도 기여하는 축제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또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 이후 지역 내 소비가 확대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영양읍에서는 청년 부부가 귀향해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장류 밀키트, 사과 전통주 등 먹거리 사업 창업을 준비 중이다. 약 1천㎡ 규모의 생산시설 건물은 완공이 됐으며 조만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청기면 청남권역 쇠똥구리 체험휴양마을은 청남권역 활성화센터에 진열대, 냉장시설 등 판매 기반을 구축하고 지난 5월 기본소득 가맹점 등록을 마쳤다. 앞으로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는 마을 거점 판매소 운영,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연계한 지역 특산품 공동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소득팀 관계자는 "앞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소득으로 지급된 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계속 영양에 머물러 있는 게 중요하다. 가맹점들도 계속 확대하고,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연대경제를 더욱 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양군의 한 가게 앞에 영양사랑상품권과 기본소득 사용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영양군의 한 가게 앞에 영양사랑상품권과 기본소득 사용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귀농귀촌 지원 등 인구정책도 펼쳐


그렇지만 기본소득 사업만으로 지역소멸 극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빌드업'이라는 말을 다시 떠올려보면 무엇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과정이 연상된다. 기본소득 사업과 더불어 남북9축고속도로 건설, 영양 양수발전소 건설, 체류형 관광 활성화, 귀농귀촌 활성화 및 정착률 제고 등 여러 가지 사업이 함께 성과를 거둬야 지역소멸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기본소득과 관련해 귀농귀촌 지원 등 인구정책 분야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양군은 지난 5월 주민과 전입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인구정책 통합 플랫폼 '영양살이'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영양살이'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과 지역 정착을 원하는 주민들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정착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주택임차료지원, 결혼장려금, 귀농·귀촌 정착지원 등 다양한 사업 정보를 대상별로 분류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상담·문의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청기면 옛 청일분교 부지에 건설된 '영양 정주형 작은 농원' 준공식을 가졌다. 18평형 단독주택 20호와 농산물 유통지원센터, 스마트팜 운영을 위한 기반시설 등을 갖춘 생활 밀착형 정주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농어촌빈집정비특별법' 공포를 앞두고 지난 6월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정책 간담회에서도 빈집 정책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기본소득의 성과 및 방향도 함께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송 장관은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영양군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및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우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영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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