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여론을 업어야 일이 되는 세태 유감

  • 박순진 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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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6 16:21  |  발행일 2026-07-27
박순진 전 대구대 총장

박순진 전 대구대 총장

요즈음 여론을 타며 갑작스레 논란거리가 된 사람과 사건이 부쩍 늘었다.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에 공개되고, 대중이 주목하며 관심을 끌고, 유력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가 한마디 한다. 사안의 심각성이 새삼 부각되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불의한 사람이나 부당한 일도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 묻히고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속설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구든 억울한 일을 당하면 유력자나 언론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라는 식의 말들이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널리 알려지고 드러난 일과 알려지지 않은 일이 각기 달리 처리되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대중이 주목하고 여론이 들끓어야 비로소 중대하고 엄중한 사안인 양 다루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유력자나 고위층의 말에 따라 일처리가 달라지면 정의를 말할 수 없다. 선량한 시민이 공공기관과 공직자를 깊이 신뢰하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국가가 선량한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억울한 시민의 딱한 사정을 공정하게 돌아보지 못한 탓이다. 참다못한 당사자가 자구책을 찾아 나서는 세태가 안타깝다.


공직자와 공공기관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따갑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당사자들도 할 말은 있다. 시간이 넉넉하고 인력이 충분하면 모든 일을 자기 일인 양 꼼꼼하게 살펴보겠지만 급박한 업무가 넘쳐나는 일선 현장은 녹록하지 않고 그럴 여력이 없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다 보면 정작 문제가 될 일도 그 심각성을 즉각적으로 알아채기 어렵다. 타성에 젖어 무심코 지나치거나 급한 일에 밀려 우선순위를 늦추었다가 뒤늦게 일이 커지면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일도 종종 생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사건이 벌어진 현장은 실제로는 단순하지 않고 직관적이지도 않다. 일의 전모가 다 드러나기 전까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다. 때로는 유력자의 관심과 윗사람의 지시를 우선하여 일을 처리하다가 정작 중요하고 심각한 부분을 소홀히 하여 크게 뒤탈이 나기도 한다. 억울하고 분한 피해자가 공공기관에 의해 다시 한번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인력과 자원이 넘쳐 남아도는 기관은 없다.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일의 선후를 빠르게 판단하여 급한 일은 급한 대로, 신중하게 처리할 일은 신중하게, 인력과 자원을 집중할 일은 마땅히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공직자의 자질과 역량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국가나 자치단체를 막론하고 공직자의 직업 윤리를 고양하고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인력과 자원이 더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서 재배치하고 필요하면 증원하는 일도 조직 관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사회라면 응당 언론이 주목하고 질타하지 않아도, 대중이 나서 분노하지 않아도, 누군가 힘껏 소리 높이지 않아도, 민원과 사건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일의 경중을 따져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누구라도 힘 있는 사람에 밀려 부당하게 피해를 보거나 곤란한 지경에 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돈 없고 권력 없고 연줄 없는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회는 민주 사회라 할 수 없다. 공직자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일을 집행하고 선량한 국민은 국가와 공공기관을 신뢰하는 사회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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