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사람과 하늘의 멋진 컬래버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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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9 17:33  |  발행일 2026-08-10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한여름 한바탕 축제였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고성에서 전 세계 16개국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들이 참가한 제16회 한국잼버리가 개최되었다. 1940년생부터 2017년생까지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가진 남녀노소가 4박 5일간 한 공간에 모여, 똑같이 텐트에서 자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대자연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잼버리(Jamboree)는 본래 '즐거운 놀이', '유쾌한 잔치'라는 뜻으로, 북미 인디언 말에서 유래하였다. 그야말로 축제이자 놀이인데, 최근 잼버리하면 '실패 혹은 무능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2023년 새만금세계잼버리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이다. 1922년 창립하여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스카우트의 자존심이 한 방에 무너졌다.


새만금잼버리 이후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맡았다. 당시 한국스카우트 내에는 좌절과 무기력이 팽배하였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대원 감소, 코로나로 인한 장기간 집회 불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입시지옥 등 삼중고에 더하여 새만금의 뼈아픈 실패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하던 차에 스카우트 지도자 한 분의 호소가 가슴을 울렸다.


"변호사는 망해가는 기업도 회생시키잖아요." 그동안 발목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끊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 정말 바닥이라면 차고 올라가 보자. 잼버리로 실패했다면 잼버리로 성공해서 스카우트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자고 지도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한 결과, 새만금을 기억 속에서 떠나보낼 정도로 성공적인 잼버리가 되었다. 성공의 세세한 이유는 고성 밤하늘 별처럼 많겠지만, 한마디로 압축하면 '사람과 하늘의 컬래버'였다.


첫째, 스카우트 지도자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이다. 스카우트의 지도자들은 그냥 스카우트가 좋아서 봉사하는 순수한 발런티어(volunteer)로서, 자부심과 애정이 대단하다. 바쁜 생업 중에도 자신들의 어린 시절처럼 대원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의 지도자들이 뭉쳤다. 세상에 돈 안 받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조직은 처음 보았다.


둘째, 많은 기업과 개인의 선한 후원이 큰 힘이 되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단 1원도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연맹의 운영은 물론이고, 잼버리와 같은 큰 행사를 위해 후원금을 유치하는 것이 총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인생 후반에 평생 모아둔 아쉬운 소리를 아낌없이 하고 다녔다. 처음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좋은 일 한다면서 흔쾌히 후원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며 점점 용기를 얻었다.


본인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막상 청소년을 위한 후원을 요청하면 외면하거나 그동안의 인간관계 때문에 마지못해 새 모이만큼 후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였지만, 어렵게 부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격려와 함께 정성껏 후원하시는 분들을 더 많이 만나면서 아직도 세상이 참 따뜻하다고 느꼈다.


셋째, 날씨마저 축복이었다. 잼버리는 왜 하필 더울 때 개최해서 어린 청소년들을 힘들게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유는 단 하나인데, 학생인 대원들이 전 세계에서 모일 수 있는 방학 때 개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폭염 아니면 태풍이나 장마는 각오해야 하는데, 이번 고성잼버리는 날씨 요정이라도 강림한 듯하였다. 지성이면 감천, 맞는 말이다. 감사하게도 안주하려는 인생 후반에 앞으로 더 겸손하며 열심히 살라고 좋은 사람들과 하늘이 큰 가르침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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