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1943년 8월21일 덴마크 소설가 헨리크 폰토피단이 세상을 떠났다. 폰토피단은 60세이던 1917년 'Lykke Per'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Lykke Per는 '행운의 페어'라는 의미인데, 페어가 무슨 뜻인가 궁금하지만 그저 소설 주인공의 이름일 따름이다.
페어의 아버지는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의 은총뿐이라고 생각하는 루터교 목사이다. 페어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코펜하겐 기술대학에 진학한다. 그는 아버지가 학비 대신 준 시계를 집에 버려두고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페어는 유대인 거부 살로만 가문의 맏딸 아코베와 사랑에 빠진다. 그 무렵 페어는 공학기술을 활용해 코펜하겐을 베네치아처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창안한다. 살로만 가문은 정부 책임자를 소개해주지만 페어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틀에 박힌 관료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살로만 가문은 그를 오스트리아로 유학 보낸다. 오스트리아 전문가들이 페어의 프로젝트를 인정하고, 아코베가 찾아와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때 아버지의 부음이 전달된다. 페어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지 않는다.
어머니가 찾아와 페어에게 기독교로 돌아오라고 애원한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시계를 아들에게 준다. 페어는 여전히 시계를 받지 않고 어머니와 헤어진다. 이윽고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고 페어는 정신적으로 방황한다.
페어는 임신 중인 아코베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페어는 문득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와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루하고 독선적인데다 감정 노출이 심하고….
아코베는 페어가 그렇게 된 것을 어릴 때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페어처럼 될지도 모르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세운다. 우여곡절 끝에 페어의 프로젝트는 정부 지원을 눈앞에 두게 된다. 병으로 임종을 앞둔 페어가 대안학교에 자신의 재산 전부를 기부한다.
'Lykke Per'는 영화화되었지만 우리나라 극장에는 걸리지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그 까닭이 몹시도 궁금하다. 대안교육을 강조했기 때문인가? 내용이 무거워서? 페어의 이력이 별로 사회적이지 못해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소설인데 왜 그토록 홀대를 받았을까? 사회학자들의 연구대상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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