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珍의 미니 에세이] 카사블랑카

  • 박기옥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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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0 18:18  |  발행일 2026-08-21
박기옥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박기옥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카사블랑카(하얀 집). 왜 하필 카사블랑카일까. 눈부시게 흰 이슬람 사원들이 푸른 하늘을 이고 서 있어서일까. 지배자의 낭만적 호기심 때문일까.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제1의 항구도시이다. 내로라하는 한량들이 대서양을 바라보며 일주일쯤 묵어가는 곳이며,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들 마음에 남아 있는 곳이다.


무하마드 5세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어느 나라나 광장에는 각양각색의 인간이 모여든다. 카사블랑카에는 의상부터가 남다르다. 한여름이라 최대한의 노출을 즐기는 외국인들과 달리 현지인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천으로 온몸을 가리고 있다. 부르카, 차도르, 니캅, 히잡 등의 이슬람 의상들이다. 젊은이들은 대체로 히잡을 많이 쓴다. 머리와 목을 가리는 정도라 루이비똥,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이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분수대 주변의 이슬람 가족들에게 눈이 간다. 온 가족이 더위를 피해 광장을 나온 것 같은데 얼굴만 내어놓은 차도르 차림이다. 사진 같이 찍겠느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저쪽에서 먼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웃음은 세계 공통 언어이다. 이 사람들은 특유의 인간적 미소를 지녔다. 적으로 하여금 무장을 해제시키는 마력이 있다. 나는 손자로 보이는 아이를 껴안고 포즈를 취한다.


그때였다. 도로변 야자수 아래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한 여인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온몸을 검정 천으로 가리고 눈만 내어놓은 니캅 차림이었다.


40℃의 무더위에 온몸을 덮은 채 군중에서 비켜나 셀카를 찍고 있는 여인. 나는 천천히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우리 팀과 함께 사진을 찍겠느냐고 물었다. 남자가 섞여 있어서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여자끼리면 괜찮겠느냐고 물어 가까스로 허락을 얻었다.


옆에 선 순간 나는 다시 놀랐다. 니캅 너머로 보이는 얼굴은 곱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아무에게도 보일 수 없고 자신만 아는 얼굴임에도 영화배우처럼 공을 들여 화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누가, 무엇이 이 아름다운 여인을 이토록 구속하는가.


오래전 신문에서 읽은 외국인 여행자의 짧은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이조시대 우리네 할머니들이 젊은 날 이슬람 여인들처럼 쓰개치마를 덮어쓰고 다녔을 때, 골목에서 남정네들을 지나치고 나면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더라고 했다. 인간의 본능이다. 이를 두고 유럽의 어느 정신분석가는 '억압하는 것은 반드시 회귀한다'고 했던가.


니캅 너머의 여인은 아름다웠다. 나는 여인과 여기 어디 영화 '카사블랑카'의 무대가 되었던 바(bar)에서 술이나 한 잔 하고 싶었으나 마음뿐이었다. 우리를 싣고 갈 차가 도착했고, 일행은 탕헤르로 출발했다. 굿바이, 카사블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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