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기 청도군이장연합회장은 마을 이장들도 귀농·귀촌인의 정착을 돕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기자
"젊은 사람들에게 무조건 청도로 오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청도에 오면 어디서 살고 무엇으로 먹고살며 아이들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를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출향민 출신인 이숙기 청도군이장연합회장(64)은 "젊은 세대에게 '왜 청도에 와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줘야 한다"며 청년 정착의 3대 조건으로 '주거·소득·교육'을 꼽았다.
청도 매전면 호화1리 출신인 이 회장은 30여 년 전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사업을 했다. 5년 전 사업체를 아들에게 물려준 뒤 고향 청도로 돌아왔다. 2023년 마을 이장을 맡았고, 올해 1월 청도군 210개 마을 이장을 대표하젊은 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 집과 토지가 남아 있었던 덕분에 귀향을 결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는 그는 청도군농업기술센터 농민사관학교에서 1년간 농업교육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현재 1만여 평 규모로 대추와 감 농사를 짓고 있다. '부농 아니냐'는 말에는 "부농은 아니고 대농"라며 손사래를 쳤다. 일부 농지는 빌려 대신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도시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뒤 다시 농촌에 정착한 경험은 그가 청도의 현실을 바라보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이 회장은 이러한 자신의 경험에 견줘 귀농·귀촌이 도시생활을 하루아침에 정리하고 농촌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도시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농촌으로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처음에는 도시와 농촌을 오가면서 준비하고 어느 정도 생활 기반을 갖춘 뒤 정착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농촌의 여건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농업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농업을 하나의 '경영'으로 접근하는 젊은 농업인 가운데는 억대 소득을 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농촌이 예전처럼 어렵고 힘들기만 한 곳은 아니다. 40대부터 농업 기반을 닦은 사람이나 새롭게 농촌에 들어온 젊은 사람 가운데 성공적으로 정착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며 "농업도 제대로 준비하고 접근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반면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은퇴 이후 고향을 찾는 장년층 중심의 귀농·귀촌만으로는 농촌의 인구 구조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어 도시에서 내려오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농촌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젊은 사람이 들어와야 하고,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들어와 살아야 마을과 학교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가 젊은 세대의 청도 정착을 위해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다. 농사를 짓겠다는 청년에게 농지가 없다면 농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초기 비용 부담이 큰 농기계는 임대사업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정책 역시 단순히 시설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인구 유입과 정착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농촌 빈집 활용이다.
이 회장은 "빈집 리모델링도 집을 고쳐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실제로 청도에 주소를 옮기고 거주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 정착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부부를 청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자녀 교육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청도로 들어오는 젊은 부부에게 교육비나 유치원비 등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청도에서 초·중·고교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젊은 가정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주거와 소득, 교육을 각각의 정책으로 접근하기보다 하나의 '정착 패키지'로 연결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집은 있는데 먹고살 방법이 없거나, 농사지을 기반은 있는데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면 결국 다시 도시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청도에 들어오면 주거와 농지, 농기계, 교육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해 이장연합회장을 맡은 그는 마을 이장들도 귀농·귀촌인의 정착을 돕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행정이 파악하기 어려운 빈집과 농지, 마을 사정 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 이장들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마을에 어떤 집이 비어 있고 어떤 농지를 활용할 수 있는지, 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현장에 있는 이장들이 가장 잘 안다"며 "이장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 필요한 정책을 군정에 전달하는 것이 이장연합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30여 년을 생활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직접 농촌 정착 과정을 거친 이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결국 청년들에게 '정착할 이유가 있는 청도'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의 입장에서 청도를 바라봐야 합니다. 청도에 오면 어떻게 먹고살고, 어디서 살며, 아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줘야 합니다.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해준다면 청도도 충분히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뿌리내리는 농촌이 될 수 있습니다."
박성우
경산•청도 담당 기자입니다.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