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구 브랜드의 무게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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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4 15:27  |  발행일 2026-08-25

대구는 산업화가 일찍 진행된 도시다. 섬유·제조업이 성장하면서 지역 자본과 소비시장이 커졌고 식품·생활용품에서 유통·건설·금융까지 다양한 향토기업이 생겨났다. 그만큼 대구 사람들의 일상에는 유난히 '대구에서 태어난 이름'이 많았다. 국수엔 풍국면, 간장엔 삼화, 지우개엔 화랑고무의 점보와 네모나, 수건엔 신광·영신타올, 양산엔 협립이 있다. 역사도 길다. 1927년 문을 연 경북광유는 내년이면 100년 기업이 되고, 풍국면은 1933년, 화랑고무는 1950년, 삼화식품은 1953년에 출발했다. 대구에는 70~100년에 이르는 장수기업이 적지 않다.


기업의 체급도 컸다. 대백 본점은 1980년대 후반 평당 매출 전국 2위에 올랐고 상당 기간 전국 3위권을 지켰다. 동아백화점도 1980년대 업계 3~4위까지 올랐다. 1990년대 청구·우방·보성은 재계 50위권에 들며 전국에서 아파트를 지었다. 대구은행까지 더하면 기업의 이름만으로 도시의 경제력을 짐작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청구·우방·보성은 옛 모습을 잃었고 동아백화점은 이랜드에 넘어갔다. 대구은행은 iM뱅크로 이름을 바꿨고, 대백은 경영권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그렇다고 대구 브랜드의 맥이 끊긴 것은 아니다. 호식이두마리치킨과 땅땅치킨이 전국으로 뻗었고 삼송빵집, 룰리커피 같은 새로운 이름도 나오고 있다. 다만 브랜드의 무게는 달라졌다. 지금의 로컬 브랜드는 개성과 콘텐츠로 전국 소비자를 끌어들이지만 과거 대백·동아·청구·우방처럼 지역의 고용과 산업을 움직이던 기업과는 체급 차이가 있다. 언젠가 다시 이름만 들어도 '대구에서 나온 그 회사'라고 전국이 알아보는 큰 브랜드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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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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