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시간을 품고 미래를 잇다⑪] 함께 하는 이웃들, 외국인 근로자 정책

  • 박준상·이지용
  • |
  • 입력 2026-08-24 19:59  |  발행일 2026-08-25
입국·금융·주거 원스톱 서비스…외국인 근로자 ‘포용행정’ 빛났다
김진우(왼쪽) 상주명품곶감 대표가 20일 농장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게 예초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주시는 외국인근로자정책에 공을 들여 원스톱 행정 체계를 구축하고 고용주와 계절근로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김진우(왼쪽) 상주명품곶감 대표가 20일 농장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게 예초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주시는 외국인근로자정책에 공을 들여 '원스톱 행정 체계'를 구축하고 고용주와 계절근로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4년간 9775명 입국 '1만명 시대' 눈앞

복잡한 서류제출부터 통장개설 지원

언어도우미·긴급의료비 지원 만족감

공공형 계절근로자 기숙사 준공 앞둬

우수인재들 전용숙소 리모델링 착수

가족동반 이주에 맞춘 주거공간 설계

도시가 사람을 맞이하는 방식에는 그 도시의 성격이 담긴다. 어떤 절차를 거치게 하는지, 어디까지 함께 가는지에 그 도시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지역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 지금은 더욱 그렇다. 사람을 불러오는 일만큼이나, 온 사람이 머물 수 있게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상주시가 올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근로자 정책이다. 계절근로자를 위한 원스톱 행정체계와 공공형 기숙사, 그리고 우수 외국인재를 위한 단기숙소. 성격이 다른 세 갈래 사업이 올해 나란히 제 모습을 갖춘다.


올해 6월30일까지 상주에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천28명이다. 베트남 1천90명, 라오스 584명, 필리핀 246명 순이고 캄보디아와 태국·몽골·네팔 등 모두 9개국에서 왔다. 배정 인원도 꾸준히 늘었다. 2023년 1천445명에서 2024년 2천476명, 2025년 2천823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천708명을 받았다. 4년 동안 9천775명, 곧 1만명 시대다.


이는 저절로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다. 상주시는 라오스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계절근로 파견 지역을 기존 8개 주 38개 지역에서 10개 주 83개 지역으로 넓혔다. 또 2025년 경상북도 외국인정책 우수상, 2025년 상주시 하반기 적극행정 우수팀에 선정되어 체계적인 외국인 정책 운영을 인정받았다.


상주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게 언어소통 도우미 채용과 각종 교육과 긴급의료비를 제공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장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는 모습.

상주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게 언어소통 도우미 채용과 각종 교육과 긴급의료비를 제공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장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는 모습.

◆편리하고 친절한 행정지원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 원스톱(One-Stop) 행정체계 구축'으로 상주시는 외국인 근로자와 고용주에게 더 친절하고 빠르게 다가간다. 이름 그대로다. 그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절차들을 한자리로 모았다. 먼저 편의지원이다. 입·출국 인솔과 마약검사, 식비 지원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그런 다음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주에게 인계한다.


고용주를 위한 행정 서비스로 불편도 덜어낸다. 외국인등록 서류 제출과 지문 등록, 통장 개설까지 시가 함께 움직인다. 상주시는 농협중앙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계좌개설에도 편리함을 더했다. 원래는 외국인등록증이 있어야 통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상주시는 농협과의 협력으로 외국인등록번호만 있어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업무협약 덕분에 한국어가 서툰 근로자와 그를 고용한 과수농가가 출입국관서와 은행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농번기에 하루가 아쉬운 농가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더는 셈이다.


언어소통 도우미를 채용해 언어의 벽도 넘어선다. 도우미들은 라오스어와 필리핀어, 베트남어 세 개 언어를 맡는다. 인권침해와 불법체류를 막기 위한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MOU를 통해 입국한 근로자에게는 입국 시점에, 결혼이민자 가족·친척 초청으로 들어온 근로자에게는 매월 실시한다. 지역에 연고를 두고 오래 머무는 이들일수록 더 자주 만나는 구조다. 또 긴급의료비를 지원하고 상주적십자병원과 연계해, 아플 때 갈 곳도 미리 만들어뒀다.


◆몸도 마음도 든든한 기숙사


'공공형 계절근로자 기숙사 건립 지원'도 눈에 띈다. 공공형 계절근로자 제도는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 제15조에 근거를 둔다. 개별 농가가 직접 고용하는 대신 농협 등 수행기관이 근로자를 고용해 작업반을 꾸리고, 일손이 필요한 농가로 보내는 방식이다. 근로자가 특정 농가에 묶이지 않고, 숙소와 관리도 수행기관이 맡는다. 필요한 날짜와 농작업 시기, 필요인력이 농가마다 다른 농촌 현실에 맞춘 제도인 셈이다.


상주시가 선정한 수행기관은 조합공동사업법인과 남상주농협 두 곳이다. 기숙사는 모두 3개소가 지어진다. 조합공동사업법인과 남상주농협은 지난 1월 착공해 오는 10월 준공과 함께 운영에 들어간다. 함창농협은 올해 안에 건립을 추진해 2027년 6월 운영이 목표다. 시설도 눈여겨볼 만하다. 숙소만 있는 게 아니다. 공유주방과 휴게실, 샤워실을 함께 갖춘다.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하는 공간으로 설계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다. 개별 농가가 마련하는 숙소에 대한 기준도 함께 세웠다. 비닐하우스와 창고 제공은 금지다. 냉난방시설과 온수가 나오는 시설, 잠금장치, 침구, 소화기, 화재감지기 여섯 가지는 필수로 갖춰야 한다.


상주지역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장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다.

상주지역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장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다.

◆우수인재 유치에도 정성


'우수 외국인재 단기숙소'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특별한 공간이다. 상주시 중앙로 369-19번, 옛 사옥을 리모델링한다. 대지면적 5천750㎡, 연면적 1천101㎡ 규모로 외국인 커뮤니티센터와 거주시설 21호가 들어선다. 2인실 16호와 가족실 5호에 공유주방과 세탁 공간까지 갖춘다. 가족실을 따로 둔 것은 지역특화형 비자가 가족 동반 이주와 배우자 취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의 특성과 가족단위로 오는 외국인의 정착 유도를 위한 설계인 셈이다.


21개의 방을 채울 사람들은 지역특화형 비자로 들어온 우수 외국인재와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인구감소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직종의 인력을 대상으로 장기체류와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2023년부터 시행된 특례제도다. 지역특화 우수인재(F-2-R)는 한국어 능력 4급 이상, 지역특화 숙련기능인력(E-7-4R)은 2급 이상을 요구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적응과 소통이 이미 가능한 인재들이라는 의미다. 대신 F-2-R은 2년, E-7-4R은 3년간 상주에 취업 및 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상주시는 지난해 F-2-R 100명, E-7-4R 60명을 배정받은 데 이어 올해도 각각 45명과 100명을 신청했다. 숙련기능인력 신청 규모를 크게 늘린 점이 눈에 띈다. 제조업 현장에서 오래 일할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외국인 장기정착을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지역특화형비자 외국인 정착주거 지원' 사업은 지역특화형 비자로 전환한 외국인 35명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주거비를 지원한다. 더불어 외국인의 배우자와 둘째자녀까지 각각 100만원, 50만원씩 지원한다.



정책은 숫자로 말하지만, 그 숫자가 실제로 어떤 삶을 만들어내는지는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상주의 감 농가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 계절근로자 두 사람에게 상주에서의 삶을 물었다.


나오미 바르케즈씨(46)에게 상주는 낯선 도시가 아니다. 그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상주 방문이다. 그가 세 차례나 상주를 다시 찾은 이유는 명확하다. 이곳에서 일하며 모은 소득으로 고향의 자녀들을 위해 땅과 집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오미씨는 "계절근로는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 아니다. 가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자녀들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세 번째 방문이지만, 나오미씨에게 상주는 외국이다. 그럼에도 불안하지 않다. 상주시의 관심 덕분이라고 한다. 그는 "생활하거나 일하면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외국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매우 든든한 일"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바랑가이에서 온 미로 제이라드씨(28)는 감나무를 돌본다. 비료를 주고 나무를 관리하는 일부터 수확한 감을 선별하고 포장하는 일까지, 미로씨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미로씨는 "어려움이 있을 때 언어 문제를 포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안정감이 된다"고 말했다. 낯선 타국에서의 적응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상주시와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관계자들 덕분에 서류 처리부터 의사소통까지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미로씨에게 상주는 그저 일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한국의 농업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고, 효율적이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상주에서 정직하게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동시에, 한국 문화를 배우고 지역사회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번 경험의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글=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준상

대구와 갱상북도의 이바구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