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집단 발생지에 대한 수종전환 방제가 진행된 경북 고령군 다산면 일대 야산. 소나무류가 벌채된 산 능선이 민둥산처럼 드러난 모습. 영남일보 DB
대구 도심 속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지역 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24배가량 늘어나면서다. 이는 지난 14일 대구 남구에서 2년8개월 만에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사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최근 대구와 인접한 경북에서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며 매개충의 번식 거점이 돼 급증한 매개충이 대구 도심 녹지까지 파고들어 발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산림청이 올해 1월 수립한 '소나무재선충병 국가방제전략(2026~2030)'에 따르면,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2021년 30만7천919그루에서 2025년 148만6천338그루로 급증했다. 산림청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제3차 대발생기 진입'으로 진단했다. 연간 감염목이 100만 그루를 웃돌았던 2007년(137만 그루) 1차 대발생, 2014년(218만 그루) 2차 대발생에 이어 약 10년 만에 대규모 재난 사태에 진입한 것이다.
현재 대구와 경북의 피해 현황도 심상치 않다. 대구지역 감염목은 2021년 3천136그루에서 2025년 7만5천758그루로 5년 만에 24배 폭증했다. 달성군은 이미 피해가 집단화돼 정부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됐다. 경북지역 감염목은 2025년 기준 76만1천900그루로, 전국 최다다.
2025년 감염목은 경북이 76만1천900그루로 전국 최다다. 대구는 7만5천758그루로 2021년의 24.2배 늘어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그래프=AI 클로드.
이 같은 도심 유입의 숨은 주범으론 최근 수년간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목과 산림 내 지속 방치된 감염목이 지목된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는 살아 있는 나무가 아닌 죽은 나무나 산불로 고사한 나무에 들어가 알을 낳는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분석 결과, 산불 피해지 매개충 밀도는 미피해지 대비 10배에서 최대 14배까지 폭증한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기름을 부었다. 따뜻해진 겨울 날씨로 유충 사멸률이 떨어졌고, 우화 시기도 과거보다 3주 이상 빨라지며 개체수가 폭발했다.
이 생태적 메커니즘의 연결고리는 대구 도심 전체가 경북의 고밀도 감염지에 둘러싸인 형태인 점과 맞물린다. 작년 의성 등 경북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로 광범위한 산림 속 소나무가 고사했다. 당시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제때 방제되지 못해 방치된 산불 피해목이 거대한 하늘소 번식 창고가 됐다. 여기서 성충이 된 하늘소가 기류를 타고 남하했다. 경북 산속에서 늘어난 매개충이 대구 외곽 산림을 거쳐 도심 한복판까지 유입된 것이다.
경북대 이동운 교수(곤충생명과학과)는 "재선충을 방제하려면 감염목 제거가 최우선이다. 예산적인 문제 등으로 감염목이 제거되지 않고 쌓이면서 매개충의 온상이 된 것"이라며 "작년 대형산불로 죽은 나무들도 매개충 증식 거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따른 재난 사태를 사후 조치만으로 대응하기엔 인력과 예산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도심 조경수의 근본적인 수종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재선충을 완전히 없애려면 영남지방 소나무의 30% 이상을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후 약방문식 벌채를 넘어 도심 가로수와 조경수를 기후위기와 병해충에 강한 대체 수종으로 전환하는 근본적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시웅
현장의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