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우리는 때때로 '부재'가 지니는 거대한 무게를 실감하곤 한다. 눈앞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 비어 있는 자리야말로 오히려 남겨진 이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는 강력한 실체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엄마가 돌아가셨다. 투병 생활을 해왔음에도, 막상 그 이별 앞에 서니 실감 나지 않았다.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을까. 장례식장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았고, 엄마가 이제 없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이별을 체감한 것은 그 후 본가에서 눈을 뜬 어느 아침이었다. 본가에 갈 때면 엄마는 자고 있는 나의 손을 만져주고, 입을 맞추며 깨워주곤 했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를 깨워주던 따뜻한 온기는 어디에도 없었고, 방 안에는 조용한 공기만 머물렀다. 그제야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선명해지며 부재의 슬픔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은 'Playlist : Untitled, 가을' 공연이 있던 날이었다. 엄마에게는 리허설만 보고 금방 오겠다고 말해뒀다. 누군가의 사연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내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리허설만 확인하고 가려던 것이 결국 1회차 공연까지 마친 뒤에야 퇴근해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는 내게 손을 잡아달라고 하셨다. 그 순간까지도 그것이 마지막 시간이 될 줄은 몰랐고, 그 후 두 시간 뒤 엄마는 눈을 감으셨다.
돌이켜보면 엄마는 끝까지 나를 기다려주셨던 것 같다. 내가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멋있는 딸이라며, 누군가를 미소 짓게 만드는 귀한 일을 한다고 늘 격려해 주셨다. 마지막 순간, 조금이라도 딸을 눈에 담고 싶었을 텐데도 내 무대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준 그 마음을 생각하면 먹먹하고 미안하다. 어쩌면 그 기다림은 엄마가 내게 보여준 마지막 사랑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떠났지만, 그 사람이 남긴 것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득 떠오르는 말과 표정, 오래된 습관, 아침마다 손을 만져주던 온기처럼 엄마는 여전히 내 삶의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부재는 텅 빈 자리가 아니라 한 사람이 남겨두고 간 흔적에 가깝다.
그 빈자리를 마주할 때마다 슬픔은 여전하지만, 엄마가 남겨준 사랑은 평생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만질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지만 그 사랑을 간직하며 엄마가 내게 준 삶을 가치 있게 잘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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