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포스코 파업, 연봉 2억이 던지는 질문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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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15 16:32  |  수정 2026-09-15 16:52  |  발행일 2026-09-16
포스코 58년 만의 첫 파업
임금 인상안 무려 열 배 차이
이미 억대연봉 2억 원한다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나
시민들 상대적 박탈감 크다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철강 도시 포항의 심장, 포스코가 창사 58년 만에 처음으로 멈췄다. 지난 9일 오전 7시, 포항·광양 제철소 일부 라인이 정지됐다.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을 요구했다. 사측은 2.0% 인상안을 내놨다. 격려금도 노조는 600%를, 사측은 350만 원을 제시했다. 우리사주 50주 지급까지 더하면, 노조 요구안은 1인당 약 5천300만 원에 이른다. 사측 제시안은 약 533만 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열 배 가까운 차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야 할 숫자가 하나 더 있다. 2025년 기준 포스코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이미 1억2천만 원 안팎이다. 노조 요구안대로라면 평균연봉은 1억7천만 원을 훌쩍 넘어, 사실상 2억 원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국내 상용근로자 평균연봉은 5천61만 원, 중위연봉은 3천417만 원에 그친다. 이 격차를 알게 된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포항의 한 중소기업 직장인은 "우리는 1~2% 인상도 감지덕지인데, 평균 1억 넘는 대기업이 2억을 달라니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노조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역 평균과 견줘보면 온도 차가 크다는 뜻이다.


노조위원장은 파업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파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는 말도 반복했다. 그러나 발언을 곱씹어 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그는 이번 48시간 파업에 이어, 16일부터 120시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무려 2.5배 규모다. 회사의 새 제시안을 충분히 기다리기도 전에 확대부터 공언한 셈이다. 요구 항목도 임금 테두리를 훌쩍 넘어선다. 지주회사 물적분할 이후의 브랜드 사용료와 임대료 문제, 안전투자 참여권, 협력업체 직원 직고용 소통 방식까지 두루 거론했다. 92.2%라는 이례적인 파업 찬반 투표율도 내내 힘주어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다음 달에는 노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다. 위원장은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임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이끄는 모양새는 여러모로 공교롭다. 교섭 자체보다 조직의 결속과 존재감 과시가 앞선 건 아닌지, 합리적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노조가 이를 오해로 받아들이지 않길 바라지만, 시민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 여지가 있다.


문제는 그사이 포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상공회의소의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는 64에 그쳤다. 전 분기보다 11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수출액도 올해 1~9월 누적 12.8% 감소했다. 원도심 상가 공실률은 41.86%까지 치솟았다. 가계대출 잔액은 4조6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억대 연봉자들의 추가 파업 예고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키운다.


죽도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제철소가 흔들리면 동네 장사도 같이 흔들린다"며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저쪽은 억대 연봉 놓고 더 달라 싸운다"고 씁쓸해했다. 지역 근로자의 가족들조차 "월급보다 공장이 멈추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할 정도다. 노사 모두 입으로는 포스코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명분이 아니라 숫자와 공감이다. 노조는 요구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좁히고, 현실성 있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그 상처는 노사가 아니라 지역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노사가 협상 테이블로 하루빨리 돌아와야 할 때다. 파업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노사 모두 숫자 뒤에 서 있는 지역 주민들의 얼굴을 떠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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