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반복된 신보·기보 통합 논의 ‘왜?’…통합 재논의시 본사 위치 쟁점 부상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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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0 21:08  |  수정 2026-09-20 21:21  |  발행일 2026-09-20
중소기업 보증 업무 겹쳐 통합론 되풀이
신보 ‘신용’·기보 ‘기술’ 중심 전문성 차이
대구시 동구 혁신도시 내 신용보증기금 본사. 영남일보 DB

대구시 동구 혁신도시 내 신용보증기금 본사. 영남일보 DB

대구에 본사를 둔 신용보증기금(신보)과 부산에 본사를 둔 기술보증기금(기보)의 통합론은 20년 넘게 반복돼 왔다. 두 기관 모두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에 보증을 제공한다.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점도 같다. 지원 대상과 보증 업무가 일부 겹치면서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업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신보는 기업의 '신용'에 상대적으로 중점을 둔다. 기보는 '기술'을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한다. 비슷한 보증 업무를 수행하지만 역할과 전문성에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두 기관의 업무 중복 논란이 이어지자 2005년 '보증업무 특화 및 중복보증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무 영역을 구분해 중복을 줄이려는 취지로 신보는 일반적인 신용보증을 맡았다. 기보는 벤처·기술혁신기업 등을 중심으로 보증 역량을 특화하는 방향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과정에서도 통합 논의가 이뤄졌다. 두 기관의 지원 대상과 보증 업무가 일부 겹친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두 기관의 통합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필요성이 커졌다. 두 기관을 합칠 경우 기술금융의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통합 결정은 보류됐다.


잠잠하던 두 기관의 통합논의는 지난 3일 발표된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또다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물리적 통합보다는 두 기관을 존속시키면서 역할을 나누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역할 분담안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IT와 AI 등이 결합된 융·복합 산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명확한 경계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두 기관은 설립 배경과 소관 부처도 다르다. 1976년 설립된 신보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일반적인 중소기업뿐 아니라 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보증을 공급한다. 매출채권보험과 투자, 경영지원 등으로 업무 영역도 넓혀왔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으로 선정돼 2014년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했다.


기보는 1989년 출범했다. 당초 금융위 소관이었지만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출범과 함께 관리 기능이 중기부로 이관됐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상대적으로 특화돼 있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기술성과 사업성, 성장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이를 토대로 보증을 제공하는 기술평가가 핵심이다. 출범 당시부터 부산에 기반을 뒀다.


두 기관은 규모에서도 차이가 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일반정규직 현원은 신보 2천660명, 기보 1천457명이다. 신보가 약 1.8배 많다. 보증 규모의 차이는 더 크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증공급액은 신보 40조6천518억원이다. 기보는 17조4천914억원이다. 신보가 약 2.3배 많다. 같은 시점 보증잔액은 신보 76조8천692억원, 기보 31조8천290억원이다. 신보가 약 2.4배 많다.


이번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는 빠졌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만약 두 기관의 통합론이 다시 불거질 경우 기능조정 외에도 본사 소재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신보는 대구, 기보는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어서다. 통합 방식에 따라 본사 소재지와 조직·인력 재배치 문제가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합 논의가 재개될 경우 어느 기관을 중심으로 재편할지도 변수다. 기보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신보 본사 기능이 부산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변수로 꼽힌다. 정부가 추가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능조정이나 통폐합 논의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통폐합 여부를 단순히 두 기관의 업무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기능이 얼마나 중복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 통합에 따른 효과와 각 기관의 전문성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공공기관 통폐합은 각 기관의 설립 목적과 기능을 살펴보고, 실제 기능이 얼마나 중복되는지와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통폐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이전 정책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고, 신보와 기보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둔 기관은 통합에 따른 지역 영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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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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