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첫날인 24일 경북 안동 도심 곳곳에서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국내외 공연단과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피재윤기자
추석을 쇠러 돌아온 사람과 탈춤을 들고 세계에서 건너온 사람이 한 도시에서 만났다.
연휴 첫날인 24일 경북 안동은 아침부터 두 갈래의 발길로 분주했다. 안동역과 버스터미널에는 여행가방과 선물꾸러미를 든 귀성객들이 속속 도착했고, 도심 곳곳에서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국내외 공연단과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과 축제를 찾아오는 길이 안동에서 겹쳤다.
오전부터 안동의 관문은 명절 분위기가 짙었다. 열차와 버스에서 내린 귀성객들은 양손 가득 짐을 챙겨 들고 기다리던 가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부모의 차를 타고 고향집으로 향하는 가족도, 택시를 잡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은 40대 박정석씨는 "명절 때마다 내려오지만 올해는 역에서부터 평소 추석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며 "부모님을 뵙고 가족들과 축제장에도 가볼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도 고향에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도심에서는 또 다른 명절 풍경이 펼쳐졌다.
전통시장에는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생선, 전 등을 장만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인들은 진열대를 다시 채우고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명절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 사이로 여행객의 모습도 간간이 섞였다.
오랜 시간 시장을 지켜왔다는 상인 권장웅씨는 "옛날처럼 명절 며칠 전부터 시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라며 "올해는 탈춤축제까지 같이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다니지 않겠나. 축제 구경 온 사람들이 시장에도 들러 국밥 한 그릇 먹고 장도 좀 봐주면 우리야 더 바랄 게 없다"고 웃었다.
연휴 첫날인 24일 경북 안동 도심 곳곳에서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국내외 공연단과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피재윤기자
시장 밖으로 나오자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장바구니와 선물꾸러미를 든 시민들 사이로 공연 의상과 장비를 챙긴 축제 참가자들이 오갔다. 원도심과 옛 안동역(중앙선1942 안동역), 탈춤 공원 일대에서는 무대를 점검하고 행사장을 정리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추석을 준비하는 도시와 축제를 준비하는 도시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포개진 것이다.
이날 막을 올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다음 달 4일까지 11일간 이어진다. 올해는 24개국 28개 해외 공연팀이 참가해 한국 탈춤과 함께 각국의 전통 가면과 춤을 선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온 공연단에게도 이날 안동은 낯설면서 특별한 공간이었다. 가족이 모이는 한국의 대표 명절과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동시에 시작되는 현장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축제 참가를 위해 안동을 찾은 라트비아 공연단원들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추석에 안동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우리의 춤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한국의 탈춤과 명절 문화를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동의 풍경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명절과 축제 일정이 겹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고, 다른 한쪽에서는 안동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세계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들어왔다.
부모를 만나러 수백㎞를 달려온 귀성객과 자신들의 전통춤을 보여주기 위해 국경을 건너온 공연단, 명절 장을 보러 나온 시민과 축제를 찾아온 관광객이 같은 거리를 걸었다.
전통시장에서는 추석 음식이 장바구니에 담겼고, 축제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탈과 의상이 무대에 오를 채비를 했다. 익숙한 명절 풍경 속으로 낯선 언어와 얼굴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올해 추석 연휴의 시작과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출발이 같은 날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장면이다.
오후 들어 도심으로 향하는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예정된 전야제를 앞두고 축제장 일대에서는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고, 국내외 공연단과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오전의 안동이 '돌아오는 도시'였다면 오후의 안동은 서서히 '맞이하는 도시'로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누군가는 "왔나"라는 부모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고, 누군가는 처음 만나는 관객 앞에서 자신의 고향 춤을 보여주기 위해 안동에 왔다.
서로가 출발한 곳도, 안동을 찾은 이유도 달랐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시작된 24일, 그 길의 끝은 하나였다. 고향 가는 날, 세계가 안동으로 왔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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