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청년 25.8%↓·성주 25.4%↓
2024년 7커플→지난해 14커플 매칭
61.1% "만남에 매우 도움"…사후 관리 필요
지난해 고령 개실마을에서 고령·성주·칠곡군 지역에서 참여한 청춘남녀가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고령·성주·칠곡군은 단일 지자체의 인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역 생활권 단위로 미혼남녀 매칭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고령군 제공
경북 고령·성주·칠곡군이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청년 미혼남녀의 '만남'까지 정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청년에게 단순히 살 집과 일할 곳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또래와 관계를 맺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 지역 정착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
청년층이 빠르게 줄고 있는 군 단위 지역의 한계를 넘기 위해 인접한 3개 군이 행정구역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청년 교류 생활권'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청년 인구의 구조적 유출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정밀한 검증 없이 추진되는 만남 사업은 정착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단순 이벤트성 실적 늘리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화되는 청년 유출과 단발성 사업의 한계
지자체가 청년 간 만남에 예산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심각한 인구 감소가 있다.
고령군의 18~45세 청년인구는 2020년 7천196명에서 올해 8월 5천336명으로 1천860명, 25.8% 감소했다.
성주군의 19~45세 청년인구도 2021년 말 9천6명에서 올해 8월 6천720명으로 2천286명, 25.4% 줄었다. 성주는 2022년 509명, 2023년 462명, 2024년 404명, 2025년 556명이 각각 전년보다 감소했고 올해도 8월까지 355명이 줄었다.
칠곡군도 예외가 아니다. 19~45세 청년인구는 2021년 3만8천350명에서 올해 8월 2만7천873명으로 5천330명(26.8%) 감소했다. 전체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33.7%에서 26.7%로 7%포인트 낮아졌다.
감소세도 일시적이지 않다. 칠곡군의 청년인구는 2022년 1천653명, 2023년 2천144명, 2024년 2천770명, 2025년 2천412명씩 줄어 최근 매년 2천명 안팎의 감소세가 이어졌다. 올해도 8월까지 1천498명이 감소했다.
특히 칠곡군은 같은 기간 전체 인구가 11만3천822명에서 10만4천200명으로 8.5% 감소하는 동안 청년인구는 26.8% 줄었다.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청년층이 훨씬 빠르게 얇아지고 있는 셈이다.
세 지역 모두 2020년 이후 최근까지 청년층의 약 4분의 1이 감소한 셈이다.
청년 인구의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고령군으로 전입한 청년은 1천141명, 전출은 1천224명으로 83명이 순유출됐다. 이후 순유출 규모는 2023년 176명, 2024년 67명, 2025년 182명을 기록했고 올해도 7월까지 126명이 빠져나갔다.
청년층의 전출로 지역 내 만남 자체의 기회가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봉진 지역문화발전소 센터장은 "최근 청년층 전반에서 연애와 관계 형성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으며 특히 농어촌 지역은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가 더 부족한 현실"이라며 "미혼남녀 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부담 없이 만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주의 한 행사장에서 고령·성주·칠곡군 지역에서 참여한 미혼남녀가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 청년에게 또래와 관계를 맺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 지역 정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행사다. 성주군 제공
◆광역 생활권 단위로 미혼남녀 매칭 사업 시행
이에 고령·성주·칠곡군은 단일 지자체의 인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역 생활권 단위로 미혼남녀 매칭 사업을 시행했다. 고령·성주·칠곡이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청년의 생활·교류권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한 군의 한정된 청년층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인접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 만남의 폭을 넓히는 방식이다. 3개 군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통근·통학과 상업시설 이용 등이 서로 연결돼 있다.
2024년 고령·성주가 함께 진행한 '미혼남녀 커플매칭 나이스 투 밋 유! 고령성주'에는 두 지역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미혼남녀 48명이 참여했다. 와인과 에티켓, 반려견 산책, 향기테라피 등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7커플이 매칭됐다.
지난해에는 칠곡군까지 참여하면서 사업 규모가 확대됐다. 72명이 참여해 성주의 참외 디저트 페어링, 고령 개실마을 도자기 체험, 칠곡 글램핑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최종 14커플이 매칭됐다.
지자체가 청년의 만남을 정책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이다. 성남시가 2023년 7월 시작한 이 사업에는 올해 3월까지 24차례에 걸쳐 1천160쌍이 참여해 579쌍이 커플로 이어졌다. 커플 성사율은 49.9%다. 이후 성남시가 8월 집계한 결과 이 가운데 28쌍이 결혼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고, 출산했거나 출산을 앞둔 사례도 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는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참가자의 성격 유형 등을 분석해 조를 편성하는 데 인공지능(AI) 매칭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했다. 단순히 만남의 자리를 한 차례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제 관계 형성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최민석 고령군 인구정책실 팀장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주거와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하고 또래와 교류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며 "청년들이 지역 안팎에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자는 취지로, 앞으로도 청년 주거와 일자리 등 기존 정책과 연계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생활 기반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칠곡군의 한 캠핑장에서 고령·성주·칠곡군 지역에서 72명의 청춘남녀가 참가한 가운데 미혼남녀 커플 매칭 행사가 열렸다. 칠곡군 제공
◆청년 정착, 주거 일자리만으로는 부족
실제 커플매칭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직장인 A씨(성주읍·여·39)씨는 "지자체가 마련한 만남 행사라 조금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체험활동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면서도 "일회성 행사라서 친분을 쌓을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다"고 했다.
지난해 참가자 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61.1%가 미혼남녀 만남에 '매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프로그램 전반과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함께 후속 교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3개 군은 이를 올해 사업에 반영했다. 하루 행사에서 만나 상대방을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기간 취미활동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쌓는 동아리형 반복 참여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올해 총사업비는 6천만원이다. 고령·성주·칠곡이 각각 2천만원씩 사업을 추진하며 각 군 사업비는 도비 1천만원과 군비 1천만원으로 구성된다.
성주군 인구정책과 안윤미 팀장은 "군 단위 지역에서는 한 지역 안에서만 청년들의 만남과 교류 기회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령·성주·칠곡이 함께하면 청년들의 교류 범위를 넓히고 선택의 폭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행사에서 몇 커플이 매칭됐느냐에 그치지 않고 만남이 지속적인 교류와 결혼, 나아가 세 지역 가운데 한 곳에 정착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세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보고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칠곡군의 한 캠핑장에서 청춘남녀가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고령·성주·칠곡이 함께한 미혼남녀 매칭사업에서는 성주의 참외 디저트 페어링, 고령 개실마을 도자기 체험, 칠곡 글램핑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칠곡군 제공
◆검증 없는 성과 발표… 인구 유입·정착에는 의문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실제 인구 유입이나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 공개된 자료상 매칭된 커플 중 실제 지속적인 교제를 이어가고 있는지, 결혼으로 연결되었는지, 혹은 세 지역 내에 최종 정착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사후 추적·관리 체계가 부재하다. 단순히 '몇 쌍이 매칭되었다'는 1차적 수치만으로는 정책의 인구 유입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
2024년 7커플, 2025년 14커플이 매칭됐지만 현재까지 이들 가운데 몇 커플이 교제를 이어가고 있는지, 실제 결혼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지, 이후 고령·성주·칠곡에 정착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군 담당자는 "사후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영남일보가 매칭 커플의 현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군이 해당자들의 연락처를 보유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했다.
안윤미 성주군 미래전략실 저출산정책팀장은 "사실 사후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결혼 여부는 알기 어렵다"며 "결혼으로 이어져도 밝히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만남 여부를 계속 물어보면 거부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 건수를 행정의 직접적인 성적표로 삼기보다는 참가자 만족도와 지속적인 교류 여부 등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 효과를 살펴보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성남시는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갖추고 사후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매칭률을 넘어 결혼과 출산까지 후속 성과를 확인하고 있는 것. 고령·성주·칠곡 역시 참가자와 매칭 커플 수라는 1차 성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기 교제와 결혼,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장은 "만남 정책이 지자체의 단발성 치적 쌓기용 이벤트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청년이 지역에 실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후속 성과 관리와 정주를 위한 장기적인 구조적 연계 장치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현철
지역의 변화와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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