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로 출범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력기관의 독주를 막겠다는 명분이지만, 사법제도의 대격변 앞에서 국민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형사사법의 근간이어야 할 '국민 보호'와 '신속한 피해 구제'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사 지연과 공백으로 인한 피해자 권익 침해다.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의 조정 과정에서 기관 간 책임 핑퐁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건이 이송되고 보완수사를 주고받는 절차가 한없이 길어지면 고소·고발을 하고도 수개월 혹은 수년간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자칫 처리가 미뤄지면 피해자의 삶은 피폐해지고, 범죄자만 웃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지능화·고도화되는 현대 범죄에 대한 대응력 약화도 위협이다.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코인 사기 등 민생 범죄는 초기 수사부터 수사관과 법률 전문가의 유기적 공조가 필수적인데, 검경 합동수사 기구들이 해체되면서 초동 수사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사 현장의 전문성 부재와 법률적 안전장치 해제도 문제다. 당장 오늘부터 전국 근로감독관 5천여 명이 검사의 지휘 없이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노동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게 된다. 이들 중 변호사나 공인노무사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은 단 17명에 불과하다. 법률적 검토나 지휘 없이 이뤄지는 독자 수사가 부실 수사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막힌 것은 국가 형사사법의 틀이 전환되는 순간에 지휘부가 완전히 비어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장관은 공석이고, 공소청장(검찰총장)과 중수청장마저 임명되지 못한 상태다. 수사 기관 간 사건 이송이나 보완수사 절차를 규정할 하위 법령과 수사준칙도 정비되지 않았다. 컨트롤 타워도, 실무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현장의 수사관과 검사들이 책임 회피에 급급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형사사법 개편의 성패를 가르는 궁극적인 기준은 권력기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억울한 국민을 제때 구제하고 범죄자를 엄벌해 사회적 안전망을 공고히 하는가에 달려 있다. 정부와 국회는 수사 혼선과 지연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즉각적인 법 개정과 시행령 보완에 나서야 한다. 수사 인력의 확충과 전문성 제고, 기관 간 협력 가이드라인의 정립 없이는 그 어떤 사법 개혁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새로운 제도가 국민의 피눈물을 담보로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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