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AI에 가려진 ‘작은 공장’을 보자

  •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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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08 10:32  |  발행일 2026-10-09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요즘 경제정책의 중심에는 AI와 반도체,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이 있다. 세계가 기술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다만 미래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결국 일자리와 소득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근 현장에서 작은 공장을 차리겠다는 창업자를 만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통계에서도 이런 흐름은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제조업 창업은 1만5천868개로 2024년 같은 기간 1만8천384개보다 줄었다. 반면 정보통신업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 성장에 힘입어 기술기반 창업은 증가했다. 창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새로운 산업으로 자본과 인재가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전통 제조업과 지역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이 정책의 관심에서까지 멀어지는 경우다. 기계부품, 금속가공, 식품, 섬유 같은 업종은 화려하지 않지만 지역 일자리와 공급망을 떠받치는 뿌리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전체 기업 종사자의 80%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지역에서 직원 10명, 20명을 고용한 제조기업 한 곳의 의미는 숫자 이상이다. 직원과 가족의 소비는 주변 상권으로 이어지고 운송·자재업체와 협력기업에도 영향을 준다. 공장 하나가 작은 경제생태계를 만드는 셈이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정책자금으로 무조건 연명시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첨단산업 지원을 줄이자는 주장도 아니다. 지원의 잣대를 넓히자는 것이다. 기술의 첨단성이나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고용창출, 지역경제 기여도, 공급망 역할 같은 실물경제적 가치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새로운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만큼 이미 지역에 뿌리내린 기업이 성장하고 떠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산업단지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청년과 지역기업을 연결하며, 공공구매와 판로를 넓히는 정책도 필요하다. 기업 유치 실적만큼 지속되는 일자리도 지역 산업정책의 성과로 보아야 한다.


혁신을 보는 시각도 넓힐 필요가 있다. 혁신은 AI기업이나 유니콘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공장의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숙련자의 경험을 데이터화하며, 기존 제품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혁신이다. 기존 산업이 새로운 기술을 입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술금융이 할 일이 있다. 담보는 부족하지만 기술과 사업성, 고용 가능성을 가진 제조업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성장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기술보증기금도 미래 첨단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존 제조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기술혁신,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이 금융의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역할을 넓혀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세계를 바꿀 유니콘도 필요하지만 직원 열 명과 함께 오래 살아남는 작은 공장도 필요하다. 미래산업을 키우는 것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고, 지역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오늘을 지키는 일이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책금융이 함께 물어야 한다. 우리는 미래의 성장만큼 오늘의 일자리에도 충분히 투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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