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영주 순흥도호부는 복원하고, 피끝마을은 이야기로 살리자

  •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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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18 16:58  |  수정 2026-10-19 09:55  |  발행일 2026-10-19
권기웅기자

권기웅기자

'피끝'. 경북 영주시 안정면 동촌1리의 다른 이름이다. 1457년 정축지변 때 희생된 이들의 피가 죽계천을 따라 흘러 이곳에서 멎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짧은 지명에 고을의 비극과 주민들의 기억이 담겼다. 순흥도호부는 고증을 거쳐 복원하고, 피끝마을은 그 사연을 문화콘텐츠로 널리 알려야 할 이유다.


순흥은 1413년 도호부가 됐지만, 1457년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의 단종 복위 사건으로 폐부됐다. 관할 지역은 주변 고을로 나뉘었다. 도호부가 다시 설치된 것은 1683년이다. 고을의 위상을 되찾기까지 226년이 걸렸다.


순흥도호부가 고을의 흥망을 보여준다면 피끝마을은 주민들이 간직한 상처를 전한다. 두 곳을 연결하면 왕실과 충신 중심의 이야기가 이름 없는 백성들의 삶으로 넓어진다. 영주가 내세우는 선비정신도 역사 속 인물의 선택과 실천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활용할 자산은 이미 있다. 순흥 관아 터에는 봉도각과 연못, 주초석 등이 남아 있고 금성대군 위리안치지와 금성단도 있다. 지역 예술계는 '피끝마을 이야기' 공연을 선보였다. 흩어진 공간과 콘텐츠를 하나의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엮을 때다.


관아 복원은 옛 지도와 문헌, 발굴조사에서 시작해야 한다. 건물 배치와 시대별 변화를 확인해 근거가 충분한 부분부터 되살리고, 고증이 부족한 곳은 터 표시나 디지털 영상으로 설명하면 된다. 복원된 공간에는 당시 고을의 행정과 주민 생활을 보여주는 전시·해설을 담아야 한다.


피끝마을은 이야기의 대중화에 힘써야 한다. 어르신들의 구술과 마을 전승을 기록하고 그림책·만화·애니메이션·짧은 영상으로 풀어낼 수 있다. 연극과 뮤지컬, 해설사와 걷는 마을 여행도 방법이다. 다만 역사적 사실과 전승, 창작을 구분해야 콘텐츠도 신뢰를 얻는다.


순흥도호부에서 고을의 역사를 배우고 금성대군 유적을 거쳐 피끝마을에서 주민의 기억을 만나는 동선을 구상할 만하다. 소수서원·선비촌·선비세상까지 연계하면 선비의 학문과 생활, 실천을 함께 이해하는 여행이 된다.


기대 효과는 관광객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해설과 공연, 체험이 체류시간을 늘리고 식사·숙박·농특산물 구매로 이어지면 마을 상권에도 도움이 된다. 주민 해설사와 체험 운영자, 지역 예술인과 청년 제작자에게 일거리가 생길 수 있다. 학교 현장학습과 가족 역사여행은 축제 기간 밖에도 영주를 찾을 이유가 된다.


성과를 내려면 주민이 수익 배분에 참여해야 한다. 일자리와 상권, 문화 충족까지 체계를 함께 검토하고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경북북부 행정의 중심이던 순흥도호부는 복원으로, 충절의 역사 넘어 잊힌 피끝마을은 이야기로 살리는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영주만의 역사를 배우고 머무는 관광으로 연결하는 일, 이제 구체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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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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