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최유리(38) 이사장. 최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역 청년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온 시민 활동가다. 그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디디고 일어설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구경모기자
대구 곳곳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젊은이들이 적잖다. 특히 2030 중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대구가 '떠나는 도시'가 아닌 '기회의 땅'으로 포지셔닝될 수 있도록 소리 없이 노력하는 리더들이 제법 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이 있어 대구는 다시 중흥을 외칠 수 있다. 영남일보는 2030 젊은 리더들의 왕성한 활동력과 목소리를 통해 대구의 활기찬 '내일'을 함께 그려본다. 첫 번째 순서는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최유리 이사장이다.
대구 청년 부채 문제 '빨간불'…불안정한 노동 '낮은 소득'으로
"다양한 고충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힘들 때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지난 10일 만난 최유리(여·38)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역 청년이 겪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민활동가다. 그간 두 눈 부릅뜨고 관심을 가져 온 의제는 크게 두 가지. 바로 '청년노동'과 '부채'다.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인 청년의 현실을 알리고, 금융소외 문제를 공론화해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이는 청년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청년 삶을 둘러싼 도시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인식이 맞닿아 있어서다. 최 이사장에게 이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화두이자, 외면할 수 없는 숙명으로 남아 있다.
최 이사장은 "대구청년유니온에서 청년의 노동권 문제를 다루면서 시민사회에 첫발을 뗐다"며 "청년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도출한 결과, 그 이면에 '빚'이 있었다. 이 부채 문제는 청년노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실제 대구청년이 부채상환을 위해 다시 불안정한 노동현장에 돌아가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 사회에서 빚이 여전히 개인의 무능력이나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구청년의 녹록지 않은 현실은 최 이사장의 삶과도 궤를 같이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아르바이트를 쉬어 본 적이 없었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다 보니 크고 작은 고충과 마주해야 했다. 졸업 후 취업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약 100곳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지만, 90곳가량은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그나마 면접을 본 곳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요구했다. 설상가상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 불량자'로 낙인까지 찍혔다. 한동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자괴감에 빠졌다. 이 모두를 자신의 부족함 탓으로 치부했다.
물론 대구를 떠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다. 청년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지역을 떠나 새 삶을 찾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고향인 대구에 남아 계속 정주하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재기를 모색했다. 주위 도움을 받아 작은 성공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사회 구성원으로 쌓아온 소소한 경험은 새 목표로 이어졌다. 대구청년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보고 싶어진 것. 청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사회적 자원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이 겪는 실패의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최유리(38) 이사장. 최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역 청년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온 시민 활동가다. 그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디디고 일어설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구경모 기자
최 이사장은 "힘든 시절을 겪어 봤기에, 청년들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이들과 대화해 보니, 자신의 문제가 수치스러워 주변에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관계 형성 부족과 공동체 부재 속에서 벌어진 사례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 방법이 있음에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 자신감을 갖고 본인의 삶을 계획하고 실현할 수 있다면 절반 정도는 성공한 셈"이라며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 현재 '디딤'(2018년 설립)으로 이어졌다. 청년 공동체 기반의 '대안금융' 활동이 주를 이루지만, 청년이 처한 다양한 현실을 사회적으로 알려 제도적 해결 방안을 찾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구청년에게 당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최 이사장은 주저 없이 양질의 일자리, 적정한 임금,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꼽았다. 이 세가지를 위해서는 청년이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지원책이 제공되기보다 실제 각자가 처한 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실현돼야 한다는 것. 청년이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도시, 실패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도시로의 전환을 원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나 스스로도 청년유출 문제를 실감한다. 청년에게 지역에 남아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지역에 남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활기찬 삶을 다시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희망이 현실이 되면, 결국 그 변화가 모여 사회를 온전히 바꾸는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자신이 대구시장이라면 가장 바꾸고 싶은 청년정책이 있는지 물었다. 최 이사장은 청년이 어려움을 겪을 때 부담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합 상담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최 이사장은 "전세사기, 투자사기 등으로 아픔을 겪은 청년, 저소득·저신용 청년, 사회 밖 고립 청년을 위한 채무조정, 법률지원, 고용 지원 등을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연계해야 한다"며 "대구청년의 어려움을 한 가지 이유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성과 위주의 목표보다 실제 청년 목소리가 정책에 다양하게 반영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회가 되면 대구시와 그 해법을 같이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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