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선택을 기다리는 사람들, 무대를 꿈꾸는 사람들

  •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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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19 09:16  |  발행일 2026-10-20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택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제작자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거나 누군가의 투자를 기다리고,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를 기다린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직접 만나는 연주자와 배우 역시 다르지 않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공연에 섭외되고, 누군가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기를 기다린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끊임없이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무대 연구발표회를 관람했다. DIMF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배우들과 연출, 스태프들이 함께 만든 공연이었다. 배우 지망생들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열정과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문득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음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좋았다. 공연을 통해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음악을 할 수 있을지 같은 현실적인 고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훨씬 컸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주변의 많은 동료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음악을 그만두었다. 예술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 보면 누군가 떠나는 일도 점차 낯설지 않게 된다. 처음에는 안타깝고 아쉬웠던 이별도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그런데 이날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배우들의 눈빛을 보며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마주했다. 작은 실수에도 긴장하는 모습,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장면을 이어가는 모습에 나 역시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을 응원하며 무대를 지켜봤다.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 보이지 않았을 마음 깊숙한 곳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 무대 위에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응원받을 만한 공연이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이자 세계적인 뮤지컬 축제로 성장해 온 DIMF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이 대구 관객을 만났고, DIMF 아카데미를 거쳐 간 배우와 창작자들은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축제의 성과는 화려한 무대와 관객의 박수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무대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이어갈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일 역시 중요한 성과다.


앞으로도 DIMF의 건승을 응원한다. 그리고 이제 막 저마다의 빛을 내기 시작한 이들을 응원한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날보다,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에 서는 날이 더 많아지기를. 그들이 처음 품었던 열정이 현실의 벽 앞에서 너무 일찍 빛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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