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구정원박람회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대구 북구 금호강 하중도로 향하는 길목에 서자 선선한 강바람을 타고 가을 흙내음이 훅 끼쳐 왔다. 금호강 둔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하중도로 가기 위해 노곡교 위로 올라서자, 강변을 따라 파도처럼 일렁이는 주황빛 코스모스 꽃밭과 섬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정원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다리 난간 너머로는 박람회 슬로건이 큼직하게 새겨진 대형 지붕 구조물과 막바지 무대 점검이 한창인 메인무대가 내려다보이고,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 물길과 버드나무 군락, 그 뒤편으로 병풍처럼 둘러선 산세가 어우러져 도심 속 거대한 생태 쉼터의 위용을 실감케 했다.
노곡교를 건너 행사장 동편 기업협력정원 구역으로 들어서자 한층 세련된 조경 기술의 세계가 펼쳐졌다. 전문 조경가와 기업의 손길로 빚어낸 8곳의 정원은 키 큰 침엽수 아래로 관목과 오색의 계절 초화류가 층층이 입체감을 이루고, 발밑에는 짙은 자갈과 목재 경계가 식재 공간을 깔끔하게 갈라 놓았다. 색색의 꽃들이 군락을 이룬 화단 곁에는 잠시 쉬어 갈 벤치와 파라솔이 놓여 정원과 관람객의 거리를 좁혔다. 바로 곁에는 45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57개 부스 규모의 정원산업전 거리가 길게 이어졌다. 신품종 정원식물부터 원예 자재, 감각적인 조경 소품까지 실제 정원을 가꾸는 데 쓰이는 자재들을 눈앞에서 직접 만져 보고 비교할 수 있어 조경 산업의 생생한 현장감까지 전해졌다.
기업정원의 세련미를 뒤로하고 몇 걸음 옮기자 호젓한 '시민정원사 가든'이 발길을 붙잡았다. 사각거리는 흰 자갈길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정원 안쪽으로 뻗어 있고, 길섶에는 바람에 서걱대는 은빛 억새와 나직한 관목, 가을 초화류가 다정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자갈길 모퉁이마다 놓인 목재 벤치와 테이블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색에 잠기기에 알맞았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펼쳐진 드넓은 꽃밭이 압도적인 시각적 쾌감을 준다면, 이곳은 식재의 높낮이와 색감, 자갈과 잔디, 목재 시설물이 맞물리는 섬세한 구성을 한눈에 살피며 일상 속 정원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황화코스모스 꽃밭 사이사이에 늘어선 시민정원 구역은 평범한 이웃들의 다정한 온기가 묻어나는 장소였다. 일상 속 행복한 순간과 가족·이웃의 추억을 모티브로 시민들이 손수 가꾼 19곳의 정원(각 3m×3m)이 옹기종기 자리 잡았다. 어떤 작품은 작은 목재 아치와 벤치, 조형물로 아늑한 뜨락을 연출했고, 어떤 작품은 바닥에 판석과 자갈을 깔고 소담한 꽃들을 촘촘히 엮어 이야기를 풀어냈다. 정원 사이를 가르는 산책로 양옆으로는 주황빛 코스모스와 분홍빛 꽃들이 띠를 두르고,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운치를 더했다. 유모차를 밀며 미리 산책에 나선 가족들과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광활한 꽃밭의 화려함과 손바닥만 한 정원에 담긴 소박한 정성이 정다운 대비를 이뤘다.
코스모스 꽃밭에 자리한 학생정원 20곳(청소년부 4곳, 대학생부 16곳)에 들어서자 젊은 창작자들의 풋풋하고 과감한 실험 정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구의 근대골목과 문학 유산을 학생들의 눈높이로 재해석한 이곳은 나무와 돌, 풀뿐 아니라 붉은 벽돌과 거울 같은 독특한 오브제를 과감히 끌어들였다. 정원과 정원 사이를 잇는 흙길을 걸으며 작품마다 다르게 변주되는 조형미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정원 너머 메인무대에서는 축제 기간 울려 퍼질 문화공연 리허설 소리가 가을 하늘로 퍼져 나가고, 행사장 곳곳의 토크쇼와 도슨트 투어, 가족정원 만들기, 반려식물 상담소 부스도 손님맞이 준비를 끝마쳤다. 은빛 금호강과 흐드러진 가을 꽃밭,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정원들이 어우러진 하중도의 가을은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간 나들이객을 맞이한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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