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미국 비자 ‘거부’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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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29 16:25  |  발행일 2026-10-30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진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과 함께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미·중 패권경쟁의 최전선인 인태사령부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군사정권 시절 진 위원장의 '미군 철수 주장'과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다시 문제 삼은 점은 의미심장하다. 진 위원장은 동일한 전력으로 2014년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바 있다. 12년 전 열렸던 문이 2026년에 닫힌 이유는 한 인물의 위험성이 커져서가 아니라, 한국 정치권의 대미(對美) 노선에 대한 워싱턴 안보 라인의 경계심과 불신이 투영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타국의 고위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비자 발급은 이민법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적 온도계'로 작동해 왔다. 인도의 최고 권력자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2005년 구자라트 주(州)총리 시절 9년 동안 미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미국은 종교 소요 방조 혐의를 적용해 입국을 막았다가, 총리 취임 후에야 빗장을 풀었다. 유럽의회 의원이었던 프랑스의 호세 보베는 방미 과정에서 번번이 비자 거부나 공항 억류를 겪었고, 영국의 제레미 코빈 노동당 전 대표도 비자 지연 조치를 당했다.


미국의 시스템적 경직성과 원칙주의는 여의도 정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미국 방문 비자(B1/B2) 거절률은 2024년 14.97%에서 2025년 24.73%로 불과 1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동맹의 수사(修辭) 뒤편에서 정치인의 공무 방문부터 일반 국민의 일상적 교류까지 보이지 않는 장벽이 촘촘해지고 있는 셈이다. 바야흐로 한국 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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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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