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두씨가 배바위 위에 쌓은 돌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하수 기자
"70살 때부터 쌓았지요. 어머니의 유언인데 그 전에는 아이들 키우느라 시간이 없어서 못하다가 애들 다 외지로 나가 혼자 남게 됐을 때부터 시작했어요."
경북 상주시 공성면 거창리 문형두씨(80)는 10년 전부터 돌탑을 쌓기 시작, 83기를 완성하고 84기째 쌓는 중이다. 2000년에 96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문씨의 첫 번째 탑은 어머니께서 생전에 정화수를 뜨던 작은 도랑 옆에 있다. 웅이산(해발 478m)에서 발원한 도랑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도랑은 깊고 경사가 심하여 노모가 오르내리기에 너무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형두씨가 가고 없는 어머니를 위해 띄워 놓은 밧줄.<이하수 기자>
문씨는 몇 해 전 그 경사로에 굵은 밧줄을 띄워 놓았다. 위쪽에 튼튼한 쇠파이프 기둥을 세우고 아래 도랑 옆에 서 있는 살구나무에 밧줄을 걸어 연결해 놓았다. 밧줄에는 손이 미끄럽지 않도록 일정 간격으로 매듭이 지어져 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없지만 노구를 이끌고 오르내리면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생각하며, 지나간 그 세월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심산으로 줄을 매 놓은 것이다.
44세에 노산으로 문씨를 낳은 어머니는 문씨가 돌이 되기 전에 남편을 잃었다. 핏덩이까지 2남1녀를 혼자 키워야 하는 과부가 된 것이다. 남편이 남긴 재산은 1마지기(약 660㎡) 남짓한 천수답뿐이었다.
"애들하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모진 고생을 하셨지요. 도토리 주워다가 묵을 쒀서 묵장사도 하고 ….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
문씨의 어머니는 그 고난의 세월을 치성으로 버텨나갔다. 매일 새벽 도랑에서 정화수를 떠다가 배바위에 올려놓고 기도를 올렸다.
"우리가 너무 어리고 당신께서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먹일 수도 없으니까 '어린 자식들 무탈하게 자랄 수 있게 하고, 애들 다 클 때까지 건사할 수 있도록 이 몸 성하게 해주십사'하고 날마다 빌었던 것이죠."
배바위는 어머니가 정화수를 뜨던 도랑 위, 어머니가 최초로 매입한 거창리 478번지 논가에 누워있다. 그 뒤에 두꺼비바위와 거북바위가 있다. 이 배바위와 거북바위·두꺼비바위를 신성시한 어머니는 동네 아이들이 바위에 올라가는 것을 싫어하셨다.
"처음에는 그 바위가 배바위인지, 거북바위인지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설명을 해주시니 알겠더라고요. 어머니는 생전에 '내가 죽거든 바위 위에 돌을 쌓든 성황당을 만들든 아이들이 함부로 올라가서 더럽히지 못하게 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문씨는 산을 향해 올라가는 형상을 한 배바위 위에 제2호, 제3호 돌탑을 쌓았다.
"어머니는 우리를 키우느라 세상구경을 한 번도 못하셨어요. 그래서 돌아가신 후에라도 배를 타고 여기저기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시라고 배 바위 위에 탑 두 기를 세웠습니다. 탑이 황포돛대가 되어 어머니를 어디든 모시고 가라고…."
문형두씨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쌓아올린 돌탑. 83기를 완성했으며 내년까지 100기를 세울 계획이다. 이하수 기자
돌탑 두 기를 얹은 배바위는 멀리서 보면 돛대 두 개를 단 배처럼 보인다.
문씨는 당초 어머니가 자신을 낳을 당시의 나이에 맞춰 탑 44기를 쌓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다 쌓게 됐다. 다음에는 54세에 돌아가신 부친을 기념할 생각으로 54기의 탑을 목표로 정했다. 이후 54기를 쌓고도 근력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목표를 아예 100탑으로 늘려 잡았다.
"어머니가 96세에 돌아가셨는데, 100기를 채워야 어머니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게 되지 않을까 생각돼서 100기를 쌓기로 했습니다."
문씨는 자신의 나이 80이 되는 올해까지 탑을 다 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에만 탑을 쌓는 '주경야탑'을 하다 보니 내년까지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성한 아이들이 탑 쌓는 것을 돕겠다고 해요. 그런데 이 일은 나의 일이고, 또 혼자 해야 탑이 똑바로 올라가지 누가 거들면 중심이 제대로 서질 않아요."
문씨는 돌탑 쌓는 방법을 배운 적도, 쌓는 것을 본 적도 없다.
"내 키보다 훨씬 높은 곳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친구들이 '늙은 사람이 힘도 좋다'고 합니다. 탑을 쌓을 때는 내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데서는 들지도 못하는 큰 돌을 탑 쌓을 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사다리도 없이 3m, 4m를 들어 올려놓게 됩니다. 어머니가 힘을 보태주시는 것 같아요."
문씨가 쌓아 놓은 돌탑 상부의 감실(龕室)에는 부처님 여러 위가 모셔져 있다. 문씨가 모셔둔 것은 아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문씨의 공력(功力)에 감심하여 안치한 것이다.
문씨는 "부처님을 모셔둔 사람들의 마음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어머니의 은혜가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을 가져다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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