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자인면에서 비가림 시설재배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문광기씨는기후변화 위기에 시설 재배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강조했다. 박성우기자
"기후변화로 봄철 개화 시기 이상저온 현상으로 인한 냉해 피해가 농가에는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농사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서 3천100여평 규모의 복숭아 농사를 짓는 문광기씨(58)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가림 시설재배를 새로운 돌파구로 선택한 전문 농업인이다.
10여 년 전 40대 후반의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와 부친의 농사를 이어받은 그는 해마다 달라지는 기상 여건 속에서 노지재배의 한계를 절감했다. 특히 봄철 이상저온과 장마철 집중호우 등이 복숭아의 결실과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재배 방식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가 비가림 하우스를 도입한 것은 3~4년 전이다. 경산시의 보조금 등을 지원받아 1억원을 들여 시설재배를 시작했다. 적지 않은 투자비가 부담이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농업소득까지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문씨는 "기후는 농민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기존 노지재배 방식만으로는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설재배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농민이 재배환경을 일정 부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설재배를 도입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수확 시기와 소득이다. 비가림 시설은 봄철 냉해와 장마철 강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시설 내부 온도를 관리해 수확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문씨에 따르면 600평을 기준으로 신비복숭아 품종의 경우 노지재배 매출은 약 1천500만원인 반면 시설재배는 6천만원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 재배 여건과 수확량, 상품성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설재배 매출이 노지재배보다 3~4배가량 높은 셈이다. 전체 농장 매출도 9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약60% 증가했다고 한다. 시설재배 도입 후 억대농 반열에도 올랐다.
그러나 시설재배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시설 투자비도 부담이었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결실을 확보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문씨는 "시설에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꽃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면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온도와 습도, 외부 기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실에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 지난 3년간 끊임없이 현장을 지켰다. 특히 복숭아 결실에 중요한 시기인 3월부터 4월 말까지 약 60일 동안 매일 새벽 4시에 하우스에 들어가 온도와 습도를 확인했다.
문씨는 "새벽 4시 무렵은 하우스 내부 온도가 가장 낮아지는 시간대다. 이때 온도가 6℃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동화 장비도 도움이 되지만 농민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안정적인 시설재배를 위한 자신만의 기술과 경험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씨는 앞으로 경산지역 복숭아 농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시설재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앞으로 5~10년 안에 노지 복숭아 재배가 상당한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며 "시설재배는 선택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설재배 확대를 위해서는 농가의 초기 투자 부담을 덜어줄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씨는 "시설 설치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특히 고령 농업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며 "경산시가 농가별 여건에 맞춰 시설 지원을 확대하고 지원 방식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설 보급 못지않게 재배 기술을 공유하는 체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설만 갖춘다고 누구나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선도 농가의 경험을 후발 농가에 전수할 수 있는 교육과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청년 농업인 육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농촌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농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문씨는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소득이다. 농사를 지어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젊은 사람들도 농촌에 들어올 수 있다"며 "농업이 직장생활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복숭아 농사에 관심을 갖고 농촌에 정착하려는 20대 청년에게 자신이 익힌 재배 기술과 경험을 전하며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청년이 농업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다른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지역의 청년 농업인들이 찾아오더라도 제가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경산지역 농업의 구조적인 어려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대도시와 가까워 농산물 유통과 판매에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농지 가격은 청년들의 농업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문씨는 "경산은 농지 가격이 높아 젊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농업 기반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영천이나 청도 등 주변 지역과 비교해 농업 지원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여건을 극복하려면 시설재배와 같은 고소득 농업을 육성하고, 농가별 상황에 맞는 지원과 기술 교육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혼자만의 성공이 아니다. 자신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재배 기술을 다른 농가와 나누고, 지역 농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문씨는 "농업도 결국 소득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고, 젊은 세대도 들어올 수 있다"며 "혼자만 잘사는 농업이 아니라 서로 기술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농촌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우
경산•청도 담당 기자입니다.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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