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북초 학생들의 손편지에 화답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X에 게시한 글. X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경북 포항의 작은 농촌 학교 어린이들이 보낸 손편지에 직접 화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조차 없는 지역 여건 때문에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렵다는 어린이들의 호소에 공감하며, 지역에 따른 문화 향유 격차를 줄일 방법을 찾겠다고 밝혀서다.
이 대통령은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옛 트위터)에 포항 기북초등학교 6학년 예림·예서·도현·지아·하윤 학생을 향한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포항 기북초등학교 6학년 예림, 예서, 도현, 지아, 하윤 학생 안녕하세요. 대통령 할아버지예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동네에 영화관도, 공연장도, 미술관도 없다는 편지 잘 받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학교는 작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세상까지 작지는 않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며 "거리가 멀어 문화생활이 어려운 친구들도 쉽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방법을 꼭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어린이들의 진솔한 사연과 구체적인 정책 제안에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 글은 기북초 6학년 학생 5명이 전교생의 마음을 담아 보낸 편지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답변한 것이라 화제다.
기북초 학생들 손편지. X 갈무리
학생들은 편지에서 지난 어린이날 이 대통령이 어린이들이 보낸 쪽지에 영상으로 답장한 것을 봤다고 소개했다. 당시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이 소풍과 체험 캠프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언급하며 "그 약속 안에 시골 작은 학교 어린이들도 꼭 넣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기북초 학생들 손편지. X 갈무리
이어 자신들이 생활하는 기북면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편지에는 기북면 인구가 1천282명이고, 주민 평균 연령이 64세를 넘을 만큼 고령층이 많은 조용한 마을이라고 적혀 있다.
학생들은 기북초등학교 전교생이 17명이라고 소개하며 "도시 학교라면 한 반 정도인 숫자가 우리에게는 학교 전체"라고 설명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서로의 이름을 모두 알고, 누가 오늘 기운이 없는지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작은 학교의 일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교와 마을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은 제한적이었다. 학생들은 "우리 동네에는 영화관도, 공연장도, 미술관도 없어요"라며 영화 한 편을 보려면 포항 시내까지 승용차로 40분, 버스로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도시 어린이들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박물관에서 체험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다. 보고 싶은 마음은 도시 어린이들과 똑같지만, 자신들에게는 공연장이 너무 멀다는 것이다.
기북초 학생들 손편지. X 갈무리
특히 학생들은 문화생활의 어려움이 단순히 관람료 부담 때문만은 아니라고 짚었다. 선생님을 통해 문화누리카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지원되는 제도여서 자신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편지에 "우리 동네 친구들에게는 돈만 문제가 아니에요. 거리가 문제예요"라고 적었다.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어도 주변에 시설이 없고, 시설이 있는 곳까지 이동할 교통수단과 비용이 마땅치 않은 농촌 지역 어린이들의 현실을 짧지만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어 올해 19~20세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청년 문화예술패스'도 사례로 들었다. 학생들은 청년 문화예술패스가 가정 형편과 관계없이 지원되고,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에게는 수도권보다 많은 20만원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따라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정부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배려를 시골 작은 학교 어린이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마지막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이들은 대통령에게 "우리 학교는 작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세상까지 작지는 않아요"라고 전하며 "바쁘시겠지만 우리 17명의 이야기를 꼭 읽어주세요. 늘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남겼다.
기북초 학생들 손편지. X 갈무리
기북초 학생들의 손편지가 외부의 응답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6학년 이지아 학생이 교촌에프앤비에 보낸 편지를 계기로 기북초등학교와 죽전초등학교의 연합운동회 현장에 치킨 나눔 행사가 마련됐다. 7월에는 6학년 강예림 학생의 편지에 현대카드가 화답해 학교를 찾아 금융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어린이들의 관심이 먹거리나 금융교육을 넘어 지역 간 문화 향유 격차라는 공공 정책의 문제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어린이들의 제안에 공감하고 문화생활 접근성을 개선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단순히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어린이들이 실제로 문화공간에 도달하고 친구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김인경 경상북도포항교육지원청 유초등교육과 현장학습담당 장학사는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학교에서 현장 학습 지원비라든가 기타 인력 보조금을 신청하면 지원하고 있다"라며 "편지 내용이 이러한 지원을 벗어나는 범위의 것들인지에 대해 기북초 학교 관계자를 상대로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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