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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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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수성아트피아 마티네콘서트…영화 속 클래식 선율로 힐링 시간
수성아트피아는 올해 마티네 콘서트 'ON STAGE' 시리즈 첫 번째 공연 '시네마 온 스테이지'를 오는 12일 오전 11시 한영아트센터 안암홀 무대에 올린다.마티네 콘서트는 2007년 수성아트피아 개관 이래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획 공연 시리즈다. 오전 시간을 활용한 공연으로 올해는 수성아트피아 내부 리모델링으로 수성구 내 민간 공연장에서 진행한다.상반기 마티네 콘서트는 5·6·7월 월별 주제에 맞춰 무대를 꾸민다. 영화 속 클래식 곡들을 선보이는 '시네마(Cinema) 온 스테이지'(5월), 시로 이루어진 독일어권 예술가곡을 선보이는 '포엠(Poem) 온 스테이지'(6월), 아르헨티나, 브라질 출신 작곡가들의 정열적인 곡들을 연주하는 '패션(Passion) 온 스테이지'(7월)로 구성했다. 연주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DJ, 예술 특강 강연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최훈락이 해설을 맡았다.12일 열리는 '시네마 온 스테이지'에선 영화 '키쿠지로의 여름' '오션스 일레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영화 속 음악을 연주한다. 권수진, 오지혜(바이올린), 오지환(비올라), 우창훈(첼로), 츠츠이 마유미(클라리넷), 정새롬(오보에)가 출연한다. 공연 종료 후 '커피 맛을 조금 아는 남자'의 커피와 다과를 제공한다. 전석 2만원. (053)668-1800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수성아트피아 마티네 콘서트의 해설을 맡은 피아니스트 최훈락.
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등 5개 사업 예타면제 의결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등 5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한다. 정부는 29일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올해 제1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해당하는 5개 사업에 대해 면제를 의결했다. 해당 사업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과 ▲5-2생활권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사업(세종시) ▲태안군 하수도시설 건설공사 민간투자사업 ▲광주시 종합폐기물처리시설 설치사업 ▲친환경 실습선 대체 건조사업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으로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사업 추진계획이 확정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란 절차를 거쳐 예타 면제를 의결했다. 국가재정법은 지역균형발전과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 중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건설사업과 ▲송도5교 고가차도 건설공사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국가 자율협력주행 인증관리체계 정보시스템 ▲읍·면 단위(중규모) 액화석유가스(LPG) 배관망 구축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사업에 대한 추진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고속도로 기점을 현재의 서인천IC에서 남청라IC까지 연장해 수도권외곽순환망(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과 연계하는 사업이다.
[주말&여행] 전북 남원 지리산 실상사, 주먹코 왕눈이 석장승이 반겨주는 천년고찰…풀꽃 가득한 극락같아
눈앞이 뿌옇다. 눈꽃도 아니고 꽃비도 아닌 것이 폴폴 눈앞을 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천천히 앉을 곳 찾는 여유로운 두리번, 민들레 갓털의 유람이다. 해탈교 입구에 서 있는 석장승의 빙긋한 웃음 위로, 다리 앞에 벌러덩 누운 석장승의 이마 위로, 다리의 느슨한 무지개를 타고, 졸졸졸 흐르는 냇물을 건너 민들레 갓털이 흩어진다. 폴폴, 세상 천지에 백발의 꽃이 날고 해탈을 넘으니 피안이다.들판 가운데 자리한 절…신라 흥덕왕때 홍척스님이 창건마당 가운데 석등·석탑부터 철로 만든 약사불 모두 보물보광전 범종 칠 때마다 우리나라 흥하게 한다는 소문있어일제강점기에 주지스님 문초 당하고 타종 금지된 역사도◆지리산에 안긴 평평한 피안천변의 평평한 땅이다. 냇물은 지리산 깊은 계곡으로부터 흘러와 평평한 땅을 감싼다. 휘 둘러보면 천왕봉, 반야봉과 같은 지리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커다란 아름으로 둘러서 있다. 이곳은 남원시 산내면의 입석리 들판. 그 가운데에 천년 고찰 실상사(實相寺)가 자리한다. 다리를 건너면 또 두 기의 석장승이 기다리고 있다. 착한 얼굴의 주먹코 왕눈이 석장승들이 이제 막 재채기를 한 것처럼 코를 벌렁거린다. 해탈교 양단의 석장승들은 영조 1년인 1725년에 세워진 것이라 한다. 300년 세월을 저리 웃으며 피안과 차안의 경계를 지키고 있다. 원래 4기였으나 한 분은 20세기 초반 홍수와 함께 떠났다. 누워있는 석장승은 2014년 지리산프로젝트 때 만든 것이다. 언젠가 벌떡 일어서기를 바라면서. 좁은 수로와 함께 직선으로 난 길을 간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논에는 봄 논갈이가 끝나있고 왼편의 과수원에는 하얀 꽃들이 만발이다. 그리고 곧 넉넉히 채워진 논물 속에 실상사가 나타난다. 이 논에 연을 심으면 연 밭이 될 테지. 지금은 영락없이 물댄 논이지만 언젠가의 사진에 연잎이 가득했던 것이 생각난다. 찰랑이는 수면 너머 낮은 담과 높은 수목들 사이에 전각들의 지붕이 걸려 있다.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 3년인 828년에 증각대사 홍척(洪陟) 스님이 창건한 절집이다. 신라 말기 참선을 중시한 선종(禪宗)의 여러 종파가 전국 명산에 절을 세웠는데 실상사가 그중 하나다. 정유재란 때 모두 불타 숙종 때 건물 36동을 다시 지었으나 고종 때 방화를 당해 현재의 규모로 복구했다고 한다. 논가 민들레 꽃길 끝에 천왕문이 빛으로 열려 있다. 그 속에 석등과 석탑과 보광전이 돌과 나무의 빛깔로 가득 빛난다. 천왕문에 걸린 현대의 주련이 속삭인다.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나라.' ◆실상사넉넉한 마당 가운데 석등이 서 있고 그 좌우로 석탑이 서 있다. 모두 보물이다. 이들을 앞세우고 주법당인 보광전이 자리한다. 고종 때인 1884년에 세워진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에 단청이 없는 소박한 모습이다. 그러나 주변에 놓여 있는 주춧돌들은 원래 더 커다란 규모였음을 보여준다. 보광전 안에는 1694년에 주조한 범종이 있다. '스님이 기도할 때 울리는 종이다. 종 앞면에는 구름무늬와 보살그림이 있다'. 실상사 문화재 안내판 옆에 지역 청소년들이 만든 안내판이 나란하다. 아이들의 설명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범종에는 구름과 보살 외에 우리나라 지도와 일본 지도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종을 치면 일본의 경거망동을 경고하고 우리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소문 때문에 일제강점기 말기 주지스님이 문초를 당했고 타종이 금지되기도 했다고 전한다. 보광전 오른편에는 약사전이 위치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중앙의 꽃문살이 아름답다. 전각 안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철로 만든 약사불이 모셔져 있다. 보물 제 41호다. 무릎 아래는 복원한 것이고 깨어진 두 손도 근래에 찾아 원래대로 복원했다. 약사전 부처님은 천왕봉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 너머 일직선상에 후지산이 있단다. 그래서 백두대간을 흘러온 기운이 일본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크고 무거운 철불로 모셨다고 한다. 약사전 옆 대숲은 대숲법당 '바람그물'이다. 약사전 앞마당에는 무궁화 한 그루가 등대처럼 서 있다. 무궁화 남쪽에는 명부전이 있고, 어둑한 내부에는 실상사 석탑의 눈으로 본 2015년의 하루가 365초의 영상으로 지나간다. 이들 역시 지리산프로젝트의 작품들이다. 이 천년 절집의 곳곳에서 지리산 프로젝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언젠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석장승과 빛나라고 속삭여주는 천왕문의 주련처럼,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불성과 평화에의 염원이고 기원이다. 작은 종각 옆에 엄청난 양의 오래된 와편들이 탑으로 쌓여 있다. 얼마나 대단한 가람이었을까. 뒤쪽에는 너른 단에 초석만 놓인 커다란 목탑지가 펼쳐져 있다. 얼마나 웅장한 가람이었을까. 초석 사이에 노란 리본이 놓여 있다. 고려시대 탑이 서 있던 자리는 8년간 304개의 등불을 밝힌 기도처가 되었고 이제는 생명평화광장으로 가꾸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실상사는 생명평화운동, 실상사 작은학교, 화엄학림, 귀농학교 등을 통해 공동체와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행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것은 서로가 빛이라는 자각,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존재 그자체가 부처라는 실상(實相)에 다다르기 위한 실천이다. ◆풀꽃 가득한 극락의 뜨락경내 왼편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을 지난다. 한 칸 옛 해우소는 소리비가 내리는 화랑이다. 가을 들판의 참새소리, 밤 개구리소리, 대나무 숲 소리, 새벽 범종소리, 풀벌레 소리 등 실상사 주변의 생명들로 가득 차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생태 화장실을 지나면 극락전 영역이다. 넓게 비워진 뜨락은 온통 민들레다. 꽃잎을 떨구고 몽글몽글한 백발로 성숙한 종자들이 어느 때건 날아오를 준비를 끝내고 그 여린 줄기를 노래처럼 흔들고 있다. 세상천지를 날던 갓털의 고토가 여기였나. 그들의 자유 속에 노란빛과 보랏빛의 풀꽃들이 평화롭다. 풀꽃들의 가장자리로 수목들이 자라고 그들의 그늘 속에 증각대사 홍척 스님의 부도와 부도비, 그의 제자인 수철화상의 부도와 부도비가 있다. 모두 보물이다. 그리고 한쪽에 극락전과 스님의 작은 거처가 일곽의 담장 안에 함께 자리한다. 극락전 앞마당도 온통 풀꽃들이다. '모두가 꽃으로 빛나는 화엄 세상'이다. 수철화상이 제자가 되기를 청했을 때 홍척 스님은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수철화상이 대답했다. "스님의 본성은 무엇입니까." 풀꽃들의 뜨락에 놓인 낡은 의자가 내게 묻는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어리석은 중생은 다만 앉고 싶다. 이 작은 절집을 그리 오래 거닐었으니. 수철화상은 이런 유언을 남기고 입적하였다. "나는 떠나갈 것이니 너희들은 부지런히 힘써 반드시 불법(佛法)의 뜰에서 노닐어라."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 12번 대구광주고속도로 광주방향으로 가다 지리산IC에서 내려 직진한다. 인월교차로에서 9시 방향으로 나간 후 신촌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천황봉로를 타고 직진하면 된다. 산내면소재지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오른쪽에 실상사 표지판이 나타난다. 도로 좌측에 주차장이 있고 무료다. 주차장 맞은편 실상사 입구에 매표소가 있으나 지키는 사람은 없다. 매표소 지나 해탈교를 건너면 실상사의 평평한 실루엣이 보인다.실상사 석등은 보물 35호, 석탑은 보물 37호다. 석탑의 상륜부가 온전하여 대단히 진귀한 것으로 평가된다.해탈교 양단의 석장승들은 국가 중요민속자료 15호로 영조 1년인 1725년에 세웠다고 한다. 원래 4기였으나 1기는 20세기 초반 홍수로 유실되었다.누워있는 석장승. 2014년 지리산프로젝트 때 만든 것으로 몸통을 닮은 돌을 천에서 건져 올리고 얼굴 조각을 더해 생명을 주었다. 언젠가 벌떡 일어서기를 바라면서.
[정문태의 제3의 눈] 타이, 망고 열풍이 분다
오늘은 열대 과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타이말로 '마무앙'이란 게 있다. 한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망고다. 요즘이 제철이고 1㎏에 1천원쯤 하는 흔한 과일인데, 느닷없이 며칠 전부터 열풍에 휩싸였다. 더 또렷이 말하자면 찹쌀밥에 망고를 얹고 코코넛 밀크를 곁들인 후식 '카오니야오 마무앙'이 이 열풍의 눈이다. 진원지는 밀리로 잘 알려진 타이 래퍼 다누파 카나티라꾼이 공연 끝자락에 이 카오니야오 마무앙을 먹은 캘리포니아의 코첼라밸리 음악예술축제 무대였다. 그게 지난 17일이었다. 곧장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 카오니야오 마무앙이 퍼지면서 난리가 났다. 카오니야오 마무앙 가게들 앞엔 줄이 이어졌고, 배달앱 라인맨엔 하루 주문량이 350%나 뛰었다. 그러자 총리 쁘라윳 짠오차가 "타이는 소프트 파워가 중요하다. 우리는 국제무대에 알릴 밑감이 널렸다"며 카오니야오 마무앙의 유네스코 등재를 입에 올려 바람을 키웠다. 다 좋은데 쁘라윳이 그동안 북돋아왔다는 그 '소프트 파워'의 정체를 똑 부러지게 아는 이가 정부에도 시민사회에도 없다는 게 문제다. 어렴풋이 문화의 산업화를 뜻하는 게 아닌가 헤아려왔을 뿐. "소프트 파워란 게 마무앙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전통문화 연구자 스와니 쁘란다가 비꼬았듯이.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작 소프트 파워를 대하는 쁘라윳의 속내다. 이번 열풍을 일으킨 밀리는 지난해 트위터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책임을 총리에게 물은 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기껏 열여덟 살짜리 소녀 밀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던 자가 바로 쁘라윳이다. 여기서 더 긴 말이 필요 없을 듯. 게다가 쁘라윳이 말한 카오니야오 마무앙의 유네스코 등재란 건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을 가리킬 텐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는 꼴이다. 한마디로, 삼키면 없어지는 먹을거리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속하지 않는다. 김치가 좋은 본보기다.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건 먹는 김치가 아니라 대물림해 온 지식과 관습이 어우러진 김장이라는 공동체 문화다.견줘보자면 카오니야오 마무앙에서는 김장과 같은 공동체 전승문화의 특질을 찾기 힘들다. 더구나 한국 사람들 삶 속에 뿌리박은 김치와 달리 타이 사람들한테 카오니야오 마무앙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망고 철 주전부리에 가깝다. 이 카오니야오 마무앙이 요즘이야 상업적으로 널리 퍼졌지만 공동체 문화의 밑절미인 삶을 위한 절박함이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만약 타이 정부가 카오니야오 마무앙을 유네스코로 들고 간다면 국제적으로도 말썽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밥과 망고의 짝짓기는 버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흔한 일인데다, 망고의 원산지가 인디아, 방글라데시, 버마로 알려져 온 터라 편히 넘어가기 힘들 듯. '망고민족주의'가 날뛰지나 않을지 걱정스럽고. 한때 바틱(물들인 전통 천)을 놓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서로 내 것이라 우기며 다퉜듯이. 과일 이야기를 한다는 게 또 정치로 흐르고 말았는데, 마무앙 하나도 정치와 뗄 수 없는 게 시민들 삶이다 보니 저절로…. "요 며칠 마무앙 찾는 이들이 좀 늘긴 했지만 반짝하다 말겠지. 정부가 농사짓는 이들이나 파는 우리에게 제값 받을 수 있게 해주면 좋을 텐데." 우리 동네 마무앙 가게 할머니 말처럼. 어쨌든 이제 관광 문이 열렸으니 타이를 찾는다면 카오니야오 마무앙을 맘껏 즐기시길!국제분쟁 전문기자국제분쟁 전문기자
[우리말과 한국문학] 경주에 가거든 : 동리목월문학관과 불국사 답사기
경주 시내에 벚꽃이 비처럼 흩날리던 지난주, 대구 지역 공무원들과 경주로 인문학 기행을 다녀왔다. 동리목월문학관이 위치한 토함산 자락을 향하던 길에 눈부신 꽃잎들 사이로 봄을 만났다. 3년 만에 비로소 마주한 봄날, 일행은 동리목월문학관과 불국사를 탐방하며 오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천년 고도(古都) 경주는 역사와 문화는 물론 우리 문학의 토대가 된 보석 같은 도시이다. 이러한 경주에 매료된 문인들은 그에 관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경주에서 나고 자란 동리와 목월에게 경주는 삶과 문학의 모태이자 영감을 불어넣는 주요한 문학 공간이었다. 동리의 경우 초기 소설 '화랑의 후예'와 '무녀도'를 비롯해 만년의 자전소설 '만자동경' '우물 속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경주는 동리 소설의 근원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목월에게도 경주는 그렇다. 목월의 시 '청노루'나 '윤사월' 등에는 고향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꾀꼬리 울던 고향 마을을 떠올리며 "윤사월 해 길다"던 목월. 그에게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고향 경주에는 지금도 목월의 시비(詩碑)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처럼 경주가 낳은 두 작가의 문학적 위업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곳이 동리목월문학관이다. 특히 동리와 목월의 문학적 자취를 보다 생생하게 살펴보길 원한다면 그들의 생가를 비롯해 '무녀도'의 배경이 되는 예기소와 금장대를 답사하면 좋다. 이번 문학기행에서는 목월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문학적 소재로 삼은 불국사에서 그들의 정취를 느껴보았다. 흰 달빛/자하문(紫霞門)//달 안개/물소리//대웅전(大雄殿)/큰 보살//바람소리/솔소리//범영루(泛影樓)/뜬 그림자//흐는히/젖는데//흰 달빛/자하문//바람소리/솔소리 (박목월 '불국사' 전문)체언으로만 이루어진 목월의 이 짧은 시는 불국토의 이상을 현실 세계에 실현한 불국사의 신비와 가을밤의 그윽한 분위기가 절묘하게 뒤섞임으로써 시각과 청각적 이미지의 교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목월은 또 시 '청운교'에서 "층층다리를" 밟고 오르며 "서라벌의 빛나는 궁창(穹蒼)"과 "칠색(七色) 가람의 우람한 광망(光芒)"을 노래하는 등 불국사의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형상화했다. 청운교 계단을 예찬한 것은 목월만은 아니었다. 소설가 이태준은 고운 치맛자락이 쓰다듬듯 오르내렸던 "신라 사람들이 밟던 층계"를 상상하기도 했다.목월의 시, 태준의 산문, 그리고 불국사에 담긴 '삼국유사'의 이야기들로 함께 한 이날 불국사 답사는 꽃비 내리는 봄날의 햇살과 함께 기억될 것 같다. 하지만 불국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공무원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경주가 가진 무궁무진한 콘텐츠에 비해 정작 갈 만한 곳이 없어서 아쉽다고. 그분의 말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경주는 몇몇 유적지나 보문단지와 같은 명소를 제외하고는 소위 '핫플'이나 '맛집' 등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이날 함께했던 불국사에서의 기억처럼, 천년 고도 경주에 담긴 오래된 이야기들에 지금 여기의 이야기들, 꿈과 기억들이 멋지게 엮일 수 있다면 경주의 천년은 '오래된 미래'로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이다. 경주에 가신다면, 경주에 담긴 오래된 이야기들에 귀를 열어두고 그들이 들려주는 길을 따라 한 번 가보시길 권한다.배지연 대구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배지연 대구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김오수 검찰총장 "대통령에 '검수완박' 관련 면담 요청"
김오수 검찰총장은 13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기자 간담회에서 "오늘 대통령께 정식으로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과 관련한 면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2021년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바뀐 형사사법구조로 국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새 형사사법절차 시행으로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유념해달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며 "검찰의 수사기능을 폐지하는 시도가 그런 당부에 합당한가"라고 물었다. 이어 "군사작전 하듯이 인신에 크게 영향을 미칠 형사사법제도를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하는 것인지, 또 검찰은 무조건 수사를 못 하게 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 총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구체적 내용도 명확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국정농단, 사법행정권 남용, 대형 금융·공정거래 사건, 대형 참사, 부패 범죄는 어디서 수사했는가"라며 "살인, 조폭, 마약, 성폭력 등 강력범죄와 보이스피싱, 분양사기 등 민생범죄의 배후나 진범은 검경이 협조해서 또는 검찰이 더 조사해서 밝히면 안 되나"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수사권 조정 후 발생한 보완수사 지연 등 전날 대검이 발표한 통계를 재차 언급한 뒤 "개정 형사법을 마련할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저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다시 형사사법체계를 전면적으로 고쳐 혼란만 일으킨다면 검찰개혁을 내세워 해왔던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묻기도 했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자신의 출근길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헌법에는 검찰청의 권한에 대해 한 줄도 있지 않다. 인권 문제인 인신 구속에 대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한다'고 된 조문 하나"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부연 설명을 했다. 그는 "헌법 12조 3항은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규정하는데 영장 청구권은 수사권을 전제로 한다"며 "수사권이 없는데 어떻게 영장 청구를 하겠나. 헌법상 수사권을 가진 검사에게서 완전히 빼앗아서 (경찰에) 독점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저뿐만 아니고 대통령도 함께 책임지라는 뜻은 아니잖은가"라며 "남은 절차에서 양식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헌법과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지켜주시기를 모든 분께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김오수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 '뇌물수수' 유재수 前부시장 집행유예 확정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금융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유재수(58)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1일 뇌물수수와 수뢰후부정처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고 기소된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는 2010∼2018년 투자업체나 신용정보·채권추심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총 4천95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 중견 건설업체 사주 장남으로부터 2천여만원 ▲ 채권추심업체 회장으로부터 2천100여만원 ▲ 자산운용사 대표 2명으로부터 700여만원 등이다. 1심은 이 가운데 4천200여만원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9천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유씨가 자신이 쓴 책을 강매한 혐의를 1심과 달리 무죄로 보고 뇌물액을 2천여만원으로 줄였다. 형량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천만원으로 감경됐다. 2심 재판부는 유씨의 죄질이 가볍지는 않지만 뇌물성에 대한 확정적 고의가 강하지 않은 점과 유씨가 위암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유씨의 비리 의혹은 2018년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처음 불거졌다. 민정수석실은 그해 8월 특별감찰을 시작했고 유씨는 휴직했다가 사표를 냈다. 감찰은 12월께 중단됐으나 그는 징계 등 후속조치 없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과 부산시 부시장으로 연이어 자리를 옮겼다. 이에 검찰은 특별감찰이 3개월여 만에 중단되고 유씨가 '영전'할 수 있었던 배경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 등 감찰 관계자들과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 금융위원회 전직 고위 간부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조 전 장관 구속수사까지 시도한 끝에 당시 감찰 책임자인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 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다. xing@yna.co.kr(끝)연합뉴스
[경제와 세상] 대통령 당선인의 추천도서
대선 직전 3월3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요청한 '인생의 책 또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추천했다. 이들은 보수층을 겨냥한 선거용일 수도 있지만 당선인이 말하는 추천사유를 보면 10대 시절 이후 당선인의 사고체계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음도 사실인 것 같다. 대통령이 가진 국가관이나 경제관은 국정 전반에 걸친 정책운용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개인 자유의 개념을 확립한 사회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대한 고전 중 하나다. 밀은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을 비판함과 동시에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소수자를 억압하는 "다수의 횡포"의 위험도 통찰했다. '선택할 자유'의 저자 밀턴 프리드먼은 개인의 자유에 바탕을 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했던 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 정책을 지배해온 케인스경제학이 70년대 석유파동 때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작은 정부론과 통화주의를 제창했다. 그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정부는 통화가치 조절 등 최소한의 기능만 하고 모든 경제활동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국가의 번영과 쇠퇴,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의 기원을 간단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들은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남한과 북한을 사례로 두 국가가 걸어온 전혀 다른 운명의 길을 분석하였다. "한 나라의 정치제도는 시민이 정치인을 통제하고 그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결정한다"라는 명제를 제시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저자들은 번영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포용적 제도'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포용적 정치제도'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지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법체제가 공정하게 시행되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경쟁 환경을 보장한 결과, 생산 활동을 자극하는 인센티브 제공과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이 세 권의 책을 통해서 바라본 당선인의 이념적 기조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국가개입을 축소하는 작은 정부, 네가지로, 사회주의나 국가주의(statism)적 관점과는 일관성 있게 대척점에 놓여있다. '거대한 불평등'의 저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1%를 위한 시장근본주의는 시장경제의 기반 자체를 붕괴시킨다고 비판한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주류 경제학자이지만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에 회의적이며, "간섭받지 않는 시장은 재앙"이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한다. 좋은 정책은 '국리민복'을 불변의 가치로 두고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의 최적의 방법이 되어야 한다. 이념은 국리민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프리드먼의 시카고학파와 케인스학파의 논쟁은 단순한 이론논쟁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미국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 적합성 논쟁이었다. 공산주의와 시장경제를 함께 안고 갔던 덩샤오핑의 고민과 해법에는 탈출구 없는 중국이란 현실이 있었다. 국민은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차기정부 최우선 국정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그렇다.권 업 객원논설위원권 업 객원논설위원
[문화산책] 나쁜 꽃밭, 임은희를 아십니까?
장편소설 '베르메르 vs. 베르메르'를 쓰는 동안 난 거의 화가였다. 아니, 마음만은 파블로 피카소였다. 붓만 들면 언제든 '인형을 든 마야' 같은 작품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전국아트페어와 유명 화랑, 미대 졸전 등을 줄기차게 쏘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임은희 작가의 '나쁜꽃밭'을 만났다. 나에게 있어 그녀는 봄의 화가이자 한국의 앙리 마티스다. 그녀의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마티스의 '붉은 조화'(1908년)란 작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붉은 빛으로 가득한 집안에 장식적인 형태의 과일과 화분들이 한 여인을 중심으로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그림. 창밖으로 펼쳐진 녹색의 풀밭과 이름 모를 방초들, 그리고 하얀 나무들로 어우러진 들판은 한눈에 보아도 이 그림의 계절적 배경이 봄임을 알 수 있다. 마티스는 봄과 여름의 화가였지만 그의 내면은 언제나 가을이자 겨울이었다고 한다. 마티스를 뒤로하고 잠시 '나쁜꽃밭'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장지(壯紙) 안은 꽃으로 가득하다. 노란 의자가 꽃이 되기도 하고, 때론 창문이, 새가, 나비가 꽃이 되기도 한다. 소녀의 신체를 이루는 눈과 입술, 코 역시 꽃이다. 보리밭처럼 푸르디푸른 들판이 펼쳐지고, 그 위를 목마와 종이비행기와 소녀가 한가로이 노닌다. 하늘 위를 나는 새들 역시 칸타빌레 선율에 맞춰 춤을 춘다. 꽃밭 위를 탈출한 방초들 역시 소녀의 손짓에 따라 마치 음표처럼 유유히 바람에 나부낀다.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는 소녀의 긴 머리카락 또한 붉디붉은 꽃이다. 이처럼 그녀가 창조해낸 꽃밭 속에선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동화(童話)적으로 공존한다. 이것만이 다가 아니다. 대상의 표정은 더욱더 풍부해지고 색채는 점점 화사해진다. 그녀는 오로지 색 하나만으로 승부를 걸려는 듯 꽃밭을 둘러싼 모든 사물에게 강렬한 색채를 부여한다. 그러나 그 형태는 마티스처럼 '고통스럽지도' '거칠지도' 않다. 풋풋한 서정으로 가득한 꽃밭, 그런 샘(spring·봄)의 시원(始原)으로 향하려는 의지. 그녀의 음밀한 광장은 그래서 더욱더 순수하고 마술적으로 나의 시선을 유혹한다.우광훈〈소설가〉우광훈〈소설가〉
[성현 생각] I'm here You're hero
세계 군사력 2위인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세계대전으로 확전되는 것을 두려워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지원을 주저할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며칠 내 러시아에 백기투항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을 깨고 조국을 지키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절대적인 군사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침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안전지대로 대피하지 않고 끝까지 우크라이나에 남아 국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있다.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I'm here)." 용기 있는 그의 이 한 마디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더 나아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조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를 향해 우리는 모두 이렇게 외치게 된다. "당신은 영웅입니다(You're hero)." 도성현〈blog.naver.com/superdos〉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창립 35주년 온·오프라인 기념식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지난 2일 오전 포항 본원 본부동 대회의실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창립 35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대구경북 대선공약 시민이 나선다 Ⅱ] (8) 창조융합문화도시 대구경북을 제안한다..."메타버스 타고 퇴계 견학" 역사문화 디지털 플랫폼 도시 전환
야간 위성 사진은 전 지구의 공간 불균형을 표지한다. 불빛의 밝기를 통해 공간의 불균형이 그대로 확인된다. 이를 피케티는 공간의 불평등이라 부른다. 그리고 대도시와 소도시,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격차는 지금 세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공간의 불평등은 이미 전면적이다. 위성 사진에서 바라본 한반도는 불빛의 남방한계선이 그어져 있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불빛은 희미해진다. 물론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그렇다. 불빛의 정도로 전부를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역 간 공간의 불평등은 지금 우리들의 삶을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불평등은 일련의 지리적 승자와 패자를 결정한다. 승패는 지역의 생산성, 혁신과 삶의 질, 경제 수준을 규정한다. 패자는 불만과 분노를 내재하고 지리적 열등감으로 공간 이동을 욕망한다. 당연히 청년 세대에게 그 욕망은 더욱 강렬하다. 그럴수록 지역은 더욱 황폐해져 간다. 이제 지역 고립과 지리적 열등은 우리들의 일상적 감정이 되어 가고 있다. 지역 문화자원·지역민 삶 연결한 '창조융합문화도시'시민·산업·지자체·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매력적 재료3대 문화권·근대도시 등 세계적 역사문화콘텐츠 보유경북-마을·대구-골목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 재발견디지털 환경 전면 활용, 새로운 성장점 기획·정책 필요거리댄스·독립영화·인디밴드 저변 '청년문화도시' 성장◆OECD, 장소기반 정책 제안지역 불균형, 공간 불평등을 넘어 지리적 열패감은 지역적 삶과 미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전환적 계기는 없는가. 2019년 OECD 지역전망 보고서는 지역 불평등에 대응하는 새로운 가이드로 장소기반(Place-Based)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장소기반 정책은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역문화와 전통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창의에 주목한다. 즉 지역적 삶의 결정(結晶)이라 할 수 있는 문화자원과 문화 주체들의 창의성을 새로운 가능성이자 지원 혁신의 자원으로 제시하고 있다.창조도시론과 EU의 문화수도 프로젝트 또한 지역문화의 창의력과 특화된 문화자원에 주목한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자원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역을 기획한 것이 유럽 문화수도의 출발점이었다.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과 창의적 활동, 문화특화 정책이 지역의 새로운 전환적 동력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2010년 7월 EU 집행위가 지역문화 기반 문화창조산업 정책을 제시한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례다. 집행위의 '문화창조산업 잠재력의 개방' 선언 이후 2018년 유럽혁신기술위원회가 새로운 혁신적 허브 시범 분야로 문화창조를 전면화함으로써 EU는 문화창조산업을 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추진하고 있다. 2018년 현재 '크리에이티브(Creative) 유럽'을 주창하면서 EU는 문화창조산업 프로젝트를 초국가적 문화 다양성 확보와 유럽의 핵심 산업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녹서(Green Paper)를 통해 1 '실험·혁신·기업가 역량을 증진시킬 조력자를 적재에 배치', 2 '문화·창조산업(CCIs)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역단위 환경개선', 3 '문화·창조산업(CCIs)의 확산효과를 통한 창조경제 전환' 등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창조적 문화도시 전환전환적 상황에 있는 대구경북의 현실에서 지역문화는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문화예술의 보편적 가치를 넘어 대구경북의 전환적 동력과 미래가 될 수 있다. 특히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창조적 문화도시로의 전환은 지역문화와 시민사회, 산업과 지자체,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재료이자 방법론이다. 그 중요한 방향 중 하나는 '창조융합문화도시 대구경북'이다.이를 위한 지역문화 기반의 창조융합적 성장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설계하고 지원하는 국가 플랜이 절실하다. 지역문화와 지역적 삶을 연결하는 설계도면이 필요하며, 문화콘텐츠와 문화산업, 지역 성장을 위한 지역사회의 공동 기획이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지역문화가 우리가 사는 지역의 가치와 매력을 만나는 기회이자 삶의 필요조건이 돼야 한다. 삶과 거주의 이유가 돼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지역문화에 대한 국가와 지역의 정책이 절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첫째, 역사문화콘텐츠 및 디지털플랫폼 도시로서의 대구경북을 위한 정책과 협력체계다. 주지하다시피 대구경북의 역사문화콘텐츠는 세계적이다. 특히 3대 문화권과 근대도시문화 등 대구경북은 이미 역사문화콘텐츠의 핵심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문화콘텐츠와 디지털플랫폼을 구축을 통해 역사문화 창조도시으로서의 대구경북을 설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를 위한 국가와 지역의 대기획이 필요하다. 교육과 문화 인프라, 시민의 참여와 협력, 자치문화역량의 생산적 구조 변화 등 지역 내부의 융합적 전략과 국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무엇보다도 디지털 환경을 전면적으로 활용하는 역사문화 디지털 플랫폼으로서의 대구경북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역사문화 디지털 플랫폼으로서의 지역적 전환을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사회 가치가 변하고,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며 기술 개념이 바뀌고 있는 지금, 지역 교육과 산업의 혁신, 시민사회의 참여와 지자체의 행정 지원 체계가 공동 행동 프레임 워크를 구축해야만 한다.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간 새로운 가치의 60~70%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네트워크와 플랫폼에서 창출될 것이라 한다. 메타버스의 가상성과 현장성, 몰입감은 전방위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의 역사문화와 관광, 음식, 건축(건물), 공간, 스토리 등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 개발과 공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나아가 관련 교육과 산업 생태계를 통해 디지털 문화도시를 실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광주 광산구의 사례도 특별하다. 광산구는 '2022년도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으로 실감형 체험 플랫폼인 '메타버스 타고 월봉 유랑하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출신 유학자 고봉 기대승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월봉서원을 가상현실(VR)을 활용해 메타버스로 구현함으로써 비대면 시대에 지역문화를 향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마을과 동네의 자치 역량은 문화분권의 기초이자 핵심이다. 마을문화는 그 출발점이며 문화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근거다. 마을문화를 지역의 새로운 성장점으로 하는 기획과 정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곧 문화분권과 문화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마을과 동네로 연결된 작은 공동체들이 역사와 문화를 만드는 곳이다. 삶과 문화적 생태가 마을과 동네 단위에서 출발해 그곳에서 완성된다. 한 시대를 움직이는 사상과 문화적 유산이 마을 단위에서 형성된 곳이다. 그래서 경북의 마을과 대구의 동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대 문화(가야, 불교, 유교)가 동시에 구현된 곳이 대구경북의 마을이며, 퇴계와 한강 선생의 사상적 거처가 여기였다. 또한 한국 근대문화예술 탄생의 현장이 대구의 골목이었으며 세계적인 사진, 문학, 미술가들의 작업실이자 게임 및 출판 인프라, 거리예술과 인디문화가 지역의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곳도 대구경북의 마을이었다. 유럽의 프로방스 지역이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를 성장하는 데는 마을에 대한 관점의 전환과 국가적 기획과 지원이 있었다. 대구경북의 마을을 세계적인 창조문화 공간으로 재발견하고, 이를 기획하는 것은 대구경북의 중요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된다. 지역문화진흥법에 기초한 대구경북 마을의 성장과 자치를 위한 마을문화의 창조융합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청년문화도시를 제안한다. 주지하다시피 청년은 지역사회의 핵심이며, 문화적 행위의 주체이자 창조적인 지역 전환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은 한때 청년문화의 현장이었다. 세계적인 스트리트 댄서가 댄스를 시작한 곳이 대구YMCA였으며, 열악한 지역 상황에서도 인디밴드와 독립영화가 그 규모와 역량을 확대해 가고 있는 곳도 대구경북이다. 지역 청년들의 유출 심리 중 하나는 대중문화에 대한 갈증이다. 청년문화도시 대구경북을 위한 전략적 기획과 정책이 필요하다. 리버풀은 런던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의 작은 항구도시다. 그러나 2019년 한 해만 3천8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도시다. 카번 클럽과 비틀스 박물관 등이 있는 비틀스의 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당대 청년문화의 상징었던 록앤롤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비틀스를 도시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창조적 기획과 융합콘텐츠가 새로운 도시를 만든 것이다. 통기타와 거리 댄스, 독립영화와 인디밴드, 문화예술 관련 전공 학과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라는 점은 청년문화도시로서의 대구경북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대구경북의 청년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특화된 청년문화도시 모델은 창조융합문화도시로 가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첨언하면 문화도시, 문화특화, 문화마을 등 진행 중인 지역문화 사업의 목적은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적 협의와 창조적 지역사회의 실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문화정책의 방향이 시설 유치와 문화단체의 분할적 사업 지원, 지자체의 업적으로 정리되는 상황은 자못 안타깝다. 특히 국가문화 기관 및 시설의 지역 분할에 대한 몰입과 경쟁은 지역문화의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의 문화적 재생산과 창의적 역량을 만드는데 어떻게 연결되는지 의문이다. 여기에 지역 정체성과 문화 인프라, 시민사회의 참여와 교육·행정 시스템에 연결된 지역문화의 창조적 협력체계나 융합적 성장모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창조융합문화도시로서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현실화해야 할 지금, 대구경북 내외부의 성찰과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박승희 〈영남대 교수·대구경북학회장〉그래픽=정소현기자 kar03060@yeongnam.com박승희 〈영남대 교수·대구경북학회장〉
[주말&여행]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진하해수욕장…수평선 너머 봄소식에 울렁울렁…그곳에 가면 애인 같은 바다가 있다
'진하'는 애인 이름 같은 바다다. 길은 바다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있어, 먼 데서부터 달려가면 신선한 부드러움을 가진 푸른 수평선과 은성하게 반짝이는 해사한 모래밭이 두근두근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양팔을 가득 펼쳐 바다와 하늘의 거리낄 것 없는 포옹 속으로 뛰어들면 그만 눈앞이 아슴아슴해 지는 것이다. 우르르 소소리바람이 일어 솔숲이 흔들리고 가까운 하구에서는 배들이 사운거린다. 요란한 파도소리로 고요한 바다, 난바다에서 돌아오는 배들이 상처를 내어도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는 바다, 그 애인 같은 바다가 울산 서생에 있다.◆진하리 진하해수욕장그러나 진하(鎭下)는 진(鎭)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굳이 어떤 유래에 집착하는 성격은 때때로 메마른 결과도 껴안아야 한다. 진하의 서쪽 서생에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쌓은 왜성이 있다. 왜군이 모두 물러난 후 서생포왜성은 아군의 서생포동첨절제사(西生浦同僉節制使)가 머무는 진성(鎭城)으로 이용됐다. 그리고 진 아래의 마을은 진하가 됐다. 진하라는 이름은 조선 정조와 고종 때의 기록에서 발견되는데 누가 처음 진하를 개척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한다. 진하해수욕장은 울산 최초의 공용 해수욕장으로 1974년 개장했다. 해수욕장이 문을 열기 전에는 멸치 어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진하의 모래밭은 길이가 1㎞, 너비는 40m 정도 된다. 바닷가에는 갯방풍과 해당화가 많이 자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갯방풍은 중풍 예방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꺾어 가는 바람에 이제는 씨종자조차 구하기가 힘들단다. 모래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은 가늘고 연약한 띠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곧장 15m 정도 폭의 도로가 연접해 있고 차양을 드리운 횟집과 카페 등의 그림자가 도로 깊숙이 내려서 있다. 비좁고 짙은 빛의 모서리 때문에 은성한 모래밭이 더욱 눈부시다. 이런 게 콩깍지다. 백사장과 맞닿은 해안도로는 1986년 구획정리사업 때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이후 노폭을 늘리고 건물들을 물리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는 여름의 진하 해변은 또 다른 모습이겠다. 지금 진하 해변은 공사 중이고, 목재 데크로드와 아스팔트 포장을 철거해 보다 환한 해변을 만들 거라 한다. 울산 최초 공용해수욕장으로 1974년 개장반짝반짝 빛나는 은빛모래밭이 해변 명소진하앞바다에 신선이 놀았다는 명선도매년 음력 3~4월 바닷물 빠지고 길 열려섬앞엔 물때 알려주는 조석예보표 설치◆명선도와 이덕도진하 앞바다에 동그마니 앉은 섬은 명선도(名仙島)다.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섬이다. 원래는 매미가 많이 울어 명선도(鳴蟬島)라 불렀다고 전한다. 김정호의 청구도에는 명산(鳴山), 19세기 후반 '울산서생진지도'에는 명산도(明山島)라고 돼 있다. 고도는 약 10m로 동쪽에는 곰솔이, 서쪽에는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섬은 육지와 사주로 연결돼 있다. 매년 음력 3월에서 4월 사이에 바닷물이 빠지고 모래 바닥이 드러나면서 길이 열린다고 한다. 하루에도 조석에 따라 두어 번 길이 열린다는데 섬 앞에 물때를 알려주는 조석예보표가 있다. 한꺽기, 두꺽기, 한조금, 앉은조금, 배꼽사리, 가슴사리, 턱사리, 목사리, 어깨사리 등 암호 같은 표현들을 보며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얼추 물의 높이가 상상되지 않나. 지금은 두꺽기 때 섬 입구에서 바닷물이 찰랑거려 건너가지 못한다. 명선도 앞의 암초는 만조시 위쪽만 드러나는 수중암으로 이덕도(二德島) 또는 덕도라 불린다. 고려 태조에게 나라를 바친 신라의 경순왕은 죽어 용이 되었다는데, 하늘로 올라가던 중 몸을 틀어 꼬리를 후려쳤다고 한다. 그때 동해의 많은 섬이 무너져 깊은 물속으로 잠겼고 명선도 역시 반쪽이 물속으로 가라앉았으며 이덕도는 두 개의 바위로 쪼개져 파도 속에 남았다고 전해진다. 일신에 불편함은 없었지만 편히 눈 감을 수는 없었을 신라 마지막 왕의 몸부림에 대해 전설은 '경순왕의 저주'라 표현하는데 섬 이름은 두(二)개나 되는 덕(德)이다. ◆회야강과 진하항진하의 남쪽은 대송리 간절곶이다. 북쪽은 회야강(回夜江)을 경계로 온산읍 강양리와 접한다. 회야강 하구에는 인도교인 명선교가 하늘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명선교에 오르면 바다와 강과 둥그런 섬과 깨어진 섬, 그리고 사주의 성장 모습까지 한눈에 보인다. 명선도 사주는 회야강이 운반해 온 모래를 연안류가 밀어붙이면서 형성됐다. 지금은 명선교 아래로부터 바다와 모래를 가르는 방파제가 길게 뻗어 있어 사주가 더 이상 자랄 것 같지는 않다. 아니다. 강이 흐르는 한 언젠가 명선도는 육지가 될지도 모른다. 바다를 긁으며 달려온 배가 명선교 아래를 지나 회야강을 거슬러 오른다. 진하 8경에 '선도귀범(仙島歸帆)'이 있다. 명선도 부근으로 고깃배가 들어오는 풍경을 말한다. 회야강은 경남 양산의 천성산 무지개폭포에서 발원해 울산의 식수원인 회야호로 모였다가 동해로 흘러든다. 하구는 아주 넓다.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항구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쪽은 진하항, 저쪽은 강양항이다. 흔치 않은 광경이다. 다리 아래 강의 한가운데에는 초록색 등대가 서있는 작은 바위가 있다. 통시돌로 불리는 이 바위에는 예전 어부가 이곳에 소변을 보고 출어하거나 귀항할 때 잡아 온 생선을 던지면 무사하게 고기잡이를 다닐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변 물량장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마을 안쪽에 진하항 내항이 보인다. 내항 너머로는 진하들이 펼쳐져 있다. 임진왜란 때는 마을 뒤편의 서생포 왜성까지 배들이 접안했다고 한다. 아마 오래전에는 마을 일부가 강 하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울산서생진지도'에는 수군의 배를 관리하는 주사(舟師)가 회야강의 하구에 묘사돼 있다. 회야는 '논배미를 돌아서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다. 서생에서는 일승강(一勝江)이라고 불렀다. 이는 임진왜란 때 딱 한 번의 교전으로 우리 조선군이 승리했다고 얻은 이름이다. 애인의 과거는 어쩔 수 없이 중요하다. 저기 전곡만 남은 집터에는 무엇이 들어설까. 진하항에서 배에 기름 채우는 모습을 본다. 통통해진 배를 으쓱 내미는 모습에 웃고 만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대구부산 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가다 밀양 분기점에서 함양울산고속도로 울산 방향, 울주 분기점에서 65번 부산 방향 동해고속도로를 탄다. 온양IC에서 내려 온양·웅상 방향 좌회전한 뒤 다시 온양·부산 방향으로 우회전해 계속 직진한다. 동상발리로남에서 우회전해 직진, 서생삼거리 지나 직진하면 농협 하나로마트 옆에 진하공영주차장이 있다. 해변 쪽에는 주차가 어렵다.진하의 이름을 알파벳(JINHA)으로 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진하해수욕장은 울산 최초의 공용 해수욕장으로 1974년에 개장했다. 해변의 길이는 1㎞에 이른다.물때에 따라 바닷길이 열리는 명선도.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섬으로 앞쪽에는 수중암인 이덕도가 위치한다.회야강 하구 양안에 항구가 형성되어 있다. 왼쪽은 진하항, 오른쪽은 강양항으로 흔치 않은 광경이다.회야강 하구에는 진하와 강양을 연결하는 명선교가 놓여 있다. 길이 145m, 높이 17.5m인 인도교로 2010년에 완공됐다.
[정문태의 제3의 눈] 방콕, 흔들리는 이름이여!
'끄룽텝마하나콘 아몬랏따나꼬신 마힌타라윳타야 마히딜록폽 높파랏라차타니부리롬 우돔랏차니웻마하사탄 아몬피만아와딴사팃 삭까타띠야윗사누깜쁘라싯'따라 읽기도 숨 가쁜 이 문장은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오른 가장 긴 지명이다.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가 뒤섞인 그 속뜻은 '천사의 도시, 위대한 도시, 장엄한 보물의 도시, 난공불락 인드라(힌두 신들의 왕)의 도시, 아홉 보석(왕실과 불교 상징)의 도시, 행복한 도시, 왕궁(화신한 신의 집)의 도시, 인드라의 뜻을 받든 비슈와까르만(힌두 장인의 신)이 세운 도시'쯤 될 법.이게 흔히들 끄룽텝마하나콘이라 줄여 부르는 방콕의 다른 이름이다. 한데 이 수도 이름을 놓고 요즘 타이 사회가 들썩인다. 지난 15일 내각이 "총리실 자문기구인 로열소사이어티의 결정에 따라 이제 방콕을 공식적으로 끄룽텝마하나콘(Krung Thep Maha Nakhon)이라 부른다"고 밝히면서부터다. 곧장 여론이 술렁이자 내각은 "끄룽텝마하나콘을 쓰고 괄호에 방콕을 넣겠다"는 대안을 내놨고, 문화장관 잇띠폰 쿤쁠럼은 "지금은 둘 가운데 어느 것이든 쓸 수 있다"며 눈치를 살폈다."끄룽텝마하나콘이 그저 상징어라면 방콕은 오랫동안 나라 안팎에서 굳어진 통용어다. 코로나로 다들 힘들어 아우성치는 이 어려운 판에 왜 난데없이 수도 이름을 바꿔야 하나?" 언론인 솜밧 빽손따윗 말마따나 정부는 아무 탈 없이 써온 방콕을 왜 끄룽텝마하나콘으로 바꿔야 하는지 또렷이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콕이란 게 외래어거나 무슨 군티가 있는 말도 아니다. 타이어 방꼬(냇가 마을+섬)나 방마꼭(야생 올리브)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여겨온 방콕은 이미 16세기부터 터를 잡았고, 사람들은 방콕을 입에 달고 살아왔다. 현재 방콕 지역정부도 공식적인 영문 표기로 방콕메트로폴리탄행정부(BMA)란 말을 쓰듯이. "이름만 바꾼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행정과 외교뿐 아니라 방콕은행, 방콕대학, 방콕항공, 방콕호텔, 방콕포스트… 이거 다 어떻게 할 건가?" 경제학자 니띠 로왓따나는 명분 없는 공적·사적 재원 낭비를 거세게 나무랐다. 본질은 따로 있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이름을 바꿨다는 대목이다. 여기, 2014년 쿠데타로 권력을 쥔 타이 총리 쁘라윳 짠오차 정부한테서 버마 독재 군부의 냄새가 난다. 1989년 버마 군부가 시민 몰래 나라 이름을 미얀마로, 수도 이름을 랭군에서 양곤으로 바꾸는 똑같은 짓을 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오늘까지 버마 안팎에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반군부 상징으로 옛 이름을 써왔고. 버마 군부가 그렇듯이, 애초 정치적 합법성 논란을 겪어온 쁘라윳 정부고 보면 느닷없는 수도 이름 변경이 수상쩍을 수밖에. 가뜩이나 전체주의 낌새를 드러낸 쁘라윳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는 말이다. 게다가 요즘 방콕 언저리엔 왕실을 끼고 군부가 새판을 짠다는 소문이 나돌고도 있다. 존경받아온 전 국왕의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건데, 다른 말로 타이 현대사를 주물러온 왕실과 군부의 전통적 공생관계를 더 두텁게 하겠다는 뜻이다. 왕실과 종교로 덧씌운 끄룽텝마하나콘이 그 징표가 아닌지 의심하는 까닭이다. 왕실, 불교, 군대의 삼위일체 앞에 필연적으로 쪼그라들 시민사회가 못내 걱정스럽기만. 방콕이 호락호락 사라질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앞으로 끄룽텝마하나콘을 만나더라도 헷갈리지 마시길!국제분쟁 전문기자국제분쟁 전문기자
[오늘의 운세] 2월 12일 ( 음 1월 12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오늘의 운세 2월 12일 ( 음 1월 12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쥐띠(子)>96년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 84년생: 가까운 사람 중에 말썽내는 이가 있어 매매에 불리. 72년생: 부부싸움 나면 오래 끌 수 있으니 주의. 60년생: 의논 상대를 만나 뜻밖의 소일거리를 찾는다, 금전적인 이득도 있음. 48년생: 옳은 일은 빨리 할수록 기쁨 있다. <소띠(丑)>97년생: 반성의 기회를 가져야, 다툼은 피하는 것이 상책. 85년생: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난관이 따른다. 73년생: 사업 계획에서 선견지명 발휘해 재미있는 착안을 할 수 있다. 61년생: 이성과 다툼으로 망신 따를 수. 49년생: 금전손해나 사고 생길 수 있으니 바깥출입 자제. <호랑이띠(寅)>98년생: 풀릴 듯 풀리지 않아 심기 불편해진다. 86년생: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 74년생: 열정은 있으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날. 62년생: 소송, 교섭은 빨리 결말 지어야. 50년생: 가정 내 평화에 힘써야 할 때. 38년생: 사이에 사람을 넣어 일임하라. <토끼띠(卯)>99년생: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유순한 태도를 잃지 말라. 87년생: 내일을 위해 실력을 길러야. 75년생: 성급히 굴지 말고 계획 후 진행해야 한다. 63년생: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51년생: 지병의 징조. 고혈압이면 변비 조심. 39년생: 남쪽으로의 여행은 길, 물가는 피하라. <용띠(辰)>00년생: 자기 위치 알고 경계 넘지 말라. 88년생:장사 위한 여행은 손해. 76년생: 중재자를 믿지 말라, 매사에 직접 대면하여 처리하면 길. 64년생: 마음은 불안정하나 실상은 반대, 괜한 걱정. 52년생: 소소한 일도 책임의식 가질 것. 40년생: 충분한 역량과 덕이 있으니 길. <뱀띠(巳)>01년생: 이성의 구설이 따른다 주의하라. 89년생: 풀기 어려운 곤경에 빠질 수. 주변에 도움 요청하라. 77년생: 지인의 의견을 쫓아 나서면 길하다. 65년생: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와 상의. 53년생: 작은 것에 관심을 보여라. 41년생: 잔소리 대신 칭찬으로 가족의 마음 잡아야. <말띠(午)>02년생: 악을 누르고 선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 90년생: 지인의 의견을 좇아 적극적으로 나서면 길. 78년생: 소액의 투자는 길, 욕심 부리면 실패. 66년생: 그럴 듯한 말에 넘어가지 말라. 54년생: 가장이 편안해야 집안에 웃음꽃이 핀다. 42년생: 소화기 계통의 병에 조심. <양띠(未)>91년생: 뱃심 좋게 버티라, 그래야 성취한다. 79년생: 만사 적극성을 띠면 반응이 온다. 67년생: 계획은 내가 짜고 일은 사람을 써서 진행하라. 55년생: 하극상의 징조, 단호한 결정으로 기강을 바로 세워야할 때. 43년생: 명령받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유순한 화법 구사하라. <원숭이띠(申)>92년생: 자신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듯하다. 80년생: 도리 지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68년생: 가족여행은 길, 그 밖의 여행은 구설. 56년생: 하극상의 징조, 단호한 결정으로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때. 44년생: 남의 일에 손대지 말라, 남을 도와주려다 곤란당한다. <닭띠(酉)>93년생: 역량이 부족함을 알고 주위의 가르침에 순종. 81년생: 매사에 마무리가 중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69년생: 일이 정체되어 애만 쓰다가 하루가 간다, 피곤을 풀어라. 57년생: 아직 때가 아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야. 45년생: 건강에 적신호가 뜬다, 당분간 조심. <개띠(戌)>94년생: 금액의 융통은 불가하나 잔돈에는 재수가 좋다. 82년생: 금전문제는 노부인의 원조로 해결. 70년생: 남의 진심을 오해하여 일이 틀어진다. 58년생: 부부에게도 지켜야 할 경계가 있는 법, 마음을 보여라. 46년생: 넋 놓고 있다가 믿었던 사람이 뒤통수 칠 수. <돼지(亥)>95년생: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칠 수. 83년생: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으로 사태가 점점 불리. 71년생: 증권시세는 당장은 눌려 있지만 곧 오른다. 59년생: 몸을 다치거나 수술을 할 수 있으니 위험한 곳을 피하라. 47년생: 공을 독점하지 않고 이웃과 나눠야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 죽평철학원 이경묵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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