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영남일보 국제하프마라톤] “함께 뛰어요” 가족, 직장 동료 등 마라톤 도전기
◆휠체어 밀면서 함께 달려요 13일 오전 8시 30분쯤, 제18회 영남일보 국제 하프마라톤대회가 열린 대구스타디움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참가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저마다의 목표와 사연을 품고 모인 인파 속, 휠체어에 앉은 한 어르신에게 번호표를 정성스럽게 부착하는 남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5㎞ 코스 완주를 목표로 대회에 참가한 최상배(60)씨와 그의 어머니 정두연(89)씨였다. 최씨는 "작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돌아보니 함께한 기억이 너무 적어 아쉬웠다"며 "어머니와는 하루하루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는 마음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달리는 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오늘은 다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직장 동료와 함께한 러닝 크루 이번 대회에서는 직장명이 적힌 같은 색 조끼를 맞춰 입고, 준비운동을 하는 무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대구 중구청 사내 러닝크루 '대구중구청마라톤클럽'은 이날 9명의 공무원이 마라톤에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중구청 신종목 주무관은 "올해로 대회 참가가 네 번째다. 오늘도 동료들과 함께 하프 코스에 참가했다"며 "평소 일주일에 50㎞씩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엔 하프 코스를 1시간 42분에 완주했는데, 올해는 그 기록을 2분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마케팅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요식업체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대구의 한 고깃집 직원 12명은 '오늘 마라톤 보고 오신 손님께 특수부위 1인분 서비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5㎞ 코스 완주에 나섰다. 직원 박동엽(26)씨는 "오늘을 위해 시간이 맞는 직원들과 퇴근 후 5㎞씩 달리는 훈련을 계속해 왔다"며 "마라톤에 참가하신 분들은 에너지를 많이 쓰셨을 텐데, 저희를 보고 찾아오신다면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웃음지었다. ◆마라톤 트랙에 '개모차' 등장 "강아지와 함께 뛰어요" 13일 오전 유모차를 끌고 트랙에 나타난 김재원(여·28)씨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김씨는 유모차에 사람이 아닌 애완견을 태운 이른바 '개모차'를 몰고 5㎞ 코스 마라톤을 준비했다. 애완견 이름은 '초코'. 김씨는 초코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김씨는"강아지도 직접 뛰면 기분이 더 좋겠지만, 안전상 문제가 있으니 유모차를 동원하게 됐다. 마라톤에 특별한 기준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에, 마라톤 참가를 결정했다"며 "다른 참가자분들도 우리 초코를 예쁘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완견의 '마라톤 질주'라는 생소한 광경을 접한 참가자들은 이 상황을 신기해하며,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정만희(7)군은 "강아지가 마라톤에 나오다니 꿈에도 생각 못했다. 동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또 이강혁(28)씨는 "친구들과 함께 대회에 출전했는데,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 잠시 혼이 빠졌다. 내년 대회엔 우리 집 강아지도 함께 출전해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영남일보 마라톤엔 '소방관'도 달려요 이날 하프마라톤대회엔 대구지역 소방대원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 북구소방서 대원 13명은 준비 운동도 남달랐다. 10㎞ 코스 출발에 앞서 '안전 예방은 무엇인가'를 제대로 선보였다. 이들이 세운 목표는 전원 완주와 기록 단축.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직업이기에 이 정도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날 마라톤에 참가한 북부소방서 이성재 예방안전과장은 "시민들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할 수 있어 즐거웠다. 출발과 동시에 '화재예방 함께해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타월을 펼쳐 보이는 안전 퍼포먼스를 구상했는데 잘 해낸 것 같다"며"항상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소방 대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구경모(대구)·조윤화 기자 kk0906@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