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게 보내는 편지] 대구 칠성시장 상인 김문자 할머니

  • 구경모
  • |
  • 입력 2025-04-06  |  발행일 2025-04-07 제9면

<대구 칠성시장 상인 - 김문자(88)할머니>

검사 아닌 대통령…자리 맞는 사람 됐어야

어느 대통령보다 대구 자주 와줘 고마워

시간 흘러 국민 앞에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길

[윤석열에게 보내는 편지] 대구 칠성시장 상인 김문자 할머니

대구 칠성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중인 김문자(88)할머니.

[윤석열에게 보내는 편지] 대구 칠성시장 상인 김문자 할머니

대구 칠성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중인 김문자(88)할머니.

◆“때 묻지 않은 검사에 기대 컸는데"

“수십년째 시장에서 장사만 해 정치를 잘 모르는 나도 검찰총장 시절 당신은 참 강직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정치 경험이 없어서인지 때 묻지 않았고, 순수한 면도 보였어요. 그래서 믿음이 갔지요. 유례가 없잖아요, 정치 경험 없는 대통령은. '정치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치들과는 한참 달랐지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지요. 대통령이 되면 그 강직한 성품을 나라를 위해 쓰지 않겠나 기대했습니다. 헌법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만들었고, 이후 가만히 있어도 승승장구했을 텐데 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울 때 '요즘에도 저런 사람이 있구나' 했습니다.

참 신념, 믿음이 확고한 사람이에요. 근데 정치라는 게 어디 신념만으로 할 수 있나요. 타협 없이 밀어붙인 게 검사 땐 통했을지 몰라도 정치인은, 또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되는데. 자리에 맞추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대구에 가장 자주 온 대통령"

“대통령이 대구에 그렇게 자주 찾아오는 건 처음 봤어요. 당선되고 칠성시장에 한 번 왔는데, 그땐 내가 하던 일도 내던지고 보러 갔었습니다. 재벌 총수들 데리고 대구에, 그것도 전통시장에 오는 대통령이어서 감사했습니다.

계엄 직전 대구경북의 지지가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한 게 기억납니다. 여태 보수 대통령들, 다 그렇게 말했어도 당신은 직접 대구를 자주 찾아왔어요. 그거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들었지요. 선거 유세할 때 시원시원하게 주먹을 휘두르고, 호탕하게 소리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요. 그때 칠성시장에 와준 게 참 많이 고마웠어요."

◆“암만 답답해도 그렇지...와 그랬을꼬?"

“계엄선포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북한이 남침이라도 한 줄 알았어요. 우리 세대는 '계엄'에 대한 나쁜 기억이 많잖아요. 아무리 답답해도 요즘 같은 시대에 정치 문제는 타협으로 풀어야지, 무슨 생각으로 국회에 군인을 풀어두는 무리수를 뒀는지. 아직도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이래저래 좋지 못한 소리를 들어도 임기는 다 마쳤으면 했습니다. 10년도 안된 시간에 2번이나 대통령 탄핵을 지켜본 우리 국민들 안쓰럽지 않습니까. 게다가 탄핵된 대통령 2명 모두 TK 지지를 받아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지역민 슬픔은 누가 감당할까요.

받은 사랑이 컸으면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심사숙고했어야지요. 그래도 당신이 제일 착잡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영상으로 본 당신은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쨋든 모든 일이 마무리 됐으니, 마음 잘 추스르면 좋겠습니다. 나라 생각한다는 말만큼은 진심같아 뭉클합니다. 잘하려다 안된 거니 너무 속상해 말고, 시간이 흘러 또 웃는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서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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