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신학기 준비·적응 기간만 3주?...워킹맘은 “웁니다”
"신학기 준비·적응 기간에도 맞벌이 가정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장 보육까지 맡겨야 합니다." 대구 동구에서 만 5세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A(36)씨는 신학기만 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털어놨다. 어린이집의 새 운영 연도가 시작되면 '신학기 준비·적응 기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 시기 다른 가정들은 직접 아이를 돌보거나 일찍 하원시키지만, 맞벌이를 하는 A씨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평소대로라면 A씨의 출근 시간에 맞춰 아이는 오전 8시30분에 등원해 오후 3시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타고 하원 후 집 근처 피아노학원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신학기 준비 기간 등 자율등원 기간에는 아이는 제때 하원하지 못하고 오후 7시까지 어린이집에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이 통학버스 운행을 아예 하지 않거나 앞당겨 운행하면서다. 워킹맘 A씨는 "등하원 도우미나 차량 운행하는 학원을 따로 보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근무 도중 직접 데리러 갈 수 없는 데다 연차 소진도 마땅치 않고 어디에 부탁할 처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 안 보낼 때 보내야 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속상한데, 연장보육까지 시켜야 해 마음이 더 쓰인다"면서 "보육료 등 정부의 여러 지원이 있지만 맞벌이 가정의 현실을 고려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 '돌봄'만 만족해야 하나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가운데 신학기마다 운영되는 어린이집 신학기 준비·적응 기간이 부모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 기간 '돌봄'은 유지되지만 사실상 맞벌이 가정 등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지역 내 자녀양육기 가정에서 상당수 부모가 경제활동과 돌봄을 병행하고 있다. 동북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대구·경북 일·가정 양립 및 가사노동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구의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율은 42.3%로 집계됐다. 대구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1.3%로 10년 전보다 0.5%포인트 늘었다. 어린이집마다 다르지만 신학기 준비·적응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신학기 준비 기간은 최소 2일에서 최대 일주일 정도로 어린이집마다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A씨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2월 말 일주일 간의 신학기 준비 기간을 거쳐 3월3일부터 2주가량 적응 기간이 이어진다. 준비 기간 1주 동안은 정규반이 아닌 다른 연령대 아이들과 함께 통합보육을 받게 된다. 적응 기간에는 재원생이라도 단축 수업을 진행, 정규 수업 종료 시간인 오후 3시보다 2시간 앞당긴 오후 1시에 마치게 된다. 어린이집 차량 운행 시간 역시 2시간씩 앞당겨지다 보니 A씨는 연장 보육까지 선택할 수 밖에 없다. A씨의 경우 규모가 큰 어린이집이라 신학기 준비 기간 중 '통합보육'이라도 하니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은 아예 운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지역 한 어린이집 교사는 "해당 기간 신입생 학부모 사전등원을 비롯해 신학기 준비로 분주하게 보낸다. 통합보육을 하면서도 학습적인 부분을 고려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통합보육 수요 조사 기간 중 의견 개진을 해주면 어린이집에서도 최대한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의견을 내는 것도 눈치 보인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B(여·34·대구 달서구)씨는 "아파트 내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가급적 가정보육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아이만 보낼 수만도 없어 남편과 번갈아 연차를 내려고 한다. 의견을 한 번 낸 적이 있는데 등하원 도우미 이용을 말씀하셔서 그 이후로는 어린이집 계획에 되도록이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맞벌이 가정 입장에서는 '통합보육' 시행으로 돌봄이 완전히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령별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과 통학버스 운행이 중단되는 점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맞벌이 가정 아동들은 하원 시 통학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유아교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 아동이 하원 시 통학버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가족차량(30.2%), 보호자 동반 도보(22%), 학원차량(12%)가 뒤를 이었다. 신입생, 전입생과 재원생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응 기간을 적용토록 하는 점도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꼽았다. ◆ 유보통합 정책은 하세월 맞벌이 가정의 부담 해소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유보통합 정책도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유보통합 정책은 잠정 중단돼 있는 실정이다. 유보통합 정책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교육과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유보통합 3법(영유아보육법·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본격 추진에 제한이 따르고 있는 것. 대구시교육청은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대구시 등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치원을 대상으로만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류은희 사무관은 "각종 연수를 비롯,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학교 시범 운영 등 유보통합을 계속해서 준비는 하고 있다. 법이 계류 중이다 보니 어린이집 신학기 운영기준 등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교육청 차원에서 마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보통합 체계 구축 시 신학기 기간 등 운영기준의 표준화, 신학기 적응 기간 연령별 차등 적용, 맞벌이 가정을 고려한 탄력적 운영방안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구보건대 고은미 교수(유아교육학)는 "2~3세의 경우 최대 한 달까지 기관 적응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재원생들은 한 주 정도 기간을 보내면 적응에 어려움이 없다. 어린이집마다 다르겠지만 적응에 필요한 시기나 기간은 연령별로 적응 기간을 차등 적용하는 게 맞다"고 했다. 또 신학기 준비·적응 기간 중 이뤄지는 통합보육 자체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고 교수는 "정규반 운영이 되고 있지 않더라도 통합보육에서 6~7세의 경우 동생들에게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 주며 '유능감'과 리더로서의 '주도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또래와 수평적 관계 속에서도 긍정적 경험을 쌓을 수 있어 학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혜기자 hellowis@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