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탕'은 드물게 목욕탕을 소재로 한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작
품이다. 미국 뉴욕대에서 연출공부를 한 신인 곽경택 감독이 유학동기, 미
국인 스태프와 함께 저 예산으로 완성했다. 곽 감독은 단편영화 '영창이야
기' 로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입상한 실력파.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에서 3류소설가의 심리를 심도있게 묘사해 낸 김
의성,수많은 전라장면의 부담을 기꺼이 감수한 방은희 등 만만찮은 연기력
을 갖춘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온다.
공중목욕탕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는데서 착상한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시각에서 다양한 인생군상을 조명해본다. 이상적인 몸매에 현혹돼
있는 여류사진작가는 물장난치는 아이들의 아우성과 술집처녀들의 애환어
린 웃음, 며느리의 등을 밀어주는 무서운 시어머니의 투박한 애정이 밴 모
습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남탕에서의 감독지망생 역시 주변의 삶
을 통해 비로소 삶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최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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