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줄 500원.대리운전 8천원

  • 입력 2004-03-04  |  수정 2004-03-04 00:00  |  발행일 2004-03-04 제1면
'가격 파괴' 바람…경기침체 반영 손님끌기 안간힘
김밥 한줄 500원.대리운전   8천원

계속된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씀씀이가 크게 위축되자 일부 상인들이 가격파괴를 통해 고객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국적인 체인점을 둔 한 유명 김밥 체인점은 '한 줄 1천원'짜리 김밥을 지난해말 '한 줄 800원'으로 가격을 낮춘 데 이어 최근에는 500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대구시 중구 장관동 A수제비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밥 1인분을 2천원에 팔다가 열흘 전부터 한 줄 500원에 팔고 있다. 20일 전 바로 옆에 문을 연 E김밥 전문점이 한 줄 68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김밥을 판매하기 시작하자 아예 가격을 왕창 내린 것이다. 500원짜리 김밥이라고 들어있어야 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 3천원에 팔던 김밥에 사용하던 동일한 김에 일반쌀, 내용물도 햄, 계란, 당근, 단무지, 맛살, 어묵 등 6가지를 사용한다. E김밥집의 680원하는 김밥에도 시금치, 당근, 우엉, 어묵, 단무지 등 5가지 내용물이 골고루 들어 있다. 700원에서 뺀 거스름돈 20원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선금으로 손님이 계산할 때마다 점원이 공제한다.

이들 두 집의 선의의 경쟁으로 점심시간이면 밀려드는 손님들로 김밥 포장용 은박지가 모자랄 정도. 이 밖에 대구시내 중심 상가와 대학가 주변에서 500~800원으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려 김밥을 파는 곳이 잇따르고 있고, 한 김밥집은 낮에는 800원, 밤엔 1천원에 김밥을 파는 '시간대별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대리운전을 맡은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

대구시내에 산재한 대리운전업체들은 종전 1만9천원까지 받던 요금을 8천원까지 낮췄으나, 영업이 안돼 휴업을 하는 대리운전업체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정상가격을 받던 업체들이 손님이 줄어들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책. K대리운전의 경우 1만7천원에서 1만9천원까지 가격을 받던 것에서 한 달 전쯤부터 1만원으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 S대리운전도 성서에서 시지까지의 경우 1만8천원을 받던 것에서 한 달 전 1만2천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K대리운전, S대리운전, T대리운전의 경우 아예 휴업을 한 상태다.

대리운전업체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업체인 D정보사 관계자는 "대리운전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가격을 많이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제불황 여파로 많은 대리운전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의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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