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품영양학을 전공했지만 20년째 국제회의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계명대 국제학대학원 영어통번역과 류정희 초빙교수(50)는 요즘 새로운 일에 열심이다.
류 교수가 새롭게 시작한 일은 우연히 접하게 된 '라자요가'를 보급하는 것.
인도 브라마쿠마리스 세계영성대학교에 본부를 두고 있는 라자요가에 대해 류 교수는 "자기 자신을 알아 가는 수련"이라며 "내 안에 아름답고 순수한, 완전한 자아를 찾아서 경험하는 것으로 일반 요가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내 수련생이 채 20명도 안될 정도로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라자요가는 눈을 뜨고 명상을 하는 것부터 다른 요가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류 교수가 라자요가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영덕에서 태어나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뒤 동력자원연구소와 서울대에서 5년간 영양사로 일하던 류씨는 매일 되풀이되는 생활의 변화를 위해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평소 좋아하던 영어회화 실력을 스스로 평가하기 위해 호기심에 등록한 일이 자신의 평생 직업이 될 줄은 류 교수도 당시는 알지 못했다.
2년간 집중적인 교육을 받은 뒤 1984년 졸업한 류 교수는 이후 프리랜서 국제회의 통역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국제회의 동시통역을 맡았다. 특히 99년 김대중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 때는 장 크레티앵 총리와의 정상회담 통역을 했는가 하면, 94년에는 만국우편연합 서울총회 본회의 동시통역을 담당하는 등 그녀의 실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통역가로 명성을 날리던 그녀가 라자요가를 알게 된 것은 97년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부터다. 국제회의 동시통역은 어떠한 일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으로, 류 교수는 동시통역을 할 때마다 '내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직업여성은 너무나 많은 것에 신경을 써야 해 일종의 도피 수단으로 이민을 선택한 것이다.
이민 후에도 통역사로 활동하던 류 교수는 98년 국제적십자사의 '국제인도법'에 대한 강의 통역을 위해 인도를 찾았다 라자요가를 접하게 된다. 마침 인도 브라마쿠마리스 세계영성대학교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수련회가 열렸고 여기에 참가한 류 교수는 신앙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것으로 편안함을 경험하게 됐다고 한다.
캐나다로 돌아온 류 교수는 라자요가 공부를 위해 캐나다에 있는 센터에 등록을 하고, 기초과정을 마친 뒤 본격적인 수행에 들어간다. 2년 뒤인 2000년부터는 명성교육 봉사활동도 시작한 류 교수는 "일반 요가와 달리 공간과 시간적 제약 없이 편안한 자세로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면서 "자아를 발견한 뒤부터는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변했다는 류 교수는 "평소 일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푸는 경향이 많았는데, 라자요가를 시작한 뒤부터는 화도 내지 않게 되고 꼭 필요한 일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허황된 욕심도 없어졌다"며 "한마디로 나 자신에게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평화로움을 추구하다보니 육식은 하지 않는다는 류 교수는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자리가 다소 어색할 때도 있지만 암 환자에게 술과 담배를 권하지 않는 것처럼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 육식을 권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 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발적 기부금으로만 운영되는 라자요가는 현재 83개국 5천여개 센터에 60여만명이 등록돼 있으며, 한국에는 서울 한 곳에만 센터가 있고, 류 교수는 1주일에 한 차례씩 대구와 부산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