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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아(변호사) |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늙은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어린 토토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시네마 천국'의 감동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필자 역시 '시네마 천국'을 처음 보았을 때 가슴 속에 일었던 잔잔한 감동과 조용히 흘러내렸던 맑은 눈물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영화 속에는 '공주와 병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필자는 이 이야기가 사랑마저도 쉬운 방법으로만 하려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생각이 나곤 한다.
어느 날 행군을 하던 한 병사가 발코니에 서 있던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공주의 방에 몰래 침입하여 사랑 고백을 한다. 공주는 뜻밖에도 병사에게 결혼을 허락하지만, 공주가 매일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서 100일 동안 기다려 달라고 한다. 공주와의 사랑으로 가슴이 부푼 병사는 99일 동안 그 곳을 힘겹게 지켜내지만, 결국 마지막 남은 하루를 채우지 못하고 99일 밤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알프레도는 부유한 가정의 엘레나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계속하는 청년 토토에게 '공주와 병사' 이야기를 해 주면서 "이 마을에서 네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멀리 떠나라"고 말한다. 토토는 알프레도의 뜻을 깨닫고 고향 시칠리아를 떠나 로마로 가서 훗날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다. 필자는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영화를 보고 난 후 한참이나 고민하였다.
한낱 이름없는 병사는 비록 공주가 허락했다고 하더라도 공주와의 결혼이 신분의 차이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공주와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고 살고 싶었기에 마지막 하루의 기다림은 남겨 둔 채 소리없이 그 곳을 떠났고, 영원토록 99일째 되던 날 밤의 희망을 간직하며 살았으리라.
사는 방식만큼이나 사랑마저도 많이 간편해진 요즘, 병사와 토토가 인내하며 오래도록 가슴에 품는 사랑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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