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라 데팡스 콩쿠르, 그 이후를 들려드릴게요”…유럽 홀린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손모은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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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09 21:01  |  발행일 2026-09-09
대구 출신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손모은 인터뷰

11~13일 전주·대구·서울 내한 공연
밴드 ‘MOEUN’ 첫 앨범 발매 기념 투어

14년째 몽마르뜨 생활…이젠 삶의 일부
정규 2집엔 여러 시기 거쳐 남은 것들 담아
한국 투어 후에는 첫 모로코 투어·3집 준비
대구 출신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손모은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내한 공연을 연다. 손모은은 매년 대구를 찾는 이유에 대해 대구는 단순히 제가 태어난 도시라기보다, 음악가로서 많은 첫 경험을 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Junseong Lee,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대구 출신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손모은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내한 공연을 연다. 손모은은 매년 대구를 찾는 이유에 대해 "대구는 단순히 제가 태어난 도시라기보다, 음악가로서 많은 첫 경험을 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Junseong Lee,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손모은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손모은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2년 전, 프랑스에서 뜨겁게 주목받은 대구 출신 재즈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 2024년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라 데팡스 재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연주자상을 수상한 손모은이다. 이는 재즈보컬 나윤선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지 25년 만의 쾌거이기도 했다. 현재 '손모은 재즈'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유럽 현지를 달구고 있는 그가 오는 11~13일 전주·대구·서울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 내한 공연은 18일 발매되는 밴드 '모은(MOEUN)'의 첫 앨범이자 정규 2집 '이후의 속삭임(Murmures d'après)'을 기념해 마련된 투어다. 오는 12일 오후 8시 베리어스 재즈클럽에서 열리는 대구 공연에 앞서, 그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와 재즈·새 앨범·이번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서면으로 나눠봤다.


▶매년 내한 무대로 대구를 찾는 이유는.


"대구는 단순히 제가 태어난 도시라기보다, 음악가로서 많은 첫 경험을 했던 곳이다. 프랑스 유학 시절에도 방학이 되면 대구로 갔고, 부족하던 시기였음에도 조별휘 선생님, 홍정수 선생님, 김남훈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들께서 많은 기회를 주셨다. 처음 참여했던 재즈 페스티벌도 대구재즈페스티벌이었다. 가능하면 자주 대구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


▶특히 조부이신 손진헌 선생님께서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창단 멤버셨다. 특별한 추억이 있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구체적인 장면들로 남아 있다. 레슨하시는 모습, 바이올린 브릿지를 직접 깎고 계시던 뒷모습, 바이올린도 굉장히 소중하게 다루셨고, 그 시절 구하기 힘들었던 수입 악보에 필름을 씌워 조심스럽게 보관하시던 모습 같은 것들이다.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의 아기자기한 추억보다는 음악가로서 가진 것을 대하는 방식이나 바이올린과 음악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가 더 기억에 남는다."


손모은은 14년 넘게 살고 있는 몽마르뜨에 대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됐다. 어느 순간 내 동네가 된 이곳에서 살아온 시간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남았다고 말했다. ©Sunghyun Yoo,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손모은은 14년 넘게 살고 있는 몽마르뜨에 대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됐다. 어느 순간 '내 동네'가 된 이곳에서 살아온 시간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남았다"고 말했다. ©Sunghyun Yoo,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14년 넘게 살고 있는 파리 몽마르뜨에서의 삶은 어떤가.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됐다.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걷는 길과 카페가 생기고 저만의 생활 방식도 생겼다. 그런 경험이 작곡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특정 장소 자체를 음악으로 표현한다기보다, 어느 순간 '내 동네'가 된 이곳에서 살아온 시간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남았다."


▶프랑스와 한국의 재즈는 어떻게 다른가.


"현재 한국 재즈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두 나라를 비교해서 말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다만 관객이 재즈를 접하는 방식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재즈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특별한 이벤트 같다면, 파리에서는 조금 더 일상적인 문화에 가깝다. 파리에서는 퇴근하고 재즈 클럽에 가는 일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휴가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재즈 공연이 있고 공연이 끝나고 잼세션(즉흥연주)도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리는 공연장과 뮤지션이 굉장히 밀집해 있는 도시라, 프랑스 전체의 모습이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음악적으로는 파리에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연주자들이 있다 보니, 다른 나라의 전통음악이나 전통악기를 통해 새롭게 재즈를 풀어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관객들이 재즈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느낀다."


▶클래식에서 시작해 재즈를 공부했다. 이런 이력들을 무대에서 어떻게 풀어내는가.


"멜로디를 만들고 하나의 모티브를 발전시키는 방식이나 편곡할 때의 접근에는 클래식을 공부하면서 익힌 부분들이 있다. 악보에 셈여림이나 뉘앙스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거나, 솔로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부탁할 때도 어떤 이미지나 흐름을 원하는지 연주자들과 이야기한다. 동시에 재즈의 가장 큰 특징인 즉흥연주와 다른 연주자들과의 인터플레이(interplay)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것을 미리 설계하는 것보다는 실제 연주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클래식과 재즈 사이 어느 지점에 있는 음악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규 2집 이후의 속삭임(Murmures daprès)에 대해 손모은은 여러 시기를 지나면서 겪었던 경험과 변화, 그 이후에도 제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을 담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Christophe NZ,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정규 2집 '이후의 속삭임(Murmures d'après)'에 대해 손모은은 "여러 시기를 지나면서 겪었던 경험과 변화, 그 이후에도 제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을 담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Christophe NZ,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정규 2집 '이후의 속삭임(Murmures d'après)'에 대해 소개한다면.


"여러 시기를 지나면서 겪었던 경험과 변화, 그 이후에도 제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을 담아보려고 했다. 따라서 제목의 '이후'는 시간적인 의미보다는 어떤 시기나 경험을 지나온 뒤에도 우리 안에 남은 것들에 가깝다. 어떤 일이 끝났다고 해서 그때의 감정이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형태가 달라지거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남아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앨범에는 'Place des Abbesses(아베스 광장)' 'Nuit d'été en Corée(한국에서의 여름밤)' 'Oiseau migrateur(철새)' 'Le Manège(회전목마)'처럼 장소나 장면, 이미지에서 출발한 곡들이 수록됐다. 하지만 장소나 이미지를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제 안에 남은 감정이나 변화가 음악이 된 것에 가깝다. 제가 쓴 곡이지만 밴드 멤버들이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음악의 기록이다."


▶이번 무대에서 함께 서는 연주자들과는 어떤 관계인가.


"밴드의 핵심 멤버인 덱스터는 첫 음반을 녹음할 때부터 함께해 왔고, 로망은 2025년 1월에 처음 공연을 같이한 이후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둘 다 특별한 친구들이고, 인간적으로 정말 잘 맞다. 재미있는 건 셋의 성향도, 음악 취향도 정말 다르다는 점이다. 오히려 각자 음악을 듣고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채워주고 장점을 극대화시켜주는 부분이 있다. 내한 무대에 함께 서는 베이시스트 김현규와 드러머 김종현은 파리에서 지내는 한국 뮤지션들과의 인연으로 만나게 됐다. 이번 투어를 통해 함께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고, 굉장히 기대 중이다."


▶이번 내한 무대의 감상 포인트를 꼽는다면.


"재즈는 곡도 중요하지만 라이브에서 '좋은 변수'가 굉장히 많은 음악이다. 앨범을 만들면서 흥미로웠던 부분도 이 지점이다. 한 곡을 여러 번 연주했을 때 매 테이크(take)가 다른데,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그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다시는 동일하게 연주할 수 없는 순간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남기는 일인 거다. 곡 자체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이 서로 곡을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들어보면 즐거울 것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영화 음악 작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비롯해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영화 음악은 여전히 해보고 싶다. 다만 음악 환경이나 일하는 방식,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재즈와는 달라 접근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또 퀸텟뿐만 아니라 아주 크고 작은 편성, 솔로 작업 등 다른 편성을 시도해보고 싶다. 누가 연주할지를 상상하면서 곡을 쓰는 편이라, 편성이 달라지면 작곡 방식이나 연주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져서다. 최근 팝 음악을 하는 친구와 같이 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경험도 굉장히 즐거웠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한국 투어를 마친 후 처음으로 모로코 투어를 한다. 이후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앨범 발매 공연과 투어를 이어가면서 3집을 준비할 예정이다. 공연장을 찾아와 주시는 관객분들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다. 제 음악을 직접 들으러 와주시는 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그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소중하다. 이번 공연에서도 저희가 준비한 음악을 일방적으로 들려드린다기보다, 그날의 분위기와 관객분들의 에너지도 느끼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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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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