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가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그래도 결혼에 대한 환상 없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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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2-05-11  |  발행일 2012-05-11 제면
독신, 즐기거나 혹은 극복하거나

네오싱글(Neo-single)족은 탄탄한 경제력과 디지털 활용능력을 바탕으로 독신문화를 만끽하는 독신주의 세대를 가리킨다. 이들은 혼자 사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당당하고 독특한 문화를 구축해 나간다.

코쿤족은 누에고치(Cocoon)처럼 주위를 딱딱한 껍데기로 싸 감은 채 골치 아픈 사회와 단절하고 껍데기 안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독신주의자를 일컫는다.

캥거루족과 기생(寄生)독신은 독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계속해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반면 스크럼(Scrum)족은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며, 어깨동무하듯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도 부모와 공생관계를 이룬다.

이처럼 ‘나홀로 삶’을 살아가는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호칭도 분화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을 인터뷰하기란 무척 어려웠다. 주변에도 나홀로족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 속내를 털어놓길 꺼려했다. 짝이 없이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30~40대 4명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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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석씨(왼쪽)와 허만일씨가 지난 3일 오후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 있는 음악연습실 다락(多樂)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밴드활동으로 외로움 극복 동네친구

“싸우는 부부 보면 결혼보다는 음악”

악기와 벗…거의 매일 행복한 연주

◇…구본석씨(35)와 허만일씨(35)는 어릴 적 동네친구다. 둘은 현재 경북대 북문 근처에서 ‘다락(多樂)’이라는 음악연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둘 다 직업은 따로 있다. 구씨는 미혼이며, 허씨는 2008년 아내를 잃고 4살 된 아들과 본가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구씨와 허씨는 일과를 마치면 거의 매일 음악연습실에서 악기와 벗하며 살고 있다. 지난해 ‘대구방문의 해’에는 다락밴드가 ‘대구의 추억’이란 곡으로 공식주제가를 만들기도 했다.

구씨는 10년째 혼자 살고 있다. 현재 사는 곳은 대구시 북구 칠성동에 있는 한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그는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홀로 사는데 익숙해져서 특별히 생활에 불편을 느끼진 못한다.

밥, 라면, 찌개 등 기본적인 요리는 할 수 있지만 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해결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는다. 빨래는 양말과 속옷을 제외하고 세탁소에 맡기는 편이다. 이에 비해 허씨는 부모에게 살림을 의존하고 있다. 모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밤늦게 퇴근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주말은 아들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공원에서 보낸다. 허씨는 술을 마실 때 아내 생각이 나지만 크게 외롭지는 않다.

구씨는 “혼자 있을 때가 편하긴 한데 가장 불편한 건 역시 혼자 있을 때 밀려오는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이 아플 때와 맛있는 요리를 혼자 먹을 때가 가장 힘들다”고 고백했다. 구씨는 명절과 5월이 싫다. 대구시가 ‘처녀·총각데이’나 ‘오작교데이’같은 걸 만들어 시집·장가를 못 간 청년들에게 결혼을 할 기회를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결혼을 하기 위해서도 스펙이 필요하다. 부모님 세대엔 단칸방만 있으면 됐는데 요즘은 집과 번듯한 직장은 기본이고, 옛날보다 결혼 조건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씨는 아직까지 조건보다 사랑이 우선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친구 부부가 아이와 함께 다정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면 부럽기도 하지만, 부부싸움을 하거나 바람피우는 모습을 보면 결혼할 마음이 싹 달아난다. 부모도 그에게 결혼을 재촉하지 않는다.

허씨는 부모와 분가할 생각도 했지만 아들 때문에 할 수가 없다. 부모도 그의 분가를 반대한다. 허씨는 재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선뜻 내키진 않는다. 맞선도 몇 번 봤지만 마음에 드는 여성이 없었다. 아들 딸린 홀아비에게 시집을 오고자 하는 여자도 드물다. 허씨 역시 조건보다 사랑이 우선이다.

구씨나 허씨에게 음악은 인생의 고독을 채워주는 벗이요, 즐거움이다. 음악을 하면 행복한데 결혼은 마냥 행복할 수가 없다는 게 둘의 공통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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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성씨가 지난 4일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한 복지관에서 설거지를 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봉사활동으로 고독 이기는 女새터민

北·中서 두 번 결혼…한동안 우울증

설거지봉사하며 활력 “혼자가 편해”

◇…오춘성씨(45)는 새터민이다. 북한에 남편과 아들이 있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2005년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밀입국했으나 인신매매단에 끌려가 백두산 아래 인삼밭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한 한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언제 다시 북한으로 붙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결국 그녀는 2010년 한국행을 감행했다.

그녀는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1년6개월째 혼자 살고 있다. 정글과 같은 남한의 경쟁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팽이처럼 바쁘게 살다보니 그간 몸무게가 6㎏이나 줄었다.

원래 명랑한 성격을 가진 그녀는 중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어 우울증을 앓았다. 그녀가 다시 활력을 찾게 된 계기는 교회와 대학을 다니면서부터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기쁨을 알게 됐다. 오씨는 일주일에 3번 이상 봉사활동을 한다. 집 근처에 있는 한 복지관에서 설거지봉사를 하고, 노래와 춤으로 재능기부도 한다. 항상 나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작은 것부터 감사하고 매일 기도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한다. 산악회도 가입해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웃음치료사자격증, 보육교사자격증도 있다. 앞으로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녀는 틈틈이 글쓰기를 한다. 글쓰기를 하면서 산란한 마음을 정리한다. 집안에는 될수록 밝고 환한 사진을 걸어 놓았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북한과 중국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이 나 많이 울었다. 자신만 호의호식한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다. 북한과 중국에 살고 있는 가족과 통화를 하면서 마음을 달래보았다. 하지만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혼자 사는 게 지금으로선 편하다. 두 번이나 결혼 경험이 있는 그녀는 결코 다시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 그녀의 꿈은 한국에서 취업을 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중국에 있는 가족을 데려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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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대봉동에서 토마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박재근씨가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 창작활동으로 자아실현 47세 男

예술인·종교인과 철학적 소통 중시

"연애? 시시콜콜"…스키 등 취매생활

◇…박재근씨(47)는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서 토마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으며, 현재 또 다른 대학원에서 사진영상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전시기획과 사진작품 활동이다. 그는 갤러리를 문화공간으로 꾸며, 회화·공예·사진 등 시각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전시와 세미나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한때 종교생활을 하며 독신으로 살고자 결심했다. 하지만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누구인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면서부터 자신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격이 수행의 삶과는 맞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결국 예술적 창작활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게 자신의 갈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시시콜콜한 남녀 간 연애보다 예술과 철학에 대해 논하기를 좋아한다. 그는 주로 예술을 이해하는 작가들과 소통하려 한다. 영적 교제를 위해 스님, 신부 등과도 자주 교류하고 있다. 스키, 오토바이크 등 취미생활과 영정사진 촬영 등 봉사활동도 열심히 한다. 명절 때는 주로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

박씨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다. 그렇다고 결혼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에겐 독신도 삶의 한 방식일 뿐이다.

■ 일·공부에 파묻혀 사는 女디자이너

부모와 함께 살아…결혼고민 안 해

“젊은 부부와 아이 봐도 이젠 무덤덤”

◇…박상아씨(39)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하면서 대학 강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지역의 한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서울의 한 의류업체에서 4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프랑스에서 4년간 유학을 했다. 그녀는 8년간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외로움과 고독으로 무척 힘들었다. 지금은 시집을 가지 않고 부모와 셋이 살고 있다. 그녀는 일종의 스크럼(Scrum)족이다.

부모님은 그녀가 결혼을 하길 바라지만 강요하진 않는다. 그녀 역시 일과 학업에 파묻혀 살다보니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 엄마 아빠도 결혼에 대해 다그치지 않고, 자신도 느긋한 성격이다 보니 어느덧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괜찮은 남자가 있을 땐 자신이 바빴고, 결혼하고 싶어 짝을 찾았을 땐 짝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은 젊은 부부가 아이와 함께 즐겁게 노는 모습을 봐도 무덤덤하다. 부모님은 이러한 그녀를 보며 “너 참 안 급하구나”라고 걱정을 하지만 특별히 결혼을 목적으로 남자와 만나고 싶지는 않다.

집안 살림은 대부분 어머니가 하지만 도와서 같이 하는 편이다. 남동생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여동생 둘은 시집을 갔다. 자신마저 결혼을 하게 되면 부모님 둘이서 사는 것도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박씨의 꿈은 개인 숍을 하면서 강의와 공부,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부모님 곁에서 살고 싶단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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