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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행복했습니다.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어딘가 물으신다면, 수성교 근처의 방천시장 안이라고 말씀해드리지요.
이곳은 몇 년 전 중구청에서 하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인연이 있던 곳입니다. 허름한 점포에다 작업실을 열었지요. 작가들이 슬럼화된 시장통 안에서 작업을 하며 상인과 아티스트들이 함께 소통하는 ‘별의 별 시장’이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이 드는 곳이지만 즐거웠습니다. 시장 안의 인심 좋은 할머니들이 나의 팬이 되기 시작했고, 이렇게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시장 사람들의 여유였습니다. 화실 안은 늘 막걸리와 안주가 떨어질 날이 없었고, 나의 작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반찬가게 아주머니는 새로운 안주를 준비해주고, 생선가게 할머니는 막걸리를 한병 갖다 주며 노래도 한곡 불러주었지요. 그리고 현대미술이라는 장르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며 좋아했습니다. 미술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일상 속에 묻어나오는 것이 미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허나 그 해가 가기 전 난 이곳을 떠났고, 어떤 연유로 혼자가 되었습니다. 혼자된다는 것은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건 힘든 일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올 초 이 곳, 방천시장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절 여기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입니다. 한 친구는 작업실을 챙겨주고, 또 다른 친구는 이사를 가자 내가 그곳으로 터전을 옮기도록 도와주었지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나는 작은 화분과 텃밭에 채소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상추, 쑥갓, 열무 그리고 고추모종, 오이, 가지, 호박, 방울토마토도 심었습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지금 잘 자라고 있습니다. 나의 취미 활동이자 한 해의 농사로 즐거움을 공유하는 일이지요. 그리고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페이스북 친구들의 얼굴과 함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하고 이 주위의 사람들과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지난 일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혼자 산다는 의미를 곱씹어봅니다. 삶이란 용감하게 개척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멋진 솔로 여러분.
지금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십시오.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랑의 씨를 뿌리고 또 확인을 해보십시오. 채소 씨앗과 모종을 심어보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의미와 함께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기쁨도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지요. 인생은 늘 지금부터입니다.
또 좋은 하루가 시작되는 5월의 상쾌한 아침입니다.
정태경 서양화가<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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