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학교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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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25 07:51  |  수정 2013-03-25 07:51  |  발행일 2013-03-25 제15면

‘행복 -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함’

사전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찾으면 이런 뜻이 나온다. 모두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행복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얼마 전 한 광역자치단체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학생들이 느끼는 행복이 성적에 따라 다르다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적이 있다. 성적 상위 학생의 행복지수가 100점 만점에 71.1점인 반면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은 54.3점에 그쳤다.

수치적으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1.3배나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만 모였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지난 몇년간 일어난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은 이러한 예상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실제로 카이스트 교내 대자보에 나온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는 외침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남들의 눈에 보이는 절대적 행복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는 ‘행복 학교’ 두곳을 찾아 봤다.

행복 학교
아토피 치유 행복학교인 서촌초등은 아이들이 기른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에 사용하고 있다.
행복 학교
서촌초등 학생들이 친환경 생활체육복을 입고 수업하고 있다.




"건강해야"

팔공산 자락 '서촌초등'

편백나무 울타리에 오크목 바닥

숲속의 학교서 환경성 질환 고쳐

몸과 마음 건강…학업도 큰 효과



◆서촌초등

수성구 황금동에 사는 6학년 권민우군(13)은 아침 7시면 집을 나선다. 권군이 다른 초등학생보다 한시간가량 일찍 등교하는 이유는 바로 인근의 학교가 아닌 서촌초등학교에 다니기 때문이다.

권군이 이렇게 힘들게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바로 서촌초등학교만의 환경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공부하고 놀 수 있는 환경에서 환절기만 되면 심해지던 권군의 알레르기 비염은 거의 완치됐고,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건강해졌다.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서촌초등학교는 그야말로 ‘숲속 학교’다. 팔공산과 왕산, 응해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다 아름드리 나무와 편백나무가 담장처럼 학교를 안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모든 교실이 편백나무 가구장과 황토텍스, 오크목 교실바닥 등 친환경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서촌초등학교가 ‘아토피 치유 행복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행복해서 행복학교이기도 하지만 실제 학교가 대구시교육청이 지정한 행복학교이기도 하다.

학교의 자율화와 다양화, 특성화를 위해 학업부담을 줄이고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교과과정을 편성해 전인교육의 시발점이 되고자 도입한 행복학교는 2011년 서촌초등학교가 1호로 지정됐다.

친환경 학교답게 아이들의 먹거리도 친환경이다. 식재료 중 무농약 친환경 식재료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항생제를 넣지 않은 육류와 유기농 채소로 급식을 제공하니 학생들의 아토피 증상 개선이 눈에 띌 정도다. 점차 나아졌다는 게 많은 학부모의 반응. 학교 주변에 인스턴트 음식을 사먹을 곳이 없어 직접 담근 매실차와 학교에서 기른 고구마, 감자가 아이들의 간식인 것도 눈길을 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서촌초등은 아이들이 찾아오는 학교가 됐다.

서촌초등학교에는 올해 40명의 신입생이 몰렸다. 재미있는 것은 통학구역인 동구 중대동 인근의 학생은 불과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명이 넘는 아이들은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을 앓고 있다는 진단서를 들고 통학구역 밖에서 서촌초등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환경성 질환의 치유를 위해 학급당 정원을 20명으로 제한한 서촌초등은 신입생이 몰리자 1학년을 2개반으로 늘리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2011년 5월 행복학교로 지정될 때만 해도 불과 65명이던 전교생이 지금은 118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등 환경성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온 학생도 20명을 넘어섰다.

송인수 교장은 “서촌초등은 아토피 질환 학생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과 함께 환경, 시설 등을 갖춘 학교”라면서 “건강한 환경에서 행복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 뿐만 아니라 학업 분야에서도 뚜렷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 학교
외국어 교육중심 행복학교인 가창초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독일문화 이해의 날 행사장면.
행복 학교
일본문화 이해의 날 행사모습.


“공교육으로”

시골학교‘가창초등’

폐교 위기 딛고 외국어교육 초점

사교육 없는 전원학교로 주목받아

바이올린·태권도 등도 집중교육

◆가창초등

공교육이라면 암기식, 주입식 수업에다 학원수업의 재탕이라는 고리타분함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무거운 책가방에 눌린 아이들의 힘겨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곳도 있다.

바로 가창초등학교다.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가창초등은 전형적인 시골학교다. 1930년대 개교한 학교답게 나즈막한 2층의 일자형 건물은 감출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한때 1천명이 넘던 학생들이 공부하던 가창초등은 행복학교로 지정되기 직전인 지난 3월에는 폐교 대상 학교 기준인 60명에 한참 못미친 46명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어교육 중심 행복학교로 탈바꿈한 가창초등은 ‘사교육이 없는 전원학교’라는 비전으로 학생들과 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선 수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영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교육을 특화했다. 일반 초등학교에서의 영어 수업은 주당 한두 시간에 불과하지만 가창초등에서는 모든 학생이 주당 6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까지 원어민 교사 등과 함께 수업한다.

영어는 1·2학년은 6시간, 3·4학년은 7시간, 5·6학년은 8시간씩 배정했다. 물론 방과후 시간도 포함됐다. 중국어는 1·2학년은 2시간, 3~6학년은 3시간씩 방과후 수업을 듣는다. 물론 전원학교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딱딱한 교실수업에서 오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영어 연극놀이나 발표 형식의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교사들이 합동수업도 가창초등 외국어 수업의 특징이다.

외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후학교와 토요문화학교도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토요문화학교에서는 미술, 바이올린, 태권도, 컴퓨터, 수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도심 학교 못지않은 문화 교육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또 ‘가창달인제’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한자, 바이올린, 단소, 컴퓨터, 태권도 등 8가지 종목을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가르친다. 방학 때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사교육이 필요 없다.

이런 가창초등의 행복수업은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학생수는 159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렇듯 외국어 중심학교로 단기간에 놀랄 만한 성과를 낸 배경에는 공모교장으로 지난해 3월 부임한 이상근 교장의 영향이 적지 않다. 중국 톈진의 한국국제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이 교장은 그곳에서 경험했던 외국어 교육과 함께 학교 운영과정 등을 가창초등에 접목했다.

이상근 교장은 “교실수업과 방과후 수업을 착실히 진행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성공적인 공교육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또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가 즐겁고 신나게 꿈을 키우는 행복한 곳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사진=대구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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