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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끓는 소리, 차 따르는 소리에 차분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이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소리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들을 수 없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茶)라고 하면 녹차든 홍차든 어떤 차를 마시더라도 이를 마시는 행위, 즉 다도가 즐겁고 만족스러움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오는 소리, 오디오 턴테이블 돌아가는 소리에 감흥을 느낄 수 있고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의 희미한 음악소리에 답답함 없이 숨죽여 들을 수 있는 그런 시간만큼이나 차 한 잔을 마시며 온갖 멋을 부리고 분위기 잡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한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 한 잔에서 나름대로의 삶의 여유를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루 종일 일에 찌들고 집이라는 공간에 왔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신지요. 집이란 공간이 그저 먹고 자고 하는 공간에 지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요. 주거공간 속에 나와 가족의 정체성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머물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참으로 공간이 좋아서 집에 머물고 싶을 때가 있고 단지 그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 즐겁고 행복할 때가 있습니다. 차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집안에다 별도로 다실이라는 공간을 마련합니다. 돈이 좀 들어간다 해도 다실은 하나 가질 만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이 정도의 멋은 부려도 되지 않을까요.
차를 마시며 느끼는 유익한 마음에는 사랑의 마음, 기쁨의 마음, 연민의 마음, 평온의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초의 선사는 홀로 마시는 차를 최고의 차라 했습니다. 바로 나를 관조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홀로 차를 마시면 나를 생각하고 남을 생각하고 세상을 생각하는 지혜가 깃들기 때문이죠.
다도를 배우지 않았고 찻그릇이 미비하고 준비된 차가 변변찮아도 나혼자 나만의 방식으로 편하게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생활화되고 이를 즐길 수 있다면 그 다음엔 깊이 있게 다가가기 마련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차를 마시기 위해 다도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익히는 다도도 나쁘지는 않을 듯합니다. 뭐든 하다 보면 더 좋은 것을 찾게 되고 더 좋은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사색의 계절인 이 가을에 나만의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 아니면 소중한 시간만이라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이태윤<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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