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초등학생들에게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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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6  |  수정 2014-10-16 07:52  |  발행일 2014-10-16 제19면

필자가 수업을 하는 초등학교 중 한 곳은 매년 전 학년 학생이 연극 또는 뮤지컬을 준비해 발표한다. 예술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 전교생 모두가 참여하고 창의적인 표현과 함께 학생 모두가 협동해 만들어내는 작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몇 년 동안의 작품 준비와 발표를 통해 학생들이 소통하고 협동하는 것이 생활이 되었으리라 기대하고 학생들을 보았다.

하지만 몇 년의 활동으로 학생들은 ‘잘한다’ ‘못한다’에 대한 눈만 높아져 있었다. 자기를 보기보다는 평가와 비난, ‘대충 하면 되지 뭐’ ‘너나 잘해’라는 대응을 볼 수 있었다. 모든 학생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학생을 봐주는 선생님도 계신다.

다만 과중한 업무에 작품 발표라는 또 다른 일까지 치러야 하는 선생님, 아이의 소질이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바라는 부모님,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흥미가 없음에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은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도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표를 위해 찍어내는 듯 만들어지는 작품에 대한 투덜거림이 올라온다.

지적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이가 있는 어느 교실이었다. 모두가 무대 위에 있어야 하기에 이 아이도 역할을 맡고 무대 위에 선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아이가 자기 자리를 찾기 전에 옆에 친구들이 이리 끌고 저리 끌며 아이의 자리를 잡아준다. 그러다 보니 자리를 잡아주던 친구는 자신의 자리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잡지 못하고 항상 늦게 된다. 그 아이에게 ‘친구 신경쓰지 말고 자기 자리만 잡자’라고 하자 이번엔 다른 친구가 자리를 잡아주느라 늦는다. 생각주머니가 작은 친구, 모두가 그 친구를 배려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다른 아이들이 그 친구를 챙기느라 자기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 아이는 친구들이 이리 끌고 저리 끄는 사이 자기가 어디에 서야하는지 생각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지는 그 학생은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기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제대로 연습을 마무리하였다. 다른 이를 배려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미리 채워버리기 전에 나의 자리를 찾아 기다려보자. 그러면 다른 이도 스스로 자기의 자리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이미은 <극단 온누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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