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작은 사탕 포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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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30  |  수정 2014-10-30 07:59  |  발행일 2014-10-30 제19면
[문화산책] 작은 사탕 포장지

며칠 전 일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문 밖으로 나오려는데 몇몇 학생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사탕 봉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찍었다. 그러고는 이내 사진을 SNS에 올린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러했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사탕봉지는 방금 전 자기반 학생이 버린 것이란다. 그래서 그렇게 버리면 안 되는 것이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혼나야 하니까 자기 반 SNS 단체방에 올려 선생님께 알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 명의 학생이 떠들썩하게 사진을 찍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 쓰레기는 그 자리에 남겨 놓고….

사실 필자는 반 학생과 선생님이 소식을 공유하는 곳에 다른 친구의 행동을 사진까지 찍어 올린다는 것에 놀랐다. 무심코 한 일로 쓰레기를 만든 그 친구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서 큰 잘못이나 한 듯 질타를 받게 될 것이므로. 물론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크게 생각할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이 되진 않았다. 더욱 놀란 것은 사진을 찍던 그 아이들 틈에서 결국 그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중 한 명이 그 쓰레기를 주우려 하자 다른 친구들이 ‘쓰레기는 그냥 둬야 된다’며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친구가 잘못한 것이니까 그 친구가 치워야 한다고 했다.

무엇이 맞고 틀리다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필자 역시 어떤 게 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다만 안타까운 맘이 더 컸다. 예전에는 누군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일을 하면 친구들이 그것을 다른 이에게 알리기보다는 대신 치워주거나 함께 정리하거나 했던 것 같다. 물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학생이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다. 글을 올리는 그 학생은 선생님께서 누군가 잘못된 일을 하면 이야기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상황이 뭔가 불편하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자기가 한 잘못이 아니라며 책임을 지지않고 다른 이에게 떠넘기려 애쓰는 어른들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어떤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며 마녀사냥하듯 몰아가는 올바르지 않은 어른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참으로 씁쓸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작은 사탕 포장지는 바람에 날려 금세 눈 앞에서 사라졌다.
이미은 <극단 온누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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