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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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5  |  수정 2014-11-05 08:00  |  발행일 2014-11-05 제27면
[문화산책] 미생
노병수 <동구문화재단 대표>

바둑은 두 집이 나야 산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한 집으로는 살 수가 없다. 그것이 ‘미생(未生)’이다. 미생의 무서움을 고수들은 안다. 대마가 한번 몰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좋은 판세도 어어 하는 순간 그르치기 십상이다. 인생도 한 판의 바둑과 같아 여기 저기 온통 미생 천지다.

어려서 바둑을 배운 꿈나무가 입단을 못하면 전형적인 미생이 된다. 한국기원 연수생 실력이면 프로를 뺨친다. 그럼에도 프로의 문턱은 하늘처럼 높다. 오죽하면 사법시험보다 더 어렵다고 할까. 바둑 하나에 목숨을 걸었으니 당연히 스펙은 제로다. 그러니 사회 적응이 될 리가 만무하다.

바로 그 입단하지 못한 바둑꿈나무 ‘장그래’의 힘든 직장생활을 그린 웹툰 ‘미생’이 지난해부터 공전의 인기를 끌더니, 얼마 전 tvN의 금·토 드라마로 탄생해 놀라운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에게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장보리’류의 막장드라마가 아니면 명함을 내밀기 힘들어졌다. 불륜에 따른 출생의 비밀은 너무 흔한 소재다. 신데렐라 스토리 역시 식상한 ‘클리셰(cliche)’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미생’이 어떻게 이토록 인기를 끌까.

그 원인을 뉴스엔의 김예슬 기자는 ‘미생이 우리 모두의 기억과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미생은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에겐 그 자체가 절절한 얘기다. 가정에서는 왜 가장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지에 대한 주부나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왜 가장이 퇴근 후 항상 맥을 못 추는지, 왜 그리도 술을 자주 마시는지, 왜 주말엔 누워 잠만 자는지, 계약직들이 같은 일을 하고도 어떻게 설움을 당하는지, 신입사원들은 왜 불안한지, 여성 직장인에게 어떤 딜레마가 있는지, 그 모든 것들이 ‘미생’ 속에 있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

직장생활은 장난이 아니다. 힘들다. 너나 나나 모두가 ‘미생’이기 때문이다. 그 큰 공감대가 직장생활이라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소재를 한 드라마 ‘미생’의 인기몰이 원인인 것 같다. 팁 하나. 오상식 역의 대구 출신 이성민, 장그래 역의 임시완은 말할 것도 없고, 한석율 역의 변요한, 김동식 역의 김대명 등 하나같이 연기를 잘 한다. 이들 때문에 드라마가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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