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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집에 있어 보면 집안일이 끝도 없다. 물론 평일에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말은 통째로 날아가 버린 프로그램처럼 멍하니 월요병을 몰고 온다. 돌아서면 끼니때가 돌아오고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이 대부분 여성의 일과일 것이다. 빛도 나지 않으면서 고된 일이 집안일과 밭 매기, 애 보기라 하지 않던가.
요즘처럼 여자들이 바깥일을 하는 경우, 집안일은 이제 여자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40~50대의 여성은 턱걸이처럼 집안일과 바깥일의 경계에 놓여 있어서 무척 힘들다고들 한다. 남편은 말투부터가 아직 가부장적이다. 남자들에게 집안일은 그저 ‘도와 주기’에 불과하다. 여자들에게 집안일은 당연한 것이다. 명절이나 제사 때 보면 음식 장만은 여자의 몫이다. 남자들은 제기 닦기 정도. 그것은 도와 주기이다.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도와 주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아직까지 주방일은 남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유교적인 풍조 때문이다. 너무나 숙명적인 여자의 삶 같지만 이것이 집집이 다를 것 없는 현실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을 보면 집안일에 지친 피곳씨 부인은 가출하고 만다.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메모만 남긴 채. 그녀가 가출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으로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결국 집에 남은 가족은 돼지로 살아간다는 그림책을 읽고도 바뀌지 않는다면 진정한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집안일도 물론 고되지만 다 같이 바깥일을 하는 입장에서 혼자 소처럼 일만 하는 여자로 취급받는다면 얼마나 허탈할까? 멋진 집, 멋진 자동차, 멋진 환경 속에서 산다고 행복할까? 아내가, 엄마가, 행복하지 않은데 과연 행복한 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밥 줘” “엄마, 밥 주세요” 이 말밖에 하지 않는 가족이 안쓰러워 가출이라는 비상구를 택한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져 보시라.
“도와 줄게”보다 “내가 할게”라는 말이 더 애틋하게 와닿는다. 함께 도시락 싸서 마음놓고 가을여행이라도 떠날 수 있도록 온가족이 어우러져보자. 해 지면 그리운 집, 내가 빠진 가족 사진이 아닌, 다 함께 활짝 웃는 가족 사진이 거실 벽에 떡하니 걸려 있는 집으로 오늘 저녁은 일찍 한번 들어가 보자.
황명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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