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갓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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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6  |  수정 2014-11-26 07:56  |  발행일 2014-11-26 제23면
[문화산책] 갓바위
노병수 <동구문화재단 대표>

갓바위 부처는 지성으로 발원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 간절한 마음이면 친견만 해도 ‘가피’를 얻는다. 특히 부처가 바라보는 남쪽 지방의 신도들에게 영험이 많다 하여 부산, 울산, 창원 등지에서 해마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주로 건강과 입시 양쪽으로 신통하다.

1980년대 후반의 일이다. 안양에서 온 한 보살이 앉은뱅이 딸을 지게에 지고 갓바위에 올랐다. 함께 죽을 각오로 절을 시작했다. 삼천 배를 하고 탈진해서 부처를 바라봤다. 여전히 무심하다. 이제 죽어야 하나 생각하는 순간 딸의 다리가 거짓말처럼 풀렸다. 모녀는 얼싸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갓바위 주변에 이런 일화는 흔하다. 딸만 셋 있는 집안에 둘이 시름시름 앓다 차례로 죽고, 마지막 남은 딸 하나마저 몸져누워 사경을 헤맨다면 어찌 동네 사람들이 쯧쯧 혀를 차지 않겠는가. 그 딸이 갓바위에 치성을 드리고 멀쩡해졌다면, 그것은 부처의 ‘원력’이 맞다.

갓바위 부처의 공식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다. 보물 제431호. 갓모양의 판석을 올린 머리에는 육계(肉)가 뚜렷하다. 얼굴은 부처의 전형으로 위엄이 넘쳐나며 목에는 삼도(三道)의 주름이 있다. 무릎 위의 오른손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으로 석굴암의 본존불과 닮았다. 그러나 왼손에 약합(藥盒)을 들어 ‘약사여래불’이 되었다.

약사여래불은 서방정토에 머물러 법(法)을 설하는 아미타불과 다르다. 그는 고통받는 병자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부처다. 중생을 모든 병고에서 구하는 것은 물론, 무명(無明)의 고질까지도 치유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약사여래불은 우리와 친숙하다.

요즘 같은 입시철만 되면 갓바위 주변에는 기도행렬이 미어터진다. 부처의 관(冠)이 학사모와 닮아 입시에 영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오밤중에도, 신새벽에도, 갓바위 능선에 일대 장관을 이루는 불빛의 긴긴 행렬을 보면 가슴이 다 먹먹하다.

기복신앙이라 흉보지 마시라. 땅에 넘어진 사람이 하늘을 잡고 일어날 수 있는가. 어차피 땅을 짚어야 한다. 나무약사여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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