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소망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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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5  |  수정 2014-12-25 07:47  |  발행일 2014-12-25 제19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대학진학을 위해 수능시험을 봤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성적은 받았다. 하지만 집안형편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바로 대학진학을 한다는 것은 어려웠다. 당장 학교에 납입해야 하는 등록금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대학진학을 미루기로 했다.

결국 그때 대학진학은 못했지만 대신 공장에서 일을 하고 약간의 돈을 모으며 병역특례(방위산업체)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병역의무 대신 3D업종의 공장에서 일을 하며 군생활을 대신하는 제도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염색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으니 맘이 좀 아팠다. 교대근무를 하며 3년을 거기서 일했는데 몸은 무척 고달팠고 피곤이 쌓여 늘 코피를 흘렸다.

야간근무를 하며 틈이 날 때마다 공장의 굴뚝에 올라가서 야경을 보곤 했다. 굴뚝에 올라가서 보면 멀리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계명대학교의 불빛이 보였다.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 아담스채플관이 있는데 그게 교회건물이다. 건물이 마치 성당같이 생겼는데 정말 멋져 보였고 비록 먼지 가득한 공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처지였지만 늘 그곳을 동경했다. 언젠가는 등록금을 모아서 저 대학에 입학하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거닐며 마음껏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생활했다.

12시간 교대근무로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거웠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은 새벽시간에는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았고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계명대학교 아담스채플관의 아름다운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조금씩 나의 앞날을 준비했다. 결국 난 병역특례를 마치자마자 꿈에도 그리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닐 때는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학비를 벌어 대학을 졸업했다. 주변 친구들은 비교적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잘 구했는데 난 미련해서인지 순전히 몸으로 부딪히며 땀을 흘리는 일만 하며 고생해서 학비와 책값 등을 벌어야 했다.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하늘 아래 가장 귀하고 귀한 천사(장애인)들과 삶을 나누며 공부를 병행하고 있지만 그때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위로를 주던 아담스채플관의 십자가 불빛이 새삼 떠오른다.황준성<한국재활음악치료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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