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내 아이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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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30  |  수정 2014-12-30 08:04  |  발행일 2014-12-30 제23면
황명자 <시인>
황명자 <시인>

“우리 아이는 생각이 반사회적이에요.”

어떤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친구들도 이유 없이 괴롭히고 학습 태도도 엉망이며 거짓말도 잘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담임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옮기는 것이다. 너무도 당당하게 자신의 아이를 비판하는 엄마의 눈은 매서운 맹수의 눈빛으로 이글거렸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친자식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도대체 아이가 왜 반사회적이란 말인가. 어린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지겨웠으면 세상을 향한 시선에 부정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을까. 아직 전두엽이 채 자라지도 않은 어린아이에게서 부모는 완전한 이성을 원한다. 어쩌면 부모조차도 완전하지 못한데, 아이에게 거는 기대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대리만족이거나 보상심리다.

이와 비슷한 환경의 가정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보았다. 주인은 지나치게 훈련된 개를 원했으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발로 걷어차거나 때리는 시늉을 일삼았다. 처음에는 벌벌 떨던 개가 주인의 변덕스러운 행동에 급기야 주인을 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개는 모든 게 귀찮아진 듯했다. 구석에서 나오지 않고 주인을 향해 재롱도 부리지 않았다. 하물며 곁에 오는 것도 싫어했다. 주인의 비위를 맞추기도 어렵고 자칫 잘못하면 돌아오는 매는 너무 아프고.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아이의 심정과 다를 바 없다. 가정이나 학급에서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몰라요!” “싫어요!”가 전부다. 어린 아이의 뇌는 덜 지은 집과도 같다고 한다. 어른이 삼층집이라면 아이는 일층 내부공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생각이 아직 뒤죽박죽인 아이에게 일관된 사고(思考)를 바라는 부모는 참으로 어리석다.

상대에게 어떤 감정이 있다고 할 때 그것은 통상적으로 나쁜 감정을 말한다. 아이들의 감정이란 파노라마처럼 공포를 몰고 온다. 아이들에게 감정은 매우 불합리적이다. 아직까지 전두엽이 완전하게 리모델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어른의 감정을 얹으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뇌 공사는 무너지고 만다. 아이는 정체성을 잃고 불안에 떨게 된다. 내 아이의 감정은 단순하지만 복잡하다. 아직 회로가 연결되지 않은 전선과도 같은 아이의 감정에 절대로 어른의 감정을 연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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