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1만원짜리 공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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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01  |  수정 2015-01-01 08:45  |  발행일 2015-01-01 제31면

퇴근 후 동네마트에 들렀다. 필요해서 사고, 필요할 것 같아서 사고, 필요 없어도 할인하니까 산다. 아무튼 잔뜩 산다. 계산대에서 점원이 봉투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말하고는, 낑낑대며 집으로 가면서 곧 후회를 한다. ‘봉투 살 걸…’ 돈 50원이 뭐라고, 계산할 땐 그게 왜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는지.

우리는 가끔 생뚱맞은 곳에서 인색해지는데, 공연 일을 하다보면 이런 분들을 자주 마주한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대구시립예술단의 공연은 관람료가 부담 없는 몇천원에서 몇만원선이다. 그런데 매표소에 있어보면 갖은 이유를 대며 할인을 요구하는 분이 꽤 있다. 한눈에 봐도 학생이 아닌데, 학생증이 없지만 대학생이니 할인을 해 달라는 분부터, 심지어 그냥 들여보내 달라는 분도 있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행색이 돈 만원도 없어보이진 않는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나 백화점에서 옷을 살 때도 이럴까. 이 공연이 1만원짜리가 아니라 10만원짜리 공연이었다면 또 어땠을까.

시립예술단의 운영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 그래서 공연 관람료 또한 ‘나는 이 공연을 끝까지 진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할 의사가 있다’는 하나의 증표 개념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공연 관람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공연 내용도 저렴한 것은 또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관람료를 물어오는 분들에게 1만원이라고 안내를 해드리면 대뜸 “그렇게 싸요? 그러면 재미 없겠네”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있다. 참 난감하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예술단의 관람료 중 일부분은 세금으로 내놓은 셈이라고. 그러니 나머지 부분을 새롭게 지불하는 거라고. 이렇게 따져보면 적당한 관람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싸니깐 별 볼일 없을 거라는 생각, 그래서 더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이 좀 가시지 않을까 싶다.

시립예술단은 내가 투자한, 나의 문화자산이다. 그 자산을 잘 활용하도록 하자. 내가 내는 관람료 또한 문화예술 사업에 재투자되어 더 수준 높은 공연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1만원짜리 공연이 1만원어치의 공연은 아니라는 것을 알자.
박혜영 <대구시립예술단 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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