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법고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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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19  |  수정 2015-01-19 08:05  |  발행일 2015-01-19 제22면
[문화산책] 법고창신
이금순 <한국미술협회 이사>

‘법고창신’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법고는 긍정적인 것만이 아니며 창신 또한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다. 법고는 말 그대로 옛 것을 모방하는 것이니 그 안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될 수 있을 것이며, 창신은 자칫 지나쳐서 이것이 기이함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고창신의 의미를 보며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나, 그리고 우리에게 과연 전통이란 무엇인가를 새삼 묻고 싶다. 이 말의 핵심은 단지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승하여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다면 여전히 진부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느 책자의 서문에서 ‘식혜는 우리시대가 거둔 가장 위대한 승리의 전리품이다’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왜 식혜가 승리의 전리품일까? 식혜는 훌륭한 민족음식의 하나이다. 그러나 식혜는 이동이나 보관을 할 때 지나치게 전통적이어서 기동성이 없다. 항아리를 들고 다니면서 한여름에 식혜를 즐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식혜가 깡통에 담겨지는 순간, 식혜 자신의 운명이 바뀌었다. 전통의 법고창신이 가져온 놀라운 결과이다. 식혜의 성공은 수정과나 대추음료까지 가능하게 한 민족음료의 혁신을 이루었다.

전통의 계승이란 이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과거 전통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이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탁월한 차원에서의 자기 혁신이 이루어질 때, 전통은 그 생명력을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엄연한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마치 하늘에서 불쑥 떨어진 사람들처럼 과거를 기피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희망의 미래가 존재할 수 있을까? 법고창신의 정신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화가인 나 역시 항상 발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근본을 잊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이제 법고창신을 통해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나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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