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秒(초) 다투는 심장수술도 서울 가란 말인가”…대구 심장수술센터 시급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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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30 07:22  |  수정 2015-01-30 07:28  |  발행일 2015-01-30 제1면
5년뒤 전문醫 8∼9명으로 줄어…병원별 흩어져 응급상황도 빈발
수술·치료·연구 등 전문성 절실…6월 건립여부 최종 결정 ‘촉각’

지난 26일 김모씨(여·75)는 극심한 가슴통증으로 영남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대동맥박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영남대병원은 응급환자인 김씨를 바로 수술하지 못했다. 심장수술을 할 의료진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날 경북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이미 다른 환자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씨는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간신히 수술을 받았다. 만약 동산병원도 수술이 불가능했다면 김씨는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이 앞으로 더 자주,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구권 대학병원에 흩어져 있는 심장 전문의를 한 곳에 모아,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대구 심장수술센터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의료계는 물론 대구시도 심장수술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국비 5억원으로 ‘대구 심장수술센터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말부터 ‘지역 심뇌혈관 질환 관리 문제 해결 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용역 결과를 검토한 후 오는 6월 중 대구 심장수술센터 건립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대구 심장수술센터에선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등 대학병원 4곳과 대구파티마병원이 공동으로 심장수술 및 관련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까지 국비 247억원, 시비 52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60병상을 갖출 계획이다.

장소는 중구 경북대병원 본원 또는 그 주변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대구 의료계에선 심장수술센터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수년 내 심장질환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 심장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60대 2명, 50대 6명, 40대 6명 등 모두 14명뿐이다. 대구에 등록된 의사가 5천76명인 점을 감안하면 심장 전문의는 전체의 0.26%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5년 내에 퇴임할 전문의도 5~6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때부터 대구에서 관상동맥 우회술, 협심증, 심근경색, 판막수술, 대동맥수술, 선천성심장수술 등 심장과 관련된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든다.

여기다 5~6년 전부터 대구지역에는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 지원자가 전혀 없다. 특히 올해 대구 4개 대학병원이 전공의 과정을 모집한 결과, 심장수술 등을 할 수 있는 흉부외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실상 심장수술 전문의 ‘씨’가 말라붙은 것이다.

심장환자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에서는 심장전문의들이 경험을 축적할 기회마저 놓치고 있다. 능력이 있는 의사와 환자 모두를 수도권에 빼앗기면서, 지역의 의료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또 대구지역 4개 대학병원에 심장수술이 가능한 전문팀이 각각 1개씩밖에 없어, 담당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수술 중일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마저 높이고 있다.


대구지역 의료계는 “대학병원에 흩어진 심장수술 전문의를 한 곳에 모아, 수술·치료·연구활동에 집중하도록 해 전문성 강화는 물론 불균형이 심각한 심장 관련 의료질 수준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 같은 터전이 마련돼야 지역의 우수한 의료인이 심장수술 전문의로 성장하는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남희 동산병원 교수(흉부외과)는 “심장질환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대구의 심징질환 분야 진료망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심장질환 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선 대구 심장수술센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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