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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순(한국미술협회 이사)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내가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이다. 마음의 안정을 필요로 할 때면 나는 이 구절을 한 번씩 입 속으로 되뇌어 보곤 한다. 누구도 이 시의 이 구절처럼 살기는 힘든 일이겠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 시를 떠올리면 그래도 마음의 위안이 되고 평온해진다.
물은 정처 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른다. 농사에 이용되든 사람이 마시든 증발되어 다시 빗물이 되고 이 빗물이 모여 줄기차게 낮은 곳으로 담담하게 흐른다. 이 물은 한 번도 제 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법이 없다. 하지만 모든 살아있는 것에게 생명수 노릇을 한다.
바람 역시 마찬가지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채 정처없이 떠돌아다닌다. 막히면 돌아가고 저희끼리 맞닥뜨리게 되면 휘돌고 자유자재로 넘나들다가 고요해진다. 보이지 않지만 늘 그 존재를 알려주기도 한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감추고 숙이면서, 즉 끝없는 양보와 묵묵한 희생을 통해 많은 이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감사. 매일매일 내가 느끼고 내가 받고 있는 감사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살아 있음이 곧 감사이고 행복임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붓으로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고, 늦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감사하고 나에게 늘 도움을 주는 사람, 내가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도 감사하다.
물이 정처 없이 흐르는 것처럼, 바람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정처가 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것을 나옹선사는 ‘물처럼 바람처럼’이라고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인간은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사는 것이 바로 순리다. 나도 물처럼 바람처럼 조화를 이루어서 더불어 함께하고 감사하는 여여한 삶을 살며 소통을 통해 따스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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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청산은 나를 보고](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2/20150223.0102307595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