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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행을 간 적이 있다. 대영박물관을 보기로 한 날 아침부터 비가 왔다. 그런데도 대영박물관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박물관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영국 메트로신문을 읽었다. 한 이란계 여성이 2세 아들을 방치하여 굶어 죽게 했단다. 기사와 함께 실린 집이 쓰레기더미로 꽉 찬 사진을 보니, 문득 나의 옛기억이 떠올랐다.
2013년, 나는 삶의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더 늦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14년6개월의 교직 생활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향했다. 뜨거운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 김치보다 샌드위치가 주식이 된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가면서, 어느덧 나는 그림의 매력에 빠졌다.
그림이 내가 찾고 있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겠다는 확신에 망설임없이 다시 영국으로 향했다. 작품을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작품과 작가, 작품과 관객, 작품과 주제대상, 그리고 작품과 주문자의 동기·목적간의 관계를 알게 되고, 그 속에서 다시 현재 사람들의 생활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이미지 읽기 과정을 통해, 모든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우선 나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었다.
붐비는 대영박물관에 들어선 나는, 세계문화의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1층 룸 22(Alexander the Great), 헬레니즘관을 둘러보았다.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의 통합으로 총체적인 발전을 한 헬레니즘 문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쭈글쭈글한 늙은이, 천진난만한 아이들, 뚱뚱한 아줌마, 험상궂은 아저씨 등 신도 아닌, 왕도 아닌 다양한 일반 사람들의 얼굴 표정의 생동감, 몸짓의 활력, 역동성을 보여주는 조각들이 보였다. 이전의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에 비해, 너무나도 다양해진 모습의 조각이었다. 다양한 형태와 재료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실험성이 느껴졌다.
문학, 철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헬레니즘 문화의 축복을 왕, 귀족뿐만 아니라 대중이 함께 즐겼다는 것이 바로 헬레니즘 문화 발전의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작품속 그 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의 숨결과 희로애락, 이것이 예술이자 우리네의 삶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속에 나는 가식없고 자유로운 나의 모습도 보았다.최지혜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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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대영박물관을 돌아본 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3/20150303.0102508130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