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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5억원의 예산, 보험평가액만 2조5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전시회가 한국에 온다.”
이달 말 서울 예술의전당 전시에 대한 광고 문구다. 말 그대로 굉장한 규모의 전시다. 엄청난 돈을 들여 지쳐있는 한국민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전시목적만큼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힐링을 받았으면 좋겠다.
나도 엄청 기대가 된다. 그런데 지난 1월 예술의전당 전시장에서 목격한 기가 막히고도 슬픈 일이 떠올라 왠지 한숨이 나온다.
많은 인파로 한참을 기다려 들어선 전시장에서 만난 고흐의 그림, 그 그림 속 들판이 물결을 이뤄 내 마음속에서 아직도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것 같다. 나의 친구, 그녀의 초등학교 4학년 아들, 그리고 나는 고흐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친구와 나는 고흐에게 “안녕하세요. 고흐씨, 당신이 죽기 전까지 얼마나 동생 테오와 같이 오순도순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지 알겠네요. 하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가듯이 들판의 풀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도 그 슬픈 현실도 흘러가는 것이겠지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때 내 옆에 5명의 초등학교 남학생들에게 한 젊은 여자 선생님이 설명했다. “자, 집중! 프린트물 봅시다. 귀를 자른 고흐 자화상, 기억하죠? 그가 죽기전에 그린 그림이에요. 엄마가 물으시면 자살한 고흐가 그린 그림 봤다고 꼭 얘기해야 해요.”
사실 많은 초·중학생이 무리지어 이런 미술수업을 받고 있다. 미술을 외운다. 그림 대신 빼곡한 설명을 강조하는 황당한 이 주입식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고흐를 어떻게 기억할까.
2014년도 영화 ‘빈센트 반 고흐’에서 그는 스스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죽음을 선택한다. 정신적 간질을 앓으면서 동생 테오에게 진 신세 때문에 미안해하며 죽어서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마지막 말과 함께 숨을 거둔다.
고흐가 미쳤느냐, 아니냐. 또는 자살했나, 타살됐나는 그림을 보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저 그가 뜨거운 가슴으로 미치도록 외로움을 느꼈고, 그 처절한 외로움을 숨기거나 내버려두지 않고 온몸으로 표출했다는 것을 그림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냥 순수한 인간, 고흐와의 만남이다. 작가나 그림에 대한 설명은 우리의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부가적인 것이다. 그림과 진심으로 만나고 느낄 때 비로소 힐링도, 감동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가슴 깊이 그 그림과의 만남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최지혜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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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감상에 대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3/20150310.010250804370001i1.jpg)



